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face id 화면에서 '긴급상황', 다음 화면에서 '의료정보'를 누르면 된다.
사실 이 방법은 우리 반에서 가장 말이 없던 한 남학생이 찾아낸 방법이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 나는 해마다 나를 500살이라고 소개한다. 학생들 누구도 내가 500살이라는 것을 믿지 않지만, 어느 순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도 선생님이 500살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은 1년 내내 줄기차게 내 나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 반에서 가장 말이 없던 남학생 J는 내 나이에 전혀 관심이 없었음에도 아주 우연히 내 나이를 정확하게 알아내었다. 그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아이폰에 저장된 내 개인정보를 보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별 교류 없이,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인 내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J는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보통 내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만지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는 내 아이폰의 잠금 해제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6자리의 비밀 번호를 계속해서 입력했다. 하지만 6자리의 비밀번호를 맞추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10*10*10*10*10*10=1000000 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오니까 말이다.), 결국 쉬는 시간이 끝나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음 쉬는 시간에 누구지 시도하지 않았던 다른 버튼을 눌렀다. 바로 좌측 하단에 있던 '긴급상황'이라는 문자였다.
그리고, 이어진 화면에서 좌측 하단에 있는 '의료정보'라는 글자를 눌렀다.
그랬더니, 긴급상황을 위해 내가 몇 년 전에 이 휴대폰을 구매하며 입력했던 의료정보가 순식간에 노출되었다. 생년월일, 알레르기, 혈액형, 그리고 비상 연락처로 저장을 해 놓은 아내와 부모님의 연락처까지 말이다.
그동안 누구도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했던 내 나이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아낸 J. 그 순간 나는 2가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무수히 시도를 해보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우연히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곧 3월이 되고,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어른들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발견해 낼 학생들을 위해, 그들 스스로의 놀라운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시행착오'를 적극 장려하고, 아이들을 충분히 기다려 주는 2022년이 되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