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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만두 May 11. 2021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원치 않아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도 절호의 기회 일 수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외로움으로만 보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자기 고독의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나만의 혼자 놀기의 방법을 공유해 본다.



첫째, 무조건 걷는다.


이누이트족은 화가 나면 무조건 한쪽 방향으로만 걸어간다고 한다.

걷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내가 왜 걷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 때 걷기를 멈추며 자신만의 표시를 한다고 한다. 즉, 자신의 화가 난 물리적인 길이를 표시한 것이다. 우리가 화가 잘 안 풀리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감정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누이트족은 만약 다음번 화가 나서 걸을 때 내가 표시한 곳을 넘어가면 스스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감정이 누그러들 것 같다. 정말 현명한 대처법인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계획을 세우거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스멀스멀 걱정들도 떠오른다.

말 그대로 쉬는 게 아닐 수도 있게 되어 버린다. 머리만 복잡해져 버린다.

과학적으로도 뇌는 멈춰 있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꾸 이 생각 저 생각을 떠오르게 해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는 논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웅크리고 가만히 있어 상상만 하고 있기보다는 걷는 것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걷다 보면 실상 무얼 먹기도 힘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운동 덕분에 칼로리 소모가 되는 효과도 있다.

이럴 때는 물 한 모금으로도 꿀맛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운동의 보상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시간을 정해서 걷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산책을 30분 갔다가 30분 돌아온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편도 1시간이 되고 체력이 되면 편도 2시간도 좋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가보자. 꼭 공원이 아니어도 된다.

도심도 좋고 산책로도 좋다.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다만 도시에서는 횡단보도 때문에 자주 멈춰 서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원이나 산책로가 더 좋기는 하다.


이렇게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리가 비워진다. 가급적이면 걷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발을 어떻게 내딛고, 손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으며 허리는 펴고 있는지? 혹시 어디가 아픈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자. 인체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열일 제치고 무조건 걷는 게 남는 일이다.



둘째, 무조건 듣는다.

비가 오거나 시간적으로 늦은 시간이거나 해서 걷기 용이하지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음악을 듣는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음악들이 있지만 가급적이면 클래식을 추천한다.

그것도 가급적이면 오케스트라처럼 연주곡을 택한다. 목소리가 있으면 아무래도 생각이 조금 

흩어지는 것 같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발디의 사계도 전곡을 집중해서 다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전곡을 다 듣기 위해서는 10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그림처럼 볼 수 있는 음악을 느껴보자!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는 거창한 오디오 장비 없이 핸드폰에 이어폰 만으로도 감상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인생을 살면서 10시간은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평소에 관심을 갖고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들을만한 곡들을 유튜브에서 모아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두면 훨씬 더 편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단 한 가지인데 오로지 음악을 듣는데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상 자세를 취하든 편하게 소파에 기대든 몸은 최대한 쉬고 귀로만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눈을 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마 전에 없던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내 주장만을 하느라 에너지가 방전될 수 있는데 이렇게 충전하듯이 음악에 빠져들면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셋째, 무조건 기록한다.


아무 펜이나 좋다. 아무 노트도 좋다, 중요한 건 떠오르는 대로 즉, 의식의 흐름대로 기록을 해보라는 것이다.

나의 생각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가 눈앞에 마음이 드는 물체가 보이면 유심히 살펴보며 그리기도 해 본다.

마치 배설하듯 생각을 쏟아내 보자. 험담이어도 되고 나의 부끄러운 옛날 일이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막힘없이 써 내려가 보자. 


우리는 문학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아무 걱정 없이 써 내려가자.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글이다.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아도 상관없다. 떠오르는 대로 그대로 생각을 받아서 써 내려가자.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면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면서 써 내려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넷째, 무조건 읽는다.


나만의 책장 앞에서 모든 책을 꼼꼼히 살펴본다. 아무 의미나 맥락 없이 책들의 제목을 읽어본다.

말로 뱉어도 된다면 마치 낭독하듯이 읽어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눈으로 말로 읽어보다 호기심이 드는

책을 꺼내서 첫 문장을 읽어본다. 읽었던 책이라면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 기억해 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먼저 목차를 읽어본다.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 있으면 그 장으로 바로 넘어가 읽어본다.

평소와는 다르게 읽어본다. 평상시 책상에 앉아서 읽었다면 서서 읽어보자. 또는 무릎을 베고 차를 마시듯

공손히 세 앉아서 읽어 보기도 하고 베란다에 기대서 책을 보기도 하자.


중요한 것은 내가 관심 있는 내용을 집중하기 용이한 방법을 택하라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말이다. 만약 읽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지금 내가 읽었던 책과 내용이 비슷한 책을 찾아본다.

이렇게 다소 맥락이 없어 보이지만 즉흥적으로 읽는 독서법에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깨달음을 얻거나

위안을 받기도 한다.


걷고, 듣고, 기록하고 읽기는 혼자만의 고독의 시간을 갖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결국 혼자 살아간다. 아무리 마음이 좋은 사람이거나 믿을만한 사람이라도 자꾸만

기대려는 사람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모나 부부라도 말이다.


그러니 어차피 홀로 있어야 하는 세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독을 즐긴다면 생각보다 자유로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제대로 충전이 가능하다. 고독을 즐기자!




#혼자만의시간 #고독 #걷기 #듣기 #쓰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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