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세적인간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기보단 내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더 쉽다.
삶에 충실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인간의 삶.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도 않는 인간의 삶인데 붙잡고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문해봐도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답답하게 허공에서만 맴돌 뿐
나의 뇌를 잡고 흔들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더라.
항상 죽음을 예견한 채 살아가는 삶이란 절벽 앞에 서서 절벽 너머엔 뭐가 있을 지 고민하는 삶이 아닐까.
걸어서 가든 뛰어서 가든 그 한 발짝 너머엔 죽음이다.
그런데 또 그렇게 죽음이란 존재를 망각한 채 그렇게 살아지는 게 삶이다.
죽음보다 무서운 건 인생 그 자체.
그래서 결론은 이러나 저러나 죽을 인생 어떻게든 잘 한번 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에서 나온 결론이 삶에 충실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느냐 인 거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안될만한 이유부터 찾아야겠는데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다는 거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맡은 바 역할이 있다는데 글쎄.. 내 역할은 조용히 사라져 주는 게 아닐까? 24년간 누군가의 인생 드라마의 조연으로 모든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이제 스르륵 사라지는 씬만 남은 그런 역할.
-----씬 24/5------
경란: (아무 말없이 무대 밖으로 뒷걸음질 치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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