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촌목공소, 남희조, 허회태
미술관 최초의 목공소와 예술가 협업 전시
<나무의 시간, 내촌목공소 남희조 허회태>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중시하는 두 명의 예술가와 목공소가 함께하는 특별한 전시입니다. 이들의 결합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깊이 있는 사유를 선사하며, 한국의 미(총)와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 공간 6개의 섹션에 내촌목공소 김민식 작가의 글 12편을 덧붙였습니다. 오랫동안 읽는 전시를 구현하고자 했던 최환승은 녹색문학상(2022년) 수상자이자, 일생 나무숲 디자인을 주제로 우리 시대에 그의 통찰력을 활발히 제시하고 있는 작가 김민식을 초대했습니다.
그가 전하고자 했던 철학에 더불어 '나무의 시간'이 모든 이들에게 치유와 힐링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미래의 세대에게 손을 흔드는 나무 작업'
안도 타다오, 자하 하디드 등 세계적 건축가가 극찬한 내촌목공소
우리 시대 목공 작업과 목조건축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내촌목공소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큰골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촌목공소는 작업에 가장 적절한 나무를 찾기 위해 원목의 벌채, 제재, 건조, 선별 작업까지 직접 하며 옛 조상들이 고안해 낸 접합 방법인 짜 맞춤 결구를 적용하여 가구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개별 주거 건축과 마을을 만드는 긴 시간의 작업도 함께 합니다. 최근 내촌목공소는 강원도산 활엽수를 활용하여 지역성과 탄소 중립(지속 가능한 삶)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건축가안도타다오는 내촌목공소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힘 있는 작품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라고 감탄했으며, 서울에서 내촌 원목 가구를 처음 보았던 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그의 건축 도면을 온통 내촌 작업으로 채우기도 했습니다.
내촌목공소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정말 대단한 곳이군요.
마치 예술가나 건축가들에게 원천 소스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가 기대가 되는 이유입니다.
내촌목공소 Naechon Woodworkers & Co., Tenon, 2023
전시장 입구부터 시선을 끕니다.
설명을 읽어 보니, 자귀질을 해서 원형인 나무를 각재로 다듬은 손맛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게다가 조립할 때 못을 사용하지 않은 전통 방식이라 합니다. 구조물의 한 부분이지만 이런 큰 의미가 있었군요.
자연에서 취득한 목재, 돌은 우리가 원하는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기계가 없던 시절에는 원형의 나무를 각재로 만들기 위해 자귀질*을 했다. 느티나무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못 하나, 나사 하나 없이 결구의 이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조물이다. 테논의 결은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그러한 전통의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건축과 목공의 교본이다.
*자귀: 목재를 반듯하게 다듬어 마감할 때 사용하는 도구
덩그러니 놓인 나무 한 개, 이건 뭘까? 하고 자연스럽게 설명을 읽어 보게 됩니다.
나무 한 조각의 단상
겨우 삼백 년 남짓 사용되어 온 석탄과 백여 년 역사의 석유와 비교하여 나무는 선사 이래 인류 삶의 보편적 에너지원이었다. 인간은 나무 안에서 살았다. 나무를 떠나서 생존할 수가 없었다. 나무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살아남기 위한 절대 방편이었다. 까마득한 역사 이전부터 집짓기, 가구 짜 맞추기, 겨울철 땔감 준비를 위해 나무를 잘 심고 건조하는 데 사람들의 지혜를 모았다. 수천 년, 수만 년 우리 삶 속에 있던 나무가 현대 인간의 생활에서 이렇게 멀어진 것은 불과 오십 년에서 백 년에 불과하다. 순식간이라 해도 되겠다.
