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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만두 Mar 01. 2024

일리야 밀스타인: 기억의 캐비닛


Ilya Milstein: Memory Cabinet

전시명: 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


전시기간 :   2023년 9월 20일 ~ 2024년 3월 3일

                (9월 29일 추석 당일 및 2월 10일 설날 당일 휴관 / 공휴일 정상개관)

관람시간:   월~일 10시 ~ 19시 40분( 입장마감 : 19:00)

전시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18 섬유센터빌딩 지하 1층 (2호선 삼성역 4번출구 도보 150m)

주차가격:   최초2시간 3,000원 , 추가10분당 1,000원

                티켓 구매 관람객에게 주차할인권 판매(매표소)


일리야 밀스타인 웹사이트

https://www.ilyamilstein.com/


일리야 밀스타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lyamilstein/


사진출처: https://substackcdn.com


일리야 밀스타인

일리야 밀스타인은 호주에서 자라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독학으로 업계에 뛰어든 작가는 프랑코-벨기에 만화 스타일과 일본 목판화를 연상케하는 화풍으로 작업하며,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기법과 디지털적인 기법을 접목시킨다. 그의 작품은 디테일이 강조되었고,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신비로운 요소를 밀도있게 쌓아 관람자로 하여금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밀스타인의 작업은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미국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아트에서 인정 받은 바 있으며, 더 뉴요커, 더 뉴욕 타임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찌와 협업하였다.




Cabinet 1. 

A Library oy the Tyrrhenian Sea

티레니아해 옆 서재


첫 번째 캐비닛 〈티레니아해 옆 서재〉에서는 단독 또는 둘의 인물이 등장하는 밀스타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책으로 빼곡한 서재 한가운데서 지중해의 푸른 티레니아 바다를 응시하는 작가 본인을 그린〈티레니아해 옆 서재 〉작품의 제목을 따온 이 섹션은 그의 자아가 두드러지는 작품들과, 가장 가까운 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인을 묘사한 작품들을 주로 보여준다. 밀스타인은 어렸을 때부터 드로잉을 즐겼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직업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건축을 공부하고 조각을 전공하였다. 순수예술을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할 당시 그는 전공 소양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내면세계에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이는 그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한 후에도 다양한 영감을 원천으로 한 독특한 화풍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창작할 수 있게 했다.


티레니아해 옆 서재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25.4 x 110 cm


나는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그리고 한동안 밀스타인은 일러스트속 벽에 창을 중앙에 만들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구조를 자주 그렸다. 여기서의 창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는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는 통로 역할도 하는듯 하다.  그림이 밀도가 있어 핸드폰과 아이패드 시작화면용으로 딱이다,


눈 속의 작가

2022,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0 x 104.5 cm


사색

2022,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0 x 84.1 cm


난파 후에

2019,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4.2 x 110 cm


예상 밖의 미술품 도둑

2022,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90 x 142.5 cm

더 뉴요커 커미션 작품


〈예상 밖의 미술품 도둑〉은 더 뉴요커의 기사 『웰링턴 공작의 초상'의 예기치 못한 슬픔」에 실린 작품이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프란시스코 고야의 〈웰링턴 공작의 초상〉이 도난당한 1961년의 실제 사건을 다룬 동명의 영화 속 장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 공간은 영화의 주인공이자 초상화를 훔친 장본인 캠튼 번튼의 방이다. 그는 연금 수령자에게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는 영국 정부가 정작 스페인 화가 작품에는 14만 파운드를 내고 내셔널 갤러리로 인수하는 것을 보고 작품을 훔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훔친 작품을 집에서 보관하다가 아내인 도로시에게 들킨 듯한 장면을 묘사한 이 작품에서는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장소에서 뜻밖의 초상화를 발견한 아내의 놀란 표정을 볼 수 있다.



