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못하는 당신에게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더 상처받지 마 이젠 울지 마 웃어봐
- 「흰수염고래」 / YB
이번에 졸업한 학생들을 위해 밴드부 친구들과 합을 맞추어 윤도현 님의 「흰수염고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졸업식에 많은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계셨지만 노래를 부르는 동안, 신기하게도 제 눈엔 학생들만 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던 가사였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노래 가사 중 유일하게 한 부분 '더 상처받지 마 이젠 울지 마 웃어봐'에서는 부르면서도 조금 미안하달까,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상처는 받아도 되고 눈물은 흘려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웃음이 나오지 않으면 웃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상담실에 오는 많은 학생들은 '제 문제를 남들이 봤을 땐 별 거 아닐 것 같아서 말하기 망설여져요.' '저보다 더 힘든 애들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저만 이런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말들로 자신의 문제를 축소하고, 별 거 아닌 것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어쩌면 학생이, 그리고 학생이었던 당신이 살아온 이 세상이 '뭘 그런 것 가지고 유난이야.' '별 거 아니야.' '울지 마, 신경 쓰지 마, 뚝 그쳐.'라고 말해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참는 게 익숙하고 그냥 넘기는 게 편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물론 힘든 그것이 너무 커 직면하는 것이 다소 불안하면 회피, 부정, 억압 등의 방어기제를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방어는 부적응적인 행동이 아닌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를 잠시 지켜줄 순 있어도 앞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방어기제를 개념화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도 방어기제로 억압·부정된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남아 증상으로 재현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게슈탈트 상담이론의 창시자 펄스(Fritz Perls)도 종결되지 못한 경험이 미해결 된 과제로 남아 이후에 강한 정서 반응으로 재현된다는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우울해야 할 때 우울하지 않고 불안해야 할 때 불안해하지 않고자 이를 회피하고 억압하면 마음속에 저장되어 불쑥, 특정 순간에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던 적은 없나요? 이유를 모르겠는데 괜스레 엄청 불안했던 적은 없나요? 갑자기 화가 나거나 답답하지는 않나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 이유를 찾으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직면입니다. 부정적 정서를 인식하고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과 마주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부정적 정서와 직면하여 마주 볼 때, 그 용기가 우리를 한 뼘 더 성장시킨다고 믿습니다.
힘겨운 삶이겠지만, 그래서 더 이상 '그 사건'으로 인한 내 생각과 감정을 신경 쓰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이 시간 작게 용기 내어 한 번 마주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왜 나는 그 부분에 취약할까 고민해 보는 것으로 나아가봅시다.
그리고 남이 나보다 더 힘든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내 인생을 내가 살지 남이 사나요. 내 인생은 나의 1인칭 시점입니다. 인어공주가 신데렐라보다 덜 힘들다고 인어공주 이야기 속 그녀의 고통이 덜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의 인생, 그 소설에서는 당신이 가장 힘들고, 당신이 가장 괴로운 게 맞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힘들어해도, 슬퍼해도 괜찮습니다. 부정하지 말아 주세요. 오늘은 자신을 껴안아주며 이같이 말해봅시다.
'사는게 쉽지 않지? 힘들다. 맞아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