언제부터인지 집안에, 리조트 곳곳에도, 백화점의 장식 그리고 병원 내부에도 나무 무늬가 흔해졌다. 벽, 천정, 마루, 문틀에 테이블, 의자, 주방까지 온통 나무 무늬로 또렷하게 마감되어 있다. 무늬목이거나 플라스틱 필름으로 표면만 처리한 것이다. 언뜻 눈에만 나무인 것이다. 나무 무늬 장식을 접착제로 붙이는 것은 건축, 가구, 벽, 마루의 실제 속을 숨기기 위함이다. 플라스틱 합성재 혹은 목재의 칩이나 섬유질은 강력한 산업용 접착제로 만들어졌다. 온통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다. 건축가, 디자이너, 시공자, 심지어 사용하는 소비자들까지도 이 산업자재를 거실 가구나 주방 가구로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껍데기 장식 베니어(veneer 무늬목)는 너무나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 효율의 시대에 나무를 가공해 가며 용도에 맞춰 사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산에서 벌채한 나무를 운송하여 규격에 맞춰 자르고 건조하는 일은 오히려 근대 이전으로 뒷걸음쳐 버렸다. 나무의 성질을 파악하고 가공할 수 있는 목수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주거 형태로 아파트가 60%에 달한다는 우리 사회에서 나무를 사용하는 문화는 완벽히 실종되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목재를 모르고, 문화재인 대목장은 소나무밖에 모르면서도 태연하다. 상황이 그러하니 나무에 관한 지식과 약간의 상식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목수의 일
나는 한 번도 직업을 바꾼 적 없이 원목과 목재를 다루는 일에 매진해 온 사람이다. 그런데 누구도 나를 목수라 부르지 않는다. 내 손으로 나무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대패와 끌질을 직접 하지 않지만 나는 나무의 겉모양에서 얼추 속살을 본다. 긴 시간이 나무에 관한 인사이트를 내게 주었다. 원목을 어떻게 유용한 목재로 만들 것인가? 용도에 맞게 나무의 두께와 길이를 절단해야 한다. 흔히 좋은 나무, 단단한 나무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비싼 나무는 있지만 좋은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단단한 나무가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악기의 울림통으로는 무른 나무가 필요하다. 그 쓰임에 맞는 나무가 좋은 나무다.
숲이 아니라 산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내 나무일의 출발이다. 다음은 벌채한 원목의 생김새에 따라 절단할 길이, 두께, 각도를 미세하게 맞추는 작업. 이 과정을 거친 나무를 제재목이라 부른다. 이 시대의 목수는 어디서든 다듬어진 제재목으로 작업을 한다. 건축 현장에서, 내장 가구 만들 때도 제재목을 고르는 것이 목수의 첫 작업이다.
그만큼 목수의 일이 편해졌다. <내촌목공소>는 집을 짓고 가구도 제작한다. 그러니 내 일은 나무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대의 디자인에도 소홀할 수 없다. 도쿄, 밀라노, 런던의 동시대 트렌드와 국내외 건축가, 디자이 너를과 늘 열린 미팅을 한다. 명성 높은 디자이너들의 빼어난 건축 공간에도 목공소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실 세계적 건축가들도 목재의 쓰임새와 시공 현장의 디테일을 모르기는 일반인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언제부턴가, 십여 년은 된 것 같다. 일본, 스위스, 영국의 건축가들이 목재의 적절 한 사용법을 알기 위해 강원도의 목공소를 빈번히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다하지 않고 그들에게 목재 작업 아카이브를 공개했다. 나 역시 그들로부터 디자인 조언을 구하고 수시로 도움을 받는다. 외딴 산골짜기의 목공소지만 세상과 실시간 대화를 놓치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어 즐겁다.
<내촌목공소>는 건축 대목일과 가구 제작 소목일을 함께 하니 어떤 목공소와도 다른 독특한 이력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겨울 젊은 목수들이 퇴근한 시간 그리고 주말마다 혼자서 꼬박 대패와 끌질을 했다. 나무 앞 벅찬 감동을 누를 길 없었기 때문이다. 강원도산 참나무, 밤나무, 낙엽송, 우리 산하의 목재를 내 손으로 다듬었다. 신명 났던 대패질에 지금 온몸이 아프다. 목공소 주위 진달래, 산벚꽃 붉고 철쭉, 귀룽나무 흰꽃은 막 터지려 하는데 어깨와 팔은 통증에 잡혀 있다 보니 올해 봄 산골짝 꽃잔치는 딴 세상이구나.