버려진 교회에 누워있는 연인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1.3 x 110 cm


자화상으로 유추되는 단독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에는 고독과 사색의 묘한 양면성이 잘 표현되었고, 서로 감싸 안고 교회 바닥에 잠을 자고 있는 커플, 신비로운 푸른 방 속 부유하는 연인을 그린 작품 등 한 명 또는 두 명의 존재들의 초현실적인 세계 역시 매력적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작가의 사회적인 목소리가 반영된 초기 작품도 볼 수 있는데, 미술 역사에서 남성 대가들에 의해 경시된 여성 모델의 복수를 그린 〈뮤즈의 복수〉가 그러하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계는〉 단독 초상이면서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삶과 관련된 90여 개의 오브제로 가득 찬 공간으로 묘사되어 그의 맥시멀리즘 표현의 정수를 보여준다.


둘 만의 대화

2019,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4.9 x 100 cm

더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커미션 작품


뮤즈의 복수

2019,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24.5 x 110 cm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계

2022,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00 x 138.8 cm

애거사 크리스티 리미티드와 로렌스 킹 출판사 커미션 작품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계〉는 애거사 크리스티 리미티드(ACL)와 로렌스 킹 출판사의 커미션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 정면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흰머리의 여인이 영국 추리 소설의 거 애거사 크리스티이며, 배경은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라고 말했던 별장인 그린웨이 하우스이다. 밀스타인은 그녀의 삶과 작품세계를 면밀히 조사하여 섬세한 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과 창밖에 세워진 자동차, 집 내부의 모습 모두 그녀의 생애를 드러내고 있으며, 집안 곳곳에는 소설의 서사와 사건의 단서를 보여주는 갖가지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각각의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90개의 오브젝트를 다 세보지는 못했지만 역시 이 작품은 크게봐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포스터로 크게 출력해서 벽에 걸어두고 싶었다.

복잡한듯 잘 정리된 그림은 두고두고 볼만한 재미가 있었고 뭔가 치트키를 모아둔 그림 같았다.




Cabinet 2. Riviera Memories

리비에라에서의 추억들


두 번째 캐비닛 〈리비에라에서의 추억들은〉 몇몇의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가족 및 친구들과 즐거운 때를 함께하는 모습 등 일상적인 장면을 그려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타인의 세계, 또는 타인과 공존하는 세계가 그려진 이 작품들에는 상상의 풍경보다는 실제 장소가 주로 등장하며, 앞선 섹션에서 볼 수 있었던 초현실적으로 부유하는 물체들은 이번 섹션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놓여있다. 또한, 본 섹션에서는 창문과 햇살의 묘사로 외부로의 확장을 암시하는 작품과 더 나아가 실외 풍경까지 함께 묘사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작가의 삶과 작품 모두 내부에서 외부의 세계로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리비에라에서의 추억들〉은 이탈리아의 정취가 느껴지는 리비에라 지역에서의 평화로운 한때를 묘사하였는데, 나무 사이로 비치는 지중해의 빛과 인체와 벽에 자연스럽게 드리워진 그림자 등 탁월한 빛의 표현은 작품에서 묘사된 정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작가의 작품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섬세한 빛의 표현은 그의 작품을 디테일한 선의 맥시멀리즘을 초월한 다차원적인 맥시멀리즘으로 확장시킨다. 마찬가지로, (이야기꾼)에서 묘사된 빛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그려내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한다.


만케심 포수반 사원에서 찍은 가족사진 

2021,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27.6 x 110 cm


나라를 떠나며

2019,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28.9 x 110 cm


리비에라에서의 추억들

2020,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48.8 x 110 cm 

AFAR 매거진 커미션 작


봄베이 사파이어

2019,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35.8 x 360 cm

봄베이 사파이어 커미션 작품


〈봄베이 사파이어는〉양주 브랜드 '봄베이 사파이어'에서 한정판으로 출시한 잉글리시 에스테이트 진(English Estate Gin)을 위해 그린 커미션 작품이다. 작가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영향력 있는 영국의 원예사이자 정원 디자이너인 거트루드 지킬의 정원을 묘사했는데, 잉글리시 에스테이트 진에 새롭게 첨가된 영국에서 재배되는 식물들도 함께 그려 넣었다. 기다란 파노라마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왼쪽의 인물부터 각각 10년 단위로 변화하는 20세기를 인물의 의복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마치 하나의 연대기처럼 보인다. 사람들의 복식, 생활, 여가, 기술의 변천사와는 대조적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정원이 밀스타인을 통해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구찌

2022,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6.8 x 110 cm

구찌 커미션 작품


브랜드의 가치를 표현하기 좋은 그림 스타일이다.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스타일을 녹여서 그려내었다.


