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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만두 Sep 21. 2021

'오징어 게임'속 숨겨진 게임들



1. [첫 번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동안에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 게임은 무려 256명이 탈락하면서 가장 많은 탈락자가 나왔습니다. 바로 그 부분이 이 게임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적응' , 그저 게임인 줄만 알았던 456명의 참여자들이 순식간에 현실을 자각하고 살기 위해 목표 지점까지 달리게 만들었었죠. 별게 아닌 것 같지만, 현실 세계에 사는 우리는 경쟁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소리를 듣거나 누가 죽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하지만, 우리가 그 사실을 외면하거나 못 본다고 해도 엄연히 그런 현실은 존재합니다. 우린 이를 두고 '소리 없는 전쟁터'라고 부르죠.

그럼 피 튀기는 경쟁을 표면 위로 올리는 순간, 이겨야만 하는 경마장의 말처럼 뛸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는 이런 눈치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고 '사회생활을 잘한다'라고 말합니다. 즉, 눈치 보면서 뛰지 않으면 죽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적응단계'를 넘겨야 이후 벌어지는 게임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기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임이 필요했겠죠. 그럼 면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현실과 같은 게임, 게임과 같은 현실에 적응시키기에 제격인 게임이었습니다.


2. [숨겨진 게임 1] 다수결 투표

다수결 투표, 사람들이 게임에서 죽어 나가자 사람들은 게임의 중단을 요구하는데 진행 요원은 다수결 투표에 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먼저 돈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만약, 투표장 앞에서 누구를 뽑으면 돈을 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객관적인 투표가 가능할까요?

각자 다른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모든 사람이 그 제안을 거절하고 정직한 투표가 가능할까요?

이건 다수결 투표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에서 항상 논란이 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3. [두 번째] 설탕 뽑기

설탕 뽑기는 동그라미, 세모, 별, 우산 모양을 먼저 선택한 뒤 달고나를 받고 나서 모양 그대로 달고나에서 분리하면 되는 게임인데요 이 게임의 무서움은 그야말로 '운'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운' 이것도 현실 게임의 부분이라고 묻는다면 모두가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성공한 사람들도 입버릇처럼 '운'이 좋았다는 말을 하죠. 1%의 운과 99%의 노력으로 삶을 끌고 간다고 믿고 싶지만 1%의 운이 얼마나 우리 삶에 크게 작용하는지 우리 모두 느끼고 살고 있죠. 

187명 중 79명이 탈락하면서 이제 세 번째 게임엔 108명이 참가하게 됩니다.


4. [숨겨진 게임 2] 어둠 속 살인

힘을 가진 자가, 다른 이의 것을 탐하면서 벌어지는 매우 원초적인 문제가 발생 합니다.

사회에선 이런 문제가 마음대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법'이라는 선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 안에선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느낀 순간입니다. 말 그대로 약육강식.

사람이 한 명이 죽자 게임 머니가 올라갑니다. 게임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힘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사실은 게임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봤을 때, 이 숨겨진 게임은 분명 강한 자가 유리합니다. 약한 자는 죽는 거죠. 하지만 이 게임도 숨겨진 의미가 따로 있는데요. 불이 꺼지면, 나를 둘러싼 인간들은 둘 중 하나가 됩니다. 동료거나 적이거나 한마디로 서로 의심하면 죽고, 서로 믿으면 이기는 거죠. 즉 '힘'을 이용하는 게임이지만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건 '믿음'이라는 거죠.


5. [세 번째] 줄다리기

인간이 집단을 이루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편이 갈리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우리는 항상 모두가 함께 같이 잘 살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그것만큼 허공에 뜬 말이 없을 것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약자보다 강자의 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줄다리기 게임에 앞서 팀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약한 사람보다 강한 사람들과 편이 되고 싶어 합니다.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세 번째 게임이 줄다리기라는 사실이 공표되자 힘이 강한 팀들은 웃게 되지만 힘이 없는 약자로 구성된 팀들은 무척 실망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줄다리기는 말 그대로 줄을 끄는 힘으로 상대방의 몸을 끌고 오는 게임이라서 상대팀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면 이기기 어렵죠. 그런데 이 게임에서도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경험'입니다. 