지금 시대에 나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한 프로그램이 생각납니다.
제이미 올리버가 미국으로 가서 급식을 바꾸겠다고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아이들이 치킨 너겟만 익숙하다 보니 진짜 생닭을 튀긴 음식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이 무얼 먹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현대인은 점점 더 현실을 모르는 바보가 되어가는 걸까요?
그런 면에서 본질을 추구하는 <내촌 목공소> 같은 곳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라프톤(Grafton)과 소전문화재단
소전문화재단의 문학인 레지던시 두내원 프로젝트(강원도 홍천군 두촌면)에 아일랜드 건축가 그룹 그라프톤, 한국과 미국의 주희성 건축사사무소, 내촌목공소가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에서 그라프톤은 커뮤니티 하우스, 갤러리, 온실, 목재 회랑 다리를 디자인하였고 건축가 주희성(Choo Ar-chitects, Inc)은 그라프톤의 한국 측 집행 건축가로 도서관, 장•단기 연수원, 주거 공간을 설계했다.
섹션 1에 펼쳐진 작업은 그라프톤이 두내원 디자인에 적용한 목재 구조다. 내촌목공소와 창민우 구조사무소에서 목구조 디테일을 완성하였다. 목재가 이음 결구만으로 건축의 구조재가 된 것이다. 콘크리트 철근 건축의 등장으로 불과 백 년 남짓한 시간에 우리가 잊어버린 목재 구조.
그라프톤은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그들의 건축 철학 Freespace를 제시한 바 있다. 또 202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그라프톤은 그 영예의 건축 커리어를 고스란히 두내원 프로젝트 디자인으로 옮겨 왔다. 옛 목구조 건축은 하나하나가 Freespace 아니었는가. 그라프톤의 목재구조를 통하여 내일의 건축을 짚어 본다.
* 강원도산 소나무로 제작하였다.
그라프톤(Grafton Architects)의 Yvonne Farrell, Shelley McNamara
고딕 하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구조들이군요.
꾸븐낭개(Burnt Wood) 프로젝트
내촌목공소는 직접 벌채한 강원도산 참나무를 태워 사용한다.
이 작업을 시작한지 오 년이 지났다. 우리 집안에는 태운 참나무로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태운 참나무라 전설이겠거니 했다. 일본의 야키스기(태운 삼나무)와 전혀 다른 참나무! 일본의 삼나무는 가볍고 약하여 목수가 작업하기에 더없이 편한 나무다. 반면에 참나무는 견고하고 무겁다.
목재를 태워 비교하면 참나무의 자태가 드러난다. 목질에 힘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검은색은 광택을 띤다. 참나무는 독수리가 하늘을 치달아 오르기 전 쉬어 가는 제우스의 나무다. 그리스 신전의 무녀는 참나무잎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신의 음성을 해석했다고 한다.
2023년 1월 더블린의 건축가 그룹 그라프톤(Grafton Architects)이 내촌목공소를 방문했다. 건축가 쉘리(Shelley McNamara)와 이본(Yvonne Farrell)은 소전재단의 문학 레지던시 두내원 프로젝트(홍천군)에 목구조 건축을 제안했다. 꼭 강원도 지역 목재 쓰기를 당부했다. 어떡하나, 저 산에 서있는 나무는 그냥 그림, 벌채 제재하여 경제적으로 사용할 방도가 없는 한국 임업의 현실을 설명했다. 산에는 임도가 없고 마을에 제재소가 없으니 앞산 뒷산의 빽빽한 나무를 사용할 방법이 없다는 것.