분더캄머의 송환

2020,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10 x 155.6 cm


〈분더캄머의 송환은〉 각국의 미술품과 유물 등을 수집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작품을 만져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묘사한다. 독일어로 '놀라운 방'을 의미하는 분더캄머는 16세기 유럽에서 귀족과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한 일종의 개인 박물관으로, '호기심의 방'이라고도 불렸다. 작품 속 사람들은 직접 물건을 꺼내어 보거나 서로 건네주고 있는데, 마치 벼룩시장에서 골동품을 찾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수집품을 멀리서 바라보며 감상하던 과거의 분더캄머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다른 나라로부터 약탈해온 유물도 전시되었을 역사 속 분더캄머는 밀스타인의 작품 속에서 서로 나누고 돌려주는 화합의 장으로 그려졌다.



오리지널 스케치도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이즈가 작아서 놀랐다.

최종 결과물과 비교해서 보니 더 재미있었다.


갈림길의 정원

2022,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00 x 153.7 cm A24 커미션 작품


〈갈림길의 정원〉은 영화제작사 A24가 2022년에 출판한 책 우연히 발생한 방사성 암석과 기체의 방대하고 무의미한 회전』에 실린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작품은 두 인간의 삶을 여러 모습의 평행 세계로 보여준다. 이들은 화면 전체에 걸쳐 다양한 삶의 형태로 나타나며, 구역마다 강조된 여덟 개의 원 안에는 다른 시간 속의 동일한 장소가 표현되었다. 어떤 세계에서 평범한 개인의 삶은 동시에 다른 세계에서는 노숙자가 될 수도 있고, 괴한으로부터 죽임을 당하여 일찍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또 어떤 관계성도 없는 두 사람이 다른 시간 속에서는 부부로 정답게 살아가거나 정치적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 각기 다른 서사에 인과성은 없으며, 다양한 미래 혹은 시간 속에서 나타날 법한 여러 가능성과 경우의 수가 평행하는 현실을 암시한다.




Cabinet 3. Evening in Soho, Summer 1983

1983년 여름, 소호의 저녁


세 번째 캐비닛 1〈983년 여름, 소호의 저녁〉은 앞서 다뤄진 작품들에 비해 공동의 장소, 군중, 번화가 등 더 큰 외부 세계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일리야 밀스타인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계기가 되었던 더 뉴욕 타임스와 협업한 시리즈 작품이 대표적이다. 소호, 트라이베카, 할렘, 이스트 빌리지 등 뉴욕 맨해튼의 주요 구역에 거주했던 실제 인물이 경험한 과거의 기억들을 참고하여 그린 이 시리즈에서는 1980년대의 앤디 워홀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거리 풍경을 작가 특유의 예리하고 위트 있는 통찰력으로 표현하였다.

〈협동조합 마켓〉에는 브루클린에 위치한 파크 슬롭(Park Slope) 동네 주민들이 실제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료품점을 배경으로, 찬거리를 들고 그 앞을 지나가는 인물 중에는 키파를 쓰고 걸어가는 남자와 히잡을 쓴 여성이 함께 보인다. 작은 부분이지만 큰 상징성이 있는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묘사함으로써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뉴욕의 특징을 잘 담고 있으며,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사물이나 현상들을 캐치하고 표현하는 밀스타인의 감각이 돋보인다. 그 외에도 할렘가에서 비보잉을 즐기는 소년들, 뉴욕 그래피티 아트 문화가 발아한 이스트 빌리지 거리에 키스 해링의 화풍으로 낙서하는 이의 묘사 등 지역의 상징성을 반영하였다.

