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요일 오후,
엄마가 전날 끓여놓아준 콩나물국을 그릇에 두 국자 담은 후 밥 한공기를 마저 담고 거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그리고 TV를 켠다. 나에게 주말 오후는 늘 이렇다. 이 순간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이다. 거실 오른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쇼파에서 아빠다리를 하고 밥을 먹으면서 TV 속 웃긴 장면을 보고 깔깔거리는 것은 나에겐 지난 한 주에 대한 필수 보상이다.
이 날은 TV를 켰더니 영화 리뷰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영화 관련 이야기라 재밌을거같아 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영화 ‘위대한 쇼맨’ 리뷰가 방송되고 있었다. 보통 볼 예정인 영화는 예고편도 되도록 안보는 성격이지만 위대한 쇼맨은 딱히 안볼것같아 리모콘을 돌리지않고 리뷰를 열심히 봤다.
위대한 쇼맨은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꿈의 무대로 전세계를 매료시킨 남자 ‘바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그는 소외된 사람들이 세상밖에 나올 수있는 역할을 하였다.
리뷰를 보던 중 가징 인상깊었던 장면은 그를 비판하는 글을 쓴 비평가에게 남자주인공 바넘이 웃으며 한방 먹이는 장면이다.
비평가는 신문에서도 모자라 길에서 바넘을 만나서도 바넘의 쇼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시각을 말했다.
그러자 바넘은 한마디를 한다.
홍보에선 선과 악의 차이가 없죠
그리고 뒤돌아서 그 자리를 떠났다.
무릎을 탁 치는 대사였다.
영화에서 결국 그 비평가의 비판글 덕분에 바넘의 쇼는 신문에 공짜 광고(?)가 되었고 해당 신문을 보고 과연 어떤 쇼인가 궁금해서 온 사람도 생겼으며 쇼는 갈수록 번창했다. 결국 인지도 없던 쇼는 비평가의 비판에 의해 더 크게 비상하게 된다.
나도 겸업으로 욕을 많이 먹은 것 같다.분명 피해주는 게 없어도 욕하는 사람은 욕하더라.
쟤는 저렇게 이것저것해서 뭐 되겠냐.
돈욕심이 많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욕을 아예 안먹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사회만 봐도 별 사소한 거로 다 욕한다. 쟤는 옷을 이상하게 입네, 쟤는 결혼생활이 안정적이지 않는 것 같네 등 본인이 상관하지 않아도 될 일들에 대해 이것저것 말을 옮기고 다닌다.
그래서 나도 바넘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욕도 인지도 축적이라고 말이다. 마치 연예인처럼.
만일 지금 당신 또한 욕을 먹을 예정이라면 바넘처럼 우리 웃으며 말해보면 어떨까?
오, 저를 욕해주셨군요!
감사해요. 오늘도 저를 아는 사람이 또 늘었군요!
그런데 당신은 아직도 남욕하는 것에
시간을 보낼 줄 밖에 모르나봐요!
p.s.
부처, 예수도 욕하는 사람은 있었다.
하물며 우린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