나무 한 포기 제대로 없는 나라 아일랜드 건축가는 나의 설명이 믿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서울에서 강원도 오는 길 옆으로 온통 산림 이더라, 내촌목공소 목구조 건축은 무어냐?"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부산과 인천항에 도착하는 미국 칠레 뉴질랜드 수입산 침엽수는 강원도산 나무보다 반의 반 값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 그러니 목수들도 우리 나무를 권하지 않는다. 목재 사용도 경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나서기로 했다. 벌채부터 시작했다. 벌채한 활엽수는 홍천 초입의 제재소에 널어 건조했다. 참나무를 선별하여 꾸븐낭개 (태운 나무) 프로젝트가 먼저 시작되었다. 물에도 잘 썩지 않는 밤나무는 데크재를 만들기 위해 따로 고른다. 목수 두 사람은 참나무 태우는 일만 했고, 태운 참나무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삼국사기는 신라 헌강왕 시절 수도 경주에서는 숯으로만 밥을 지었다"라고 전한다. 석굴암과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각의 바닥은 숯으로 채워져 습기를 조절했다. 참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었다. 나는 태운 참나무로 가구를 만들고 아웃도어 벤치를 제작했다. 비바람 맞으며 외부에 던져두어도 변색 없이 견고한 강원도산 활엽수 목재를 얻게 된 것이다. 화학 처리를 하거나 합성한 목재가 아니다. 집안에 전래되던 500년 전 레시피 그대로 참나무 꾸븐 낭개는 이렇게 내촌목공소 뜰에서 나왔다.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예술 작품이 된다.
내용을 알고 다시 검은 나무를 보니 그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나뭇결 살아 있는걸 보라! 나이테의 질감이 세월을 이야기해 주는 악보처럼 보인다.
옆면 단차가 보이는 부분은 톱질을 하고 나서 직각을 맞추지 않아 생긴 단차라고 한다.
그 단차마저 개성으로 인식하는 힘이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 / 모여서 하나 - 꾸븐낭개
꾸븐낭개로 만든 가구가 모여 있으니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찬란합니다.
벤치/ 불변 - 꾸븐낭개
진흙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녹슨 철판에 생명을 불어넣어 창조적인 예술작품을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 밤을 새워 작품에 숨을 불어넣었다.
붉은 녹청의 진흙 밭 위에 연못에 고인 여름 하늘빛을 담았고. 철판을 둥글게 도려내어 백련을 표현하였다.
우리 모두는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역경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제단 / 하늘을 바라보며, Flat #1, 2017
나무가 다했네요. 묵직한 느낌이 좋습니다.
Tree house,
마루 높은 집과 문화
우리에게는 여름철 친숙한 원두막이 있었다. 사대부 양반들 글이 또렷한 정자, 루(체)가 골짜기 따라 남아 있는 곳이 아직 많다. 돌 기초로 바닥을 다지고 나무 기둥 위에 작은 건축을 올렸다. 한자말로는 고상(高床) 집, 바닥에서 마루가 높은 집이다. 중국, 한반도에서 출토된 집 모형의 토기를 보니 동아시아 집의 원형은 고상집이다.
영어 트리하우스(Tree house)에 혹했다가 우리에게 오랜 정자, 루, 생활 속의 원두막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우리는 트리하우스가 아니라 '마루 높은 집'이다. 선조들의 마루 높은 집을 찾아 나선다.
정신은 더 높아 기둥에 남겨진 글 읽기가 벅차다. 마루 높은 집에 앉아 있노라면 바람이 선뜻하더니 달도 성큼 다가온다. 여름 뒤뜰 배롱나무는 금년에도 붉은 꽃을 피운다. 한국, 중국, 일본의 마루 높은 집 구조가 다르지 않아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동아시아 세 나라의 '마루 높은 집' 벽마다 한결같이 시(詩)가 다투며 걸려 있다는 사실!
이것이 문화다.
