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he Glorious World

@충무아트센터

by 상상만두


THE GLORIOUS WORLD


바다와 땅, 숲과 하늘의 경계에서 신비로운 색들이 피어난다. 끝없이 넓은 바다, 순백으로 둘러싸인 빙하, 눈부시게 푸른 야생의 숲, 아름다운 태고의 자연 속에 평화로이 머무는 상상을 해본다.

물리적 시간과 세상의 경계가 사라진 그곳에선 오로지 자연의 시간만이 존재할 뿐, 인간의 시간은 그 속도감을 아예 잃은 듯하다 자연이 보내오는 간결하고 평온한 리듬이 우리를 치유의 감각으로 이끈다. 멀어졌던 지구와 더 깊은 관계 맺음을 위한 성찰의 시간, 우리에겐 지금 그런 고요의 시간이 간절하다.


기후 위기 대응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이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2025년이 중대한 변곡점,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가 2030년과 2050년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를 좌우할 입법, 정책, 결정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은 기후변화로 당연시하던 일상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한 한 해였다. 1973년 이래 한국의 가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따듯한 가을과 초겨울 뒤엔 기록적 폭설이 찾아들었다. 마치 앞으로 더 위력적인 재앙이 다가올 거라는 섬뜩한 예고처럼 말이다. 이렇듯 기후 이슈는 당장 해결해야 할 절박한 위험이다.

하지만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것이 바로 기후변화를 얼마나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감각, 기후 감수성(Climate Sensibility)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 몇 년 동안 기록적인 폭염과 홍수, 대형 산불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기후감수성, 그것은 끓는 시대'로 접어든 지구의 환경과 나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철학을 기초로 한 기후 정의'가 재정립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기후 위기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진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구문화재단의 CCPP(Climate Change Photo Project) 두 번째 기획전시의 주제는 'The Glorious World; 장엄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이다. 아직도 태고의 모습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상에서 시작되는 전시는 문명의 아름다운 삶이라는 미명 아래 파괴되어 가는 복잡한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요한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당도하게 된다.

절박한 기후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움 말이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선택한 이유는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

The Glorious World, 여기 전 세계를 누비며 아름다움에 관한 거대한 담론을 펼치는 네 명의 사진작가가 있다.


사진작가들은 우리가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 깊은 곳의 서사를 들려주며 기후 위기의 절박함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지구와 함께 존재하며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준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의 시간 속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것은 단지 속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 동물이 함께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던 삶의 방식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새기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을 일깨우고 지구에 대한 관심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 속에서 깊은 치유의 에너지와 희망의 길을 발견하길 바란다.


석재현 예술감독




2025년,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가 개관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년의 역사를 넘어 성숙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은 충무아트센터는 세계적인 수준의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 1층 갤러리를 확장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재개관 기념 전시로 4개국 5명의 사진작가가 선사한 100여 점을 담은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Confession to the Earth'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올해에는 'The Glorious World"라는 타이틀로 또 한 번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이들의 작품은 우리가 쉽게 닿을 수 없는 지구의 가장자리,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웅대한 자연과 문명의 혜택을 온몸으로 누리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는 한편, 자연과 문명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가감 없이 쏟아 냅니다.


서울의 중심, 중구에서 시작된 이 작은 씨앗이 널리 퍼져 우리의 의식과 행동, 그리고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의미 있는 실천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사장, 사진작가









Glorious-03.jpg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Arctic -

The Edge of the World

북극_ 세상의 가장자리


RAGNAR AXELSSON

라그나르 악셀손


어린 시절에 나는 위대한 북극 탐험가들의 모험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다.

지구 위 가장 외진 땅에서 혹독한 폭풍과 극한의 추위를 뚫고 생존을 위해 싸우던 그들의 이야기는 소년의 눈을 뜨게 만든 놀라운 경험이었다. 탐험가들은 개 썰매를 타고, 텐트나 눈으로 만든 집에서 생활했다. 북극 탐험은 몇 년씩 걸렸고, 그들 중 일부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탐험가들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조사하고 새로운 지식을 세상에 전하려는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탐험가들의 곁에는 언제나 세상의 끝에서 살아가는 북극 주민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다. 한때 두껍고 견고했던 바다의 얼음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거의 40년의 세월을 북극 사냥꾼들과 함께하면서, 그린란드 바다의 얼음이 변해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제는 벗이 된 북극 사냥꾼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을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30년 전쯤, 툴레의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한 나이 많은 사냥꾼이 나에게 말했다. "뭔가 잘못됐군. 이러면 안 돼. 거대한 얼음이 병들었어.

