네팔 생존기 10화.

네팔에서 아트 즐기기

by 브랜디Cake

무용함을 좋아한다는 어느 유명 드라마의 대사처럼 나는 하늘, 별, 태양, 바다, 산, 그리고 그림, 조각, 음악 등을 좋아한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거나 예술작품을 구입할 만큼 돈이 많거나 그걸 공부해서 전문가가 되려는 욕심 따위는 없다. 세상 살면서 매일 8시간 돈 버는 일로 쓰고 있으니 매주 단 몇 시간 만이라도 쓸모는 없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것이 나의 변명이다.


카트만두에서도 나의 무용함에 대한 욕구는 여전한 지라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구글 지도의 섹터 검색, 신문 예술면과 광고란, 주변인 문의 등으로 큰 몇 개의 전시장과 공연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직접 갔을 때 이미 폐업한 곳도 많았고 개시시간임에도 문을 열지 않아 기다리는 일도 부지기수 이었던 듯하다. 다음은 전시일정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했는데 내 노력이 부족했는지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도통 없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소개되는 신문 문화면을 꼼꼼히 살피거나 중심 갤러리를 그저 방문하여 놓치는 전시가 없도록 했다.그렇게 어렵사리 발견하여 내 생활의 일부가 된 곳은 싯다르타 갤러리, 타라곤 뮤지엄, 네팔아트센터이다.


싯다르타 갤러리(Siddhartha Art Gallery)

싯다르타 화랑은 Babermahal 이라 불리는 부티크 호텔과 수공예점,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문화공간에 자리한다. 네팔에서 흔하지 않게 콤플렉스 내에 개가 없어 편하게 샵과 샵 사이를 오가며 구경할 수 있다.


네팔물가에 비해 꽤 비싸다 싶은 귀금속점, 친환경 제품으로 알려진 Himalyan 소품점, 네팔 각지 수공예품점 등 다양한 상점이 있어 반나절 정도를 보내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 위치한 싯다르타 화랑은 꽤 주기적으로 작품들을 교체 전시한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아담한 공간은 1회에 20여점이 넘지 않는 소량의 작품을 전시한다. 11시가 개점시간이지만 시간을 맞춰 가면 기다리기 일쑤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가인지 큐레이터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눈인사를 전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래서 좋다. 조용하게 1층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동하면 층고는 낮지만 조명이 따뜻하여 아늑한 전시실이 펼쳐진다. 모든 작품을 감상한다고 해도 30분도 걸리지 않지만 나는 이곳에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머문다.


때때로 관광객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이 오고 가기도 하지만 있는 내내 그림과 나와 창밖의 새들 소리만 있는 사치를 누릴 수 있다. 가끔 신문 문화면에 싯다르타 갤러리 전시 소식이 나오는 것 말고는 이 갤러리의 전시 정보를 구할 길이 없기에 나는 월 1회는 이곳을 찾는다. 때로는 작품이 바뀌지 않아서 지난달에 본 작품을 2번 보기도 하지만 어차피 작품을 보기보다 그곳에 둘러싸인 혼자를 누리는 것이 내 목적임으로 무방하다.


타라곤 미술관(The Taragaon Museum)

시내와는 조금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타라곤 미술관은 1899년에 호텔로 지어진 단층 짜리 건물 묶음을 어느 부부가 미술관으로 리모델링 한 것이라고 한다.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하얏트 레전시 호텔 옆에 위치한 이곳은 붉은 벽돌과 둥글고 넓은 창이 인상적이다. 창이 넓은 작은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이 공간은 네팔과 인연이 있는 외국 건축가나 그들의 작품으로 공간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지도나 문화재 등의 사진이나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단층의 작은 공간이 미로 같아서 작품들을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같은 작품 앞에 다시 한번 서있기도 하지만 어차피 나 혼자만의 토요일 하루종일이라 급하지 않다. 하얏트 호텔 게이트 안쪽에 깊숙이 자리한 미술관을 나무와 잔디 그리고 시원한 하늘이 감싸고 있어서 미술관 곳곳에 위치한 의자에서 한없이 혼자일 수 있다.


