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화를 다스리는 법
이누이트의 깃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누이트족은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깃발을 하나 챙겨 집을 나선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처 없이 설원을 걷는다고 합니다. 눈 위에 찍히는 한 걸음 한 걸음에 답답한 마을을 눌러 담듯이 말입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지?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까?'
무거운 속마음을 발자국에 덜어 내다보면 어느 순간 가슴 속이 하얀 눈처럼 비워지는 순간이 찾아 옵니다.
화가 난 이유를 알게 되면 마음은 다시 평온을 찾게됩니다.
화가 진정이 되면 가져온 깃발을 그 자리에 세워 둔다고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왜 그토록 화가 났는지 분노의 이유를 돌이켜 봅니다.
화가난 마음을 깃발에 두고 왔으니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집으로 향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또 답답한 일이 생길 떼면 새로운 깃발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꽤 커다란 근심이라고 생각 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예전에 꽃아둔 깃발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별것 아닌 고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립니다.
어떨때는 예전의 깃발을 지나쳐 더 먼 곳에 새로운 깃발을 꽃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는 마음속에도 깃발을 하나 꽃아 둡니다. 그리고 근심거리가 생길 때마다 마음속 깃발의
거리와 가늠해보면 이보다 가벼운 고민들은 훌훌 털어내 버리는 것입니다.
정말 기가막힌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감정을 털어 놓기도 힘든 때였습니다.
물론 크던 작던 누구나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을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불안해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감정이 측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몇Cm가 불안 한거야? 얼마나 무거운거야 몇Kg이야?
이렇게 크기가 가늠이되면 훨씬 마음이 덜 불안 할텐데 도대체 감정은 크기를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누이트족은 현명하게 그 감정의크기를 걷는 거리를 통해서 알아낸 것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모를 불안을 떨쳐버릴 좋은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깃발은 없지만 거리 측정은 가능하잖아"
다행히 현대는 기술이 발달해 있기에 깃발은 없었지만 저에게는 애플와치가 있었습니다.
실외걷기 시작을 누르고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한강공원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목표가 있는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궁금 했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는 걱정거리의 거리는
어떻게 될까? 그렇게 걷기 기록이 시작 되었습니다.
규칙적으로 걸어본적도 운동을 하기위한 복장도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제법 찬 바람이 불던 늦가을 저는 그렇게 궁금증 하나만 가지고 걷기 시작 했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몸이 풀렸는지 걸음이 가벼워지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속도를 높여
보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3Km, 5Km를 지났다는 애플와치의 알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답답한 마음의 덩어리가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남들을 속이는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자금 압박으로 매일 힘들어 해야하나? 세상이 미웠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며 걸어 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 다리가 뻐근해서 더이상 답답한
마음 보다는 몸의움직임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 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해볼까? 보폭을 조정해볼까?
그렇게 걷고 또 걷다보니 드디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것 같은 상태가 왔습니다.
애플와치를 보니 10Km를 막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생애 최초로 내 의지로 이렇게 길게 걸어본것 같았습니다.
이정도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략 2시간이 지난 지점이었습니다. 지금 내 고민은 10Km구나.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눈에 눈물이 차 올랐습니다. 이런 기분이구나. 그런데 다시 걸어서 사무실로 가려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왕복 거리를 신경 써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고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 왔습니다.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내 걱정의 거리는 10Km였구나! 마음에 새겨 두었습니다.
마음속 10Km를 넘지 않는일은 별것 아닌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집에 와서 물집이 잡힌 발을 부여잡고 뒹굴며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지 했던 일도 이었습니다.
걷는다는것은 현실이니까요. 좋은 신발과 양말은 걷기에 정말 필수 요소 입니다.
그러다 기왕 걷게 되었으니 규칙적으로 걸어 봐야겠구나 하고 생각 하기에 이르릅니다.
10Km를 가봤으니 왕복 기준을 5Km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점심을 먹고 무조건 걸었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단단해 마음을 느꼈습니다.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도 너무 황홀했구요.
마음이 힘들때마다 이제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힘든건 몇 Km일까?'
지금은 평균 10분당 1Km 정도를 걷습니다. 10Km면 한시간 40분의 괴로움이겠네요.
지금은 왕복 20Km도 거뜬한 체력이 되었습니다. 걷다가 화났던 감정이 풀려 버리면 나머지는 보너스처럼
생각하고 거리를 바라보며 이제는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매일 걷는것이 숨쉬듯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힘든일이 줄어든건 아니지만 마음은 어느때보다 편안해 졌습니다.
걷는다는 행위는 우리를 깨어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