그때부터 상황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북극 여행을 시작했고, 북극의 사진을 기록해서 세계에 알리고 역사를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녹아서 사라지고 있다. 시베리아의 툰드라 설원이 소멸하고 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다. 여기저기에서 신호를 보낸다. 지구는 한때 더 따뜻했던 적도 있고, 더 추웠던 적도 있다. 역사적으로 빙하가 지금보다 작았던 때도 있고, 더 거대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지구는 급속히 뜨거워지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이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고, 북극에 사는 사람들도, 세상의 나머지 사람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기회는 있고, 해결책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스나이펠스요쿨 빙하, 아이슬란드, 2022, Ragnar Axelsson, 150x221cm



빙하 강, 아이슬란드 고지대, 2020, Ragnar Axelsson, 90x132cm



이토코르토르밋의 썰매견, 2019, Ragnar Axelsson, 90x132cm



폭풍 속의 사냥꾼, 세르밀리크 피오르드, 그린란드, 2015, Ragnar Axelsson, 90x132cm, Audio 2



타실라크, 그린란드, 2018, Ragnar Axelsson, 50x72cm



파그라달스피야를 화산, 아이슬란드, 2021, Ragnar Axelsson, 90x134cm



악셀 토라렌센, 죠귀르, 아이슬란드, 1986, Ragnar Axelsson, 90x136cm






구드욘 토르스테인손 농부, 미르달루르, 아이슬란드, 1995, Ragnar Axelsson, 130x194cm, Audio 3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습니다. 구드욘 토르스테인손 농부님이 화가 많이 나있습니다.

밍크고래들이 죽어서 화가 난 거라 합니다. 표정이 그야말로 서사적입니다.



독수리, 로포텐, 2018, Ragnar Axelsson, 130x194cm, Audio 4



피야틀라박, 아이슬란드, 2023, Ragnar Axelsson, 90x135cm



해빙 위의 사냥꾼 캉에르티티박, 그린란드, 1995, Ragnar Axelsson, 90x135cm



스코르스비순드, 그린란드, 2013, Ragnar Axelsson, 90x135cm



미키데 크리스티안센, 툴레, 그린란드, 1999, Ragnar Axelsson, 130x190cm, Audio 6



북극의 해빙 위 사냥꾼, 잉엘필드피오르드, 그린란드, 2019, Ragnar Axelsson, 130x190cm


이 장면 하나로도 북극의 척박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썰매견, 잉엘필드피오르드, 그린란드, 2019, Ragnar Axelsson, 50x74cm



썰매견, 캅 토빈, 그린란드, 2013, Ragnar Axelsson, 50x74cm



썰매견, 그린란드, 2007, Ragnar Axelsson, 50x54 am



썰매견들, 잉엘필드피오르드, 그린란드, 1995, Ragnar Axelsson, 50x74cm



썰매견, 톨레, 그린란드, 1987, Ragnar Axelsson, 50x74cm


썰매견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썰매견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사진인 듯합니다.

일부러 연출하지 않은 생생한 장면을 담은 것이 훌륭합니다.



카아나아크, 그린란드, 2019, Ragnar Axelsson, 90x131cm



티니테킬라크의 폭풍, 그린란드, 2015, Ragnar Axelsson, 90x131cm


세 강아지들의 모습이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합니다.

눈폭풍이 부는 상황에서도 성격에 맞게 행동하는 개들의 모습에 웃음 짓게 됩니다.

씩 웃고 있는 썰매견의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빙하 폭풍, 스코르스비순드, 그린란드, 1995, Ragnar Axelsson, 90x131cm



네넷족의 캠프 주변, 시베리아, 2016, Ragnar Axelsson, 90x131cm


마치 유화 한 작품을 보는듯한 구도와 표정이 대단합니다.

이런 장면은 절대 연출할 수 없는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순록 목동, 시베리아, 2016, Ragnar Axelsson, 90x135cm



네넷족의 캠프 주변, 시베리아, 2016, Ragnar Axelsson, 90x135cm, Audio 5



툰드라 위의 알렉산드르, 시베리아, 2016, Ragnar Axelsson, 130x191cm



사냥꾼, 그린란드, 2007, Ragnar Axelsson, 130x190cm



사냥꾼 마즈 올레, 툴레, 그린란드, 2019, Ragnar Axelsson, 90x133cm



빌리 아담스, 우트키약백, 알래스카, 미국, 2023, Ragnar Axelsson, 90x133cm



티니테킬라크, 그린란드, 2015, Ragnar Axelsson, 50x72cm


티니테킬라크, 그린란드, 2015, Ragnar Axelsson, 50x72cm


죠귀르, 아이슬란드, 1986, Ragnar Axelsson, 50x72cm




코롤루요쿨 빙하의 해빙, 아이슬란드, 2024, Ragnar Axelsson, 90x134cm



바트나요쿨 빙하. 아이슬란드, 2018, Ragnar Axelsson, 90x134cm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상상만두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읽고, 쓰고, 그리고, 기록하며 살아갑니다.

4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