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이 불행한 이유 3.

이불킥할 필요가 전혀 없다.

by 브라움
"모든 인간의 고민은 대인관계에서 비롯된다"
-알프레드 아들러,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
(1931, 김정운 역, 2014, 지형출판사).

나와 당신이 불행한 이유 3. 내 옆에 인간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불행하고[나와 당신이 불행한 이유 1. 참조] 내 옆에 인간이 있어서 불행합니다. 어떤 학생은 말합니다. '아닌데요, 저는 공부 때문에 불행한 건데요.' 그런데 사실 정말 '공부' 자체가 우릴 불행하게 할까요? 글쎄요. '공부를 못하는 나'에 내가 부여하는 의미, 예를 들자면 '열등한 나' 즉,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나'와 같은 사고가 나를 불행하게 하는 건 아닌가요? 혹은 누군가의 기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몰라요. 취업도, 연봉도, 결혼도, 자녀양육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결국 타인의 존재가 나를 불행하게 합니다.


이러한 불행, 즉 인간의 모든 고민은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Alfred Adler)는 '열등감'이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무인도에 갇혀 있지 않는 이상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줄 세우면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모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고, 취업 실패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닙니다. 내 외모와 취업실패를 평가할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한 의식이 나를 불행하게 합니다.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사실 다른 사람은 내게 별 관심이 없습니다. 두 가지 근거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인생네컷이나 단체 사진을 찍고 폰으로 전송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렇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확대해서 보는 것입니다. 왜인가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타인'은 무엇을 확대하고 있나요? 그들 '자신'의 얼굴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곤 '타인'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앨범에 방치해 놓곤 합니다. 다른 근거도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심하게 넘어진 기억이 있나요? 발표를 망쳐서 매우 창피했던 기억은요? 저는 초등학생 때 수치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느 날은 혼자 하교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옆을 지나가는 다른 반 무리들 앞에서 온갖 쿨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봇대에 머리를 박아 근처에 있던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치스러운 순간들은 내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어쩌면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시절 목격자들이 제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은 그 사건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까요? 전혀 아닐 겁니다(제발). 이처럼 인간은 '자신'에게 관심이 있지 '타인'에게는 사실 별 관심이 없습니다.(근거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다음 논문을 참조해 주세요: Two  Polarities  of  Attention  in  Social  Contexts:  From Attending‑to‑Others  to  Attending‑to‑Self (Kuang, 2016))


이게 참 인생 살면서 억울한 부분이기도 해요. 내게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개고생을 해야 하는 게 억울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관심에서 종내 지워질 내 모습을 나 혼자 지우지 못하고 이불킥 해야 하는 게 억울해요. 그러니 뭐든 잘 해내려 아등바등 사는 당신은 조금 안심하세요. 수치스러운 경험을 해도, 예를 들어 상사가 나에게 공개적으로 모욕감을 주어도, 내가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도, 어떤 집단에서 소외를 당해도 이러한 사건을 끝까지 기억할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요.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참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왕 비교할 거 나를 낮추는 비교가 아닌 타인을 높이는 비교를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저 사람보다 못한 나'보다 '꽤나 괜찮아서 닮고 싶은 저 사람의 그 부분'에 집중해 보는 거요. 나의 자존감을 지켜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충분하다면 난 충분한 사람이고, 내가 괜찮다고 하면 난 괜찮은 사람이에요. 나는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 글을 읽는 당신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내가 결정하는 거예요. 당신의 존재를 긍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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