한 칸(間) 건축
기둥 하나에서 바로 옆의 기둥까지를 한 칸이라 한다. 그리고 다시 그 옆의 기둥 즉 세 번째 기둥까지가 두 칸이다. 한 칸은 보통 7자에서 12자까지 서민은 7자, 귀족 계급은 8 자, 대군, 공주, 왕족들은 12자, 이렇게 신분 지위에 따라 길이의 척도가 달랐다. 현재 도량으로 1자는 30cm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산의 나무를 대체로 7자로 잘랐으니 길이가 2.1m다. 서민의 1칸은 7자 2.1m. 그럼 첫 번째 기둥에서 뒤로 서 있는 기둥까지도 1칸. 뒤의 기둥에서 수평으로 옆에 있는 기둥까지 그러면 네 개의 기둥이 만드는 평면이 완성된다. 2.1m(7자) x2.1m(7 자)=4.41m2 평면, 한 칸 건축이다. 앞에서 보아 이 옆으로 연결되면 세 칸 건축. 초가삼간은 기둥이 전면 넷, 뒷면 넷 합하여 8개 기둥이 필요하다.
전통건축에서 가장 어려운 구조는 고대광실이나 절의 대웅전이 아니라 한 칸 건축이다. 한 칸 건축은 옆으로 위로 기댈 데가 없는 단순한 구조다. 대충 할 수 없고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니 목수에게 가장 난도가 높은 작업이다.
2009년 내촌목공소는 마을의 성황당을 지었다. 산신을 모시는 우리 마을 오랜 성황당이 쓰러질 듯하여 내촌 스타일로 다시 세웠다. 성황당은 한 칸 건축이다. 성황당 건축을 하며 한국의 성황당을 조사했다. 놀라운 사실 하나, 성황당은 동아시아 건축 평면의 기본 단위 1평이었다. '평'은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시행된 도량 단위다. 동아시아 민간에서 사용하는 척도를 한무제가 통일된 도량으로 제정했을 것이 분명하다. 여하튼 강원도 영서 지역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는 산골의 성황당이 1평이다. 평은 이렇게 우리의 삶에서 면면히 전래되고 있었다.
일본의 13세기 인물 가모노 초메이는 만년에 1평 암자에서 생활했다. 그의 수필 방장기(方丈記)를 통하여 우 리는 초메이의 1평 암자를 짐작한다. 흥미롭기는 1평 방장(方丈)은 한국 불교 총림의 맨 웃어른을 일컫는 용어다. 1평(坪), 평면은 작을지라도 품은 정신은 작지 않다.
오늘도 목수는 한 칸 건축이 가장 어렵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한 평 건축이야말로 미니멀의 끝판왕인 것 같습니다.
<태초의 집 - 고상(高床) 주거>
디자인: 이석(경희대학교 건축과 교수, 건축가) / NAUxLAB, 2024
제작: 내촌목공소, 2024
선사시대 인류의 주거 공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동아시아에서 만나는 가장 친숙한 형태는 고상집이다.
'마루 높은 집'이라 해석해도 되겠다. 중국 한나라 시대에 발굴된 토기에 고상집이 많다. 가야 토기에도 다르지 않은 고상집이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 규슈 선사시대 주거지에 아예 고상집을 세워 두었다. 동아시아 한국·중국·일본 문명의 동질성은 주거 형태만으로도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원시 건축을 탐구하는 내촌목공소에 건축가 이석 교수가 디자인을 얹어 주었다.
'마루 높은 집'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인류가 공유해 온 주거 형태임이 분명하다.
산속에 이 정도 공간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다. 실제 앉아 보니 너무 아늑했습니다.