지역 공동체나 활기찬 거리 풍경뿐 아니라, 작가의 상상과 직관으로 창조된 세계와 군중을 기이하게 묘사한 개인 작품들도 세 번째 캐비닛에서 공개된다.

밀스타인이 표현하는 군중의 양면성으로 순수와 상업 예술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작가의 재능과 독특한 세계관도 확인해 볼 수 있다.



1983년 여름 뉴욕 시리즈 New York in Summer 1983 Series

1980년대 뉴욕의 모습을 상상한 네 점의 작품들은 더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각각의 작품은 1983년의 여름으로 구체화된 맨해튼의 소호, 할렘, 어퍼 이스트 사이드, 이스트 빌리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점과 상점들은 실제 존재했던 장소이며, 몇몇 유명 인사들이 함께 표현되어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1983년 여름, 소호의 저녁〉에서는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부흥했던 당시의 모습을 앤디 워홀이나 장-미셸 바스키아와 같은 작가들이 저녁의 소호 거리에 모여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1983년 여름, 할렘의 늦은 아침〉에서 밀스타인은 비보잉을 비롯한 흑인 문화의 본고장인 할렘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 할렘의 아침 풍경은 활기찬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당시 존재했던 '대퍼 댄즈 부티크'나 '실비아스'와 같은 가게의 모습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1983년 여름,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오후〉는 상류층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특징을 여유로운 낮 시간, 울창한 나무 사이 고급 레스토랑 과 명품 브랜드 상점, 그리고 다른 작품들과 달리 쓰레기 하나 없는 깔끔한 거리와 나비들로 채우고 있다.

〈1983년 여름, 이스트 빌리지의 늦은 밤〉은 펑크 록 음악과 드래그 쇼, 그래피티 아트 등 뉴욕 반문화의 중심지였던 이스트 빌리지를 밤 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장면으로 묘사한다. 키스 해링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 음악가들이 모이는 장소였던 '클럽 57' 간판과 전단지 등이 그려져 있는데, 밀스타인은 이러한 섬세한 표현들을 통해 이스트 빌리지 예술가들의 열정을 담아냈다.


1983년 여름, 소호의 저녁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90 x 126.3 cm

더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커미션 작품


1983년 여름, 할렘의 늦은 아침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90 x 123.3 cm

 더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커미션 작품


1983년 여름,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오후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0 x 94.6 cm

더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커미션 작품


1983년 여름, 이스트 빌리지의 늦은 밤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0 x 94.7 cm
 더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커미션 작품


협동조합 마켓

2019,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30 x 93.6 cm

더 뉴요커 커미션 작품


호주 속담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90 x 137.5 cm

더 뉴욕 타임스 커미션 작품


〈호주 속담〉은 더 뉴욕 타임스가 호주에 지사를 두게 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제작된 커미션 작품이다. 더 뉴욕 타임스는 호주의 구독자들로부터 모국에 관하여 좋은 점과 싫은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고, 밀스타인은 이를 하나의 도시 장면 안에 그려냈다.

작품 곳곳에는 숙박업을 겸하는 독특한 호주의 펍 문화,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생선으로 만든 피쉬 앤 칩스 등 지역의 특징적 요소들이 묘사되어 있는 한편, 현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새 맥파이와 에뮤, 복잡한 교통 신호 체계 등 호주를 특징짓는 여러 모습들도 아우르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작가가 영향을 받은 네덜란드 화가인 피테르 브뤼의 〈네덜란드 속담〉을 연상시킨다. 브뤼이 백여 개의 네덜란드 속담을 하나의 화폭에 해학적으로 풀어내었듯이, 밀스타인은 호주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치 있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호주 속담〉은 브뤼헐에 대한 오마주로 볼 수 있다.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대학살 

2018,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20 x 86.9 cm

더 뉴요커 커미션 작품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대학살〉은 오페라 『위그노 교도들(Les Huguenots) (1836)의 기념비적인 재상연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실린 작품이다. '위그노'는 16세기~17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프랑스에서 확산된 개신교 신자를 일컫는 말이며, 오페라는 두 교파의 대립이 빚어낸 비극적인 사랑과 대학살 사건을 다룬다. 본작의 제목인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은 종교개혁 당시 위그노가 학살당한 실제 사건이 일어난 날이자, 오페라에서 마지막 사투가 벌어지는 날이다.

