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드 꼼빠뇽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곳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어디에 위치한 장소냐에 따라 그 공간을 채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카페에 가는 것은 아니나
머무는 동안 생각과 생각의 흐름 사이로
타인의 목소리와 스토리가 오고 가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대학 때 종종 갔던 근처 공사 현장의 함밥집에선
흰쌀밥의 단 맛과 간 센 국 사이로
생생한 현장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사무실 근처라 종종 찾았던
떡볶이 집에선 옆 테이블 여고생들 대화가
너무나도 풋풋해서
동석한 동료들과 눈빛으로 웃곤 했었다.
이제는 공사 완공과 재개발이라는 각각의 이유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곳이라
더 아쉽게 느껴진다.
주말에 예술의 전당을 찾을 때면 인파를 피해 걷고 또 걸어서 '메종 드 꼼빠뇽'에 간다.
법원과 검찰청 등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는
주말의 한가로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법원과 검찰청에 일 보러 왔다가 대기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찾아온 사람들부터
주말임에도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한 직장인, 성모병원 때문인지 종종 볼 수 있는 수녀님들까지
각각의 사람들의 조용한 대화로 가득 차는 곳이다.
한동안 찾지 않았던 이곳을 늦가을 다시 찾았다.
가을의 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와 낙엽들에 둘러싼 카페는 기억했던 것보다 예쁘다.
날이 추운 탓인지 외부 테라스 좌석은
한 테이블만 차 있었고
꼭 한적진 산 중턱의 자연 카페처럼 여유로웠다.
큐알 체크를 하고 실내로 들어서자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빵들이 나를 맞이한다.
맞다. 나는 빵순이다.
빵순이는 배고픔이나 식사 시간 따위는 무관하게
진심을 다해 빵을 살피고 고르고 집는다.
"좀 전에 밥 먹었는데 또 먹어?"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인생을 함께 하지 못하리라.
다정하게 빵의 이름을 읽어주고 들어간 재료를 살핀다.
이름은 쿠키이나, 빵과 쿠키의 중간쯤 되는 '마카다미아 쿠키'를
손에 잡는다.
주중을 열심히 살아낸 나에 대한 보상으로
아메리카노가 아닌
다른 음료도 주문해 본다.
'자몽 오렌지 에이드'
벌써 신난다.
나무 모양을 그대로 살리려던 의도인지
이글 어진 타원형의 중앙 테이블이 멋스럽다.
그곳에 앉는다.
오픈 도서관 좌석 같은 개방감이 있는가 하면
정면의 통유리 벽면으로
변화하는 날씨와 지나가는 사람을
멍하니 지켜볼 수 있어서
아주 좋은 자리이다.
무엇보다 이 자리의 최대 장점은
테이블 가운데 뚫린 큰 구멍으로
커다란 화분이 천장까지 뻗어 있어서
실내인데도 야외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책을 펴고 딴 세상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에이드는 달았지만 상큼함이 살아 있었고
쿠키는 마카다미아가 통으로 씹혀서 고소했다.
조용한 음악과 주변의 소소한 일상 대화가 섞여 적당한 배경음악이 된다.
현실과 소설을 들락거리기 딱 좋다.
얼마가 지났을까.
토요일임에도 점심 후 커피 한잔을 마시러 온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더불어 큐알 체크를 외치는 직원의 소리가 배경음악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오늘의 한가로움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예전에는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던 듯한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적당히 기분 좋은 차가움을 맞으며 카페를 나오자
무슨 드라마 촬영을 했는지 알림판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올 때는 보지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