힘으로만 게임의 성패가 결정될 거라고 생각했던 팀원들에게 '경험'이 있는 할아버지는 전략으로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어 결국 게임을 이기게 되니까 말이죠. 


6. [네 번째 ] 구슬치기

이번 게임은 팀이 2인이 되는 게 특징이었는데 앞서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에 누구라도 2:2 팀 대결을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힘이 좋은 사람과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뭉치면 최고의 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반면 앞서 연민이라는 능력으로 살아난 '기훈'은 최약체 '오일남' 할아버지와 팀이 됩니다.

팀 안에서 서로 싸워 이겨야 한다는 말을 하기 전 할아버지는 '깐부'라는 말을 하는데요. 구슬이나 딱지를 같이 쓰는 친구, 한마디로 둘이지만 하나가 될 수 있는 운녕 공동체로 함께 승리할 사람. 우리는 이 '깐부' 관점에서 네 번째 게임인 '구슬치기'를 봐야 합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반드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죠. 그럴 때, 남겨진 사람은 죽은 이와 공유한 기억이나 신념을 자기 나름대로 간직하며 다음을 살아가야 합니다. 죽은 이가 준 것이 돈이든 생각이든 기억이든 구슬이든 말이죠.


7. [다섯 번째 ] 징검다리

이 게임은 줄다리기에서처럼 가벼운 사람을 무거운 사람이 잡고 약한 유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모두가 살아 남을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죠. 첫 번째 게임에서 얻은 '적응'도, 두 번째 게임에서 얻은 '지혜'도, 세 번째 게임에서 알게 된 '경험'의 힘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는 이렇게 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8. [여섯 번째 ] 오징어 게임

게임 전체적으로 어린 시절 놀던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왜 중요한 마지막 게임이 오징어 게임이 되었을까요? 이는 복장하고도 이어지는데요 오징어 게임은 공격자와 수비자 양측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고, 공격자가 수비를 뚫어야 하죠. 오징어 게임 속 색이 강한 유니폼이 등장하는데 이 게임을 진행하는 요원들이 입은 핑크색 유니폼과 이 게임에 참가하는 456명이 입은 초록색 유니폼입니다. 이 색의 대비가 곧 공격자, 수비자로 나뉘는 '오징어 게임'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진행하는 요원들이 수비자이고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공격자라고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즉 실은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같은 팀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런 시선에서 보게 되면 핑크색 유니폼을 입은 진행 요원들은 관리자나 통제자가 아니라 그냥 수비자가 됩니다. 우리가 뚫어야 하는 수비 즉,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은 서로가 같은 팀이라는 사실을 빨리 알아채고 게임이라는 시스템을 통제하는 수비자들을 상대로 이겨야 하는 것이죠. 가끔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서로를 이겨야 하는 상대로 보는 경우가 있잖아요? 


9. [세 번째 ] 쓰러진 노숙자

평범한 할아버지인 줄 알았던 '오일남' 할아버지는 사실 이 게임의 주최자였음을 기훈이 알게 됩니다. 이렇게 놀라운 만남에서 오일남 할아버지는 마지막 한 번 더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날 쓰러져 있는 걸인을 정해진 시간 안에 사람들이 구해줄지 말이죠.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훈은 사람을 믿습니다. 누군가는 구해줄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결국 할아버지는 세상 모든 힘과 돈을 가졌지만 사람을 믿는 연민과 믿음은 얻지 못한 채 쓸쓸히 혼자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물론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어딘가에서 보았던 클리셰들이었지만 이렇게 치밀하게 구성된 건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석 덕분에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믿음'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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