남희조 작가는 뉴욕 프랫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회화, 조각, 설치, 도예 등 다양한 장르를 경계 없이 전개하여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한 폭넓은 작품세계로 고유한 감성과 철학을 표현해 왔습니다. 2015년 동양 여성 최초로 그리스 고고학 박물관, 도노 폴로스 미술관, 아테네 현대미술관, 크레타 현대미술관 4곳에서 동시에 전시를 열었으며, 2017년에는 한•중 관계의 불협화음 속에서도 한국인 중 유일하게 중국 북경 금일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2020년 일본 신원전 국제대상, 2022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Journey'는 자연의 작은 씨앗에서부터 자라난 생명의 직물과 삶의 여정을 연결 지어 승화시킨 작품으로, 생명의 순환과 시간의 무한성, 그리고 삶의 여정에 대한 깊은 울림과 사유적 의식을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나의 또 다른 시작이자, 나를 찾기 위한 끝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남희조, Who Am I, 2011
작가에게 이 낡은 철판은 예술가의 시작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소재였다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얼핏 얼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니 나에게 말을 거는 것도 같습니다. 작가도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Chromatic Landscapes 11, 12A, 12B, 2024
두툼하게 물감을 나이프로 발라 표현한 논밭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손맛이 물씬 느껴지는 이런 거칠면서도 정돈된 그림이 좋았습니다.
Journey 17, 2022
남희조 작가님은 질감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작품들이 그만의 질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기저귀를 차고, 깃과 섶이 없는 배냇저고리를 입으며, 이불을 덮고, 마침내 삶의 저녁놀이 되었을 때에는 수의를 입는다.
자연의 작은 씨앗에서부터 자라난 식물이 마, 면, 광복 등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직조 과정처럼 우리는 인연으로 만나 수많은 계절과 순간들에서 날실과 씨실이 되어 얽히고설키며 인생이라는 여정을 만들어간다.
여기 각각의 조각들은 시간의 흐름을 담은 증언이자 우리의 삶이 엮어낸 조각들이다. 어느 조각은 환희와 기쁨을, 또 다른 조각은 눈물을 머금은 기억들이다. 우리들은 고요히 그러나 분명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삶에 의미 있는 존재들이다.
기쁨, 슬픔, 사랑, 그리고 배움.
작은 인연들이 모여서 조금 더 큰 인연이 되고, 큰 인연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세상을 이루듯이 각 지점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남희조
Great Mountain, 2013
내 마음에 걸리는 모든 작은 것들까지 참회하고 싶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마음까지도.
그리고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부모님의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친구로 이웃으로서 내가 만나는 모든 것에 감사드렸다. 또 나는 소원했다. 어떤 어려움에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의지를 갖게 해달라고.
Meteora, 2011
동네 근처에 있는 상가 2층에 조그마한 창고 같은 작업실을 쓰고 있었을 때였다.
상가를 들어가는 입구에 항상 낡고 오래된 철판이 세워져 있었다.
어느 날 상가를 들어가던 중에 우연히도 그 철판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위에
열을 가하고
함마로 두들기고
드릴로 구멍을 내고
용접을 하고
색을 칠하고
내가 하고 싶은 다양한 것을 하기 시작했다.
Journey 240430 A, B, 2024
Cycle of Nature 4, 2022
스물둘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호된 시집살이를 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자리 잡기 시작한 우리의 신혼집은 남편 형제들 6남매와 거기다 사촌 형제들까지 시골 식구들이 한 사람씩 모여들어 나중에는 포개어 잘 정도로 가득 찼다. 그 시절 나는 몸뻬 바지를 입고 새벽시장에서 장을 봐가며 아침저녁으로 식사 시간대가 모두 다른 밥상을 15년도 넘게 차려냈다. 그때는 늘 달을 보며 기도했다
"이제는 혼자 사는 것이 무섭다" 하시며 어머니도 서울로 오셨다.
