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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un Jun 25. 2023

#37 사실 그렇게 해도 되잖아

시대는 돌고 돌고..

엄청 더운 여름날 엄마에게 짜증을 냈던 기억이 났다. 할아버지나 아저씨들이나 신는 샌들이라고 요즘은 그런 거 안 신는다고 투정 부리는 나에게 엄마는 시원한데 뭘 따지냐고 바보라고 했다. 발이 편한 게 좋다고 10미리는 더 크게 사라고 했을 때에도 누가 그렇게 왕발바보로 신냐고 투덜대기도 했다. 요즘 유행하는 고프코어룩에 흰 양말에 아저씨 샌들(트레킹 샌들이라고 한다)이나 트레킹 슈즈를 사이즈 크게 신는 것은 흔한 일이다.

엄마 말도 맞다고 사과하고 싶어졌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좌측통행이었고 에스컬레이터는 한 줄로만 타야 했다. 물은 사 먹으면 바보였던 시대도 있었고, 스타벅스를 가면 된장녀일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남을 쉽게 평가하고, 정해진 틀에서 벗아난 것에 가혹한다. 교육과 미디어, 사회가 효율을 위해 획일화된 매뉴얼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래놓고 노스페이스 패딩을 가져야 한다는 아이들을 비판하는 자가당착도 빼놓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A씨가 B씨를 평가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멍하니 커피잔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 라고 맞은 편에 앉은 A에게 대답하면서 이 자리에 없는 B에게도 속으로 같은 대답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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