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이 불행한 이유 8.

나와 당신의 뇌는 조금 멍청하다.

by 브라움

나와 당신이 불행한 이유 8. 하얀 곰이 떠올라서


지난주에 '반추'하는 것, 즉 사건을 되풀이하여 계속 생각하는 것이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끊이지 않아 밀려오는 고민들에 나도 모르게 잠식당하곤 합니다. 고민의 바다에 잠겨 허우적대다 보면 몸이 조금씩 가라앉게 됩니다. 어떻게 이 고민의 바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걱정을 조금 덜어낼 수 있을까요?


그런데 '반추하지 말자.', '걱정하지 말자.'라는 말은 사실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조금 멍청해서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 생각하게 설계되어 있거든요. 우선 뇌는 애초에 부정명령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Beltrán et al., 2019; Wegner, 1987). 부정명령은 긍정명령보다 인지적으로 더 복잡하게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수하지 말자' '떨지 말자' '우울하지 말자'등과 같은 자기 암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그 생각이 떠오기 때문입니다.

관련해 사고중지의 역설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웨그너((Daniel M. Wegner)의 하얀 곰 실험이 그것입니다. 웨그너 아저씨는 Trinity University 학생들에게 "하얀 곰을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지시를 받자 하얀 곰에 대한 사고빈도가 증가했으며, 이후 자유롭게 떠올리라고 했을 때도 억제당했던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들보다 하얀 곰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말 참 안 듣죠? 약간 뭐랄까 우리 집 막내가 생각나네요.


그래서 우리는 불안한 생각을 멈출 수 없고, 걱정을 쉴 수 없으며 자기 비하를 끊을 수 없습니다. 대신 편안하고 예쁜 장소를 떠올릴 수 있고, 코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좋아하는 웹툰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것을 하지 않음'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함'으로 걱정을 멈춰보는 겁니다. '하얀 곰'을 떠올리지 않지 위해서는 '파란 곰'을 떠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나만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들어보는 건 어떤가요? 어릴 때 편안했던 장소나, 내가 가장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끼는 장소를 떠올리는 거예요. 그곳의 풍경, 그곳에서 나는 냄새, 온도 등을 세세하게 떠올립니다. 혹은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코로 숨을 들이쉴 때 콧바퀴에 맴도는 찬 공기와 숨을 내쉴 때 콧구멍에 느껴지는 따듯한 공기, 그 온도에 집중해 보는 거예요.


이러한 주의 전환은 불안을 다루는데 필요합니다. 특별한 위협이 없는데 불안한 생각이 습관적으로 과도하게 드는 사람, 감정이 너무 강해서 안정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욱 그러합니다. 이는 회피를 위함이 아닌 회복을 위함입니다. 무엇을 위한 회복일까요? 자, 다음 단계는 감정 인식과 직면입니다. 충분히 회복하시고 다음에 만납시다. 당신의 존재를 긍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