여러 개의 건물들 가장 오른쪽에 자리한 현대미술 갤러리는 동시대 네팔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직사각경의 긴 건물에 지지대 이외에는 모두 유리로 이루어진 밝은 이 공간에는 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때때로 테마가 있는 전시를 하기도 하는 듯 하나 대부분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듯 언제가도 별달리 변화가 없다. 그래도 주기적으로 소수의 작품이 변경되어 있어서 처음 보는 작품과 다시 만나는 작품 사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입구는 없고 사무실만 있어서 한참을 입구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입구는 따로 없다. 사무실로 그저 밀고 들어가서 그냥 들어가면 된다. 사무실 옆에는 운영시간과 입장료를 안내해 두었으나 누구도 받을 생각을 아니한다. 괜히 나만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민망하다.


시원하게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이 갤러리에서 무한한 햇살과 함께 작품 감상이 끝났다면 하얏트 호텔 쪽으로 이동하자. 카트만두에서 유일하게 개나 소, 먼지의 방해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있으니 놓치면 아쉽다.


네팔아트센터(Nepal Art Council)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은 네팔아트센터이다. 실은 네팔에서 갤러리 투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다. 앞선 싯다르타와 타라곤이 한국의 소규모 갤러리 규모와 분위기라면 이곳은 시립미술관이다.


운영 주체도 정부인지라 국가 주도의 미술대전의 수상 작품 등이 대규모로 전시된다. 첫 방문에서 만난 전시는 ‘미술대학 졸업 전시전’이였다. 여성문제, 도시화 문제 등 네팔이 현재 고민하는 이슈를 반영한 주제에 기술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듯한 터치와 맥락이 오히려 더 강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오픈 시간에 방문해서 2시간 가량을 혼자서 훑어보기도 하고 오랫동안 바라보기도 하고 멍하니 서있기도 하는 동안 단 한 사람의 관람자도 없이 오로지 홀로일 수 있었다.


그나마 이곳은 기획전시를 한다는 점에서 꽤나 많은 사람이 찾는 편인 것을 오후에 방문한 어느 날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한 공간에 네다섯 명이니 한국의 전시장을 생각하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번은 갑자기 보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오직 나 혼자만 남은 상황에서 보디가드 이어폰을 한 사람들이 계속 나를 주시하는 것이 아닌가. 짐짓 모른 척 작품과 작품을 걸어가는데 급기야 어디서 왔냐 누구냐 등등을 물어온다. 알고 봤더니 곧 네팔 대통령님께서 방문하실 거란다. 그제야 알았다. 그나마 말 안통하고 생김새 다른 외국인이라 쫓겨나지 않고 있었던 사실을. 쫒아내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로 나는 그녀가 지나갈 때 구석에서 조용히 있어 주었다.






부처님 미소

네팔에서 만난 작품들은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의 일상, 민족별로 전통 장식을 하고 삶의 흔적을 얼굴에 고스란히 간직한 사람들 그리고 전통과 현재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이 많았다.


또한, 부처님의 탄생지 답게 불교 관련 작품이나, 카마수트라 등 힌두교 작품들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림이 되었건 조각이 되었건 부처님의 얼굴, 특히 미소이다. 우리 내 절에서 만나는 부처님이 자비로운 모습이기는 하나 어딘지 모르게 근엄한 모습인데 네팔의 부처님은 장난기 어린 미소가 친근하다. 특히나 카트만두에서 바그마티 강을 건너 남쪽에 있는 랄릿푸르 지역은 부처님 조각으로 유명하다. 비전문가인 내 눈에는 너무 예쁜데 한국의 절에는 이런 얄쌍하니 애교 섞인 부처님은 납품할 수 없다고 하다.


한 관광가이드의 전언에 따르면 한국의 스님들이 불상을 주문하기도 하는데 현재 한국 절에서 볼 수 있는 근엄하고 후덕한 부처님의 사진을 주고 제작해 달라고 한단다. 부처님은 싯다르타 과우탐 삿가라는 한 분이신데 나라 마다 표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외모가 다른 것이다. 부처님의 탄생지 룸비니에 가면 각 나라가 지어둔 불교사원, 즉 절들이 있는데 각 나라마다 부처님의 크기나 얼굴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대승불교, 자비로우나 근엄하신 한국의 부처님이 아닌 내 안의 부처님의 모습을 찾고 싶다면 네팔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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