어머니는 손수 베틀로 짠 광목에, 직접 기른 목화솜으로 빵빵하게 채워 만든 솜이불 두 뭉치 그리고 커다란 광주리와 김장 다라이를 가져오셨다. 그 큰 이불 뭉치는 책상 위로, 냉장고 위로, 장롱 위로.. 그렇게 몸부림치며 몇 해를 옮겨 다니다가 결국 시누이 시집갈 때 얇고 예쁘게 변신하여 혼수로 실려 나갔고, 그 후 시누이 딸 시집갈 때마저 실려 나갔다. 광주리와 김장 다라이는 이사 때마다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도록 벽에 큰 못을 박고 손수 거셨다.
서울의 아파트로 이사 가서도 여전히 어머니는 그 두 물건을 벽에 제일 먼저 거셨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 광주리와 다라이가 걸려있던 자리에, 나는 수레바퀴에 어머니가 쓰시던 나무 솥뚜껑을 뒤집어 그림을 그려 걸었다.
나무 솥뚜껑 안에 이렇게나 절절한 사연이 있었군요. 그 힘들었을 때를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해 봅니다.
서클이 인생의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독일의 예술평론가 타티아나 로센슈타인은 허회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정제된 형태의 아름다움, '수공예 보석, 절대적인 조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영예로운 대상을 수상한 허회태 작가는 서예, 전각, 한국화를 섭렵하고 서예의 한계를
극복, 현대미술과 융합 접목하여 새로운 예술장르인 이모그래피(Emography)를 창시하였습니다. 이는 우주적 에너지와 생명을 불어넣는 융합예술로, 화선지 위에 영혼을 울리는 한 획을 긋는 붓질로써 천변만화(千變萬化)한 형상을 담아냅니다.
독일 전시와 7개월간의 미국 5개 갤러리 초대 순회전에서 ABC, FOX를 통해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으며, 스웨덴 국립 세계 문화 박물관의 초대로 이모그래피 특별전을 가지는 등 국제적으로도 많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한국 예술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많은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허회태, 헤아림의 꽃길 3, 2020
'헤아림의 꽃길'은 수행과 반복된 인고의 몸짓을 이겨낸 결과물로 단색조의 3차원의 조각으로 형성된 작품이다. 평면, 새김질, 그리고 서예를 아우르는 다원적인 작업을 지향했으며, 동(東), 서(西)의 미학과 문화 영역을 표용하여 입체와 평면 중 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결국은 우주의 작은 별인 지구별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삼투압 작용으로 조형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특색을 이루고자 했다. 작품 전반에 펼쳐진 흙과 닮은 황색이 갖는 색채학적 속성을 초월한 Key Color에는 대지에 대한 무한한 애착에서 비롯한 무게감을 갖고 작업했다.
측면까지도 그냥 두지 않았군요. 정말 예술입니다.
작가의 성실함에 감탄할 뿐입니다.
심장의 울림 1, 2019
작품 사이즈와 디테일이 시선을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새로운 시도들이 마음에 듭니다.
내가 찾은 꽃길 4, 2022
시간을 잊고 시간을 축적해 시간을 뛰어넘었다. 삶의 주체는'신'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각각의 '나'이다.
내 가슴에 피어나는 꽃에서 시작해 변화를 거쳐 다다른 '내가 찾은 꽃길'로 나와 우주에 대한 사유와 명상,
염원을 담았다. 동양의 정신적 사유들, 집중과 단순, 생략, 절제의 조형미로 그저 눈에 보이는 형상을 넘어서고자 했다. 파편과 조화로 수많은 개체와의 교감을 열어 주고자 했다. 보이지만 읽을 수 없는 파편과 이를 만들어 낸 생각과 시간, 열정, 섬세함으로 이를 보는 이들의 마음이 움직였으면 한다.
마치 우주에 떠있는 수 없이 많은 별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마치 은하수 같은 작품에 매료됩니다.
즐거운 세상 속 나무를 여행했습니다.
숲 속 여행이 콘셉트이라 그런지 피곤하지 않고 도리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끝없는 도전을 하고 계신 장인들의 숨결을 느끼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습니다.
늘 본질을 생각하며 일상에 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