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여자는 고민이 많다 (1)
해당 글은 2개월 전 작성했던 글입니다.
2020년 3월 일기
2020년이 되었다.
20대를 일 년도 안 남긴 29살이 되었으며 나름 대기업 대리다. 아 거기에 플러스 3잡러 컨셉 유지중
25살에 처음 유통업계에서 마케팅을 시작했다. 벌써 햇수론 5년 차 마케터. 5년이란 시간은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고등학교도 3년이고 대학교도 4년인 걸 보면 학교로 쳤을 때 졸업 시기인 것이다.
난 지금 여전히 마케팅을 하고 있고 마케팅 중에서도 가장 말랑말랑하다는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내 밑으로 수백 명의 후배들이 생겼고 (물론 내 직속도 아니지만) 그들은 나보다 더 말랑말랑하고 참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 만나는 인턴들만 보더라도 그들의 말랑말랑한 생각은 따라가기 힘들다 느꼈다.
돌이켜보면 작년부터는 새로운 시도조차 하려 하지 않았던 듯하다. 불평만 하고 제자리걸음이었다. 어차피 내가 말해도 바뀌지 않을 상황인 걸 너무 잘 알았으니 괜히 힘 빼기 싫었다.
그렇게 고인물이 되었다.
고인물은 썩는다. 그러나 썩은 것을 본인은 모른다. 후각은 한번 익숙해지면 역치가 높아져서 썩은 냄새를 못 느낀다.
25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고민한 건 내가 온라인 마케팅을 이 기업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란 거다. 사실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더라도 대기업에서는 최대가 과장일 뿐일 듯했다. 분야 자체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좁기 때문에 내가 이 업무만 한다면 과장, 팀장, 부장까지 다는 것은 힘들었다. 아니, 절대 불가능하다.
그럼 분야를 넓히면 되지 않냐 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데
나의 상사는 내가 분야를 확장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나의 성장을 바라지 않았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다. 내가 다른 업무를 하게 되면 자신이 힘들어질 것이라 판단해서 그랬겠지. 나쁜 x이라고 욕하기엔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니 어쩔 수 없다 싶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승진을 하냐 못하냐 보단 얼마나 오래 일을 하느냐에 있었다. 보통 사기업에서는 40대 초반에 차장 혹은 팀장이 되는데 그 후 40대 중반부터 임원을 할 사람들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50대에 임원이 되지 못한다면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임원까지 할 거면 신입으로 입사한 해당 기업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29살, 30살을 9개월도 안 남긴 상태에서 난 더 큰 미래를 계속 생각해야 했다. 코로나 19 이후 유통 시장은 오직 온라인만을 외치고 있었다. 오프라인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점점 작아지고 있고, 그나마 영업이익이라도 생기면 다행이지 적자를 내며 사라져 가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선택해야 한다. 가라앉는, 그렇지만 아주 천천히 가라앉기에 내가 40대까진 버틸 것 같은 ‘크루즈’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에 남아있을지 아니면 ‘돛단배’이지만 파도를 행해 돌진하여 신대륙을 발견할 온라인 유통 시장으로 뛰어들지 또 아니면 아예 다른 업계로 갈 것인지.
그렇게
한 달을 고민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