밀스타인은 검은색과 붉은색의 복장의 대비로 위그노와 가톨릭교도들의 혈투를 묘사했는데,

1836년에 초연한 오페라의 시대적 배경이 아닌 다소 현대적인 의복으로 표현했다. 이는 20세기 중반 자취를 감춘 뒤 2018년에 재상연하는 소식을 알리는 기사의 내용을 기발하고 감각적으로 전달하기도 하며, 종교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다양한 면에서 존재하는 극단적 대립도 연상시킨다.


에르컬 푸아로의 세계

2023,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10 x 153.2 cm

애거사 크리스티 리미티드 커미션 작품


〈에르컬 푸아로의 세계〉는 애거사 크리스티 리미티드와 로렌스 킹 출판사의 커미션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에르컬 푸아로는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시리즈 중 총 33권에 등장하는 탐정 캐릭터이다. 밀스타인은 4시 13분에 멈춘 시계들과 장난감으로 표현된 기차, 소설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소들의 디오라마 등 모든 33권 시리즈에 등장하는 100개가 넘는 요소를 포함시켰다.

작품 중앙에 서서 라벤더 슈트에 뒷짐을 지고 특유의 콧수염과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 에르컬 푸아로이며, 모든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다. 사건에 휘말린 모든 이들을 한곳에 모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탐정인 만큼,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탐정의 특징적인 면이 돋보인다.




Cabinet 4. Lost Portrait in the Cabinet

캐비닛 속 분실된 초상화


네 번째 캐비닛 〈캐비닛 속 분실된 초상화〉에서는 인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작가의 신작들을 발견해 볼 수 있다. 특정 인물이 그려지지 않음으로써 작품 속 장소는 감상자의 더 많은 상상과 이입을 유도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순수한 풍경을 오롯이 사색하게 한다. 자연, 동물, 공간 묘사만 있는 이 마지막 캐비닛의 작품들을 통해 흔히 공간을 부수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쉼표와 여백에서 새로운 시점과 흥미로운 발견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전 캐비닛을 통해 내부에서 외부로 점차 시끌벅적한 세상까지 다다랐다면, 이 마지막 캐비닛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초월할 새로운 관점과 작가의 다음 행선지를 고요히 상상해 볼 수 있길 바란다.


라따뚜이

2023,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10 x 218.8 cm

픽사와 디즈니 커미션 작품


〈라따뚜이〉는 픽사에서 2007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모티프로 제작한 작품이다. 밀스타인은 영화 「라따뚜이」에서 인간 링귀니가 쥐 레미에게 식당을 열어주면서 간판을 달아주고, 레미의 가족이 그의 다름을 포용해 주며 식당 일을 돕는 장면 등 영화의 후반부를 묘사했다. 작품 정중앙에는 영화 속 콧대 높은 비평가 안톤 이고'가 극찬한 요리 라따뚜이를 완성하고 있다.

레미는 작품의 오른쪽 끝 문틀 위에 서서 헤드 셰프를 상징하는 긴 모자를 쓰고 다른 요리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유치한 만화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었던 작가는 첫 장면을 본 후 매료되어, 대개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아름다울 수 있고 큰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인류 이후에 I

2021,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10 x 171.4 cm


인류 이후에 II

2021, 종이에 지클리 프린트, 110 x 170.9 cm



한 작품, 한 작품 꼼꼼히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것 같다.

아주 즐거운 시간과 작업 열정에 감응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졌던 전시였다.

전시가 3월 3일까지라 아쉽다. (좀 더 일찍 가볼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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