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쓰다 힘들 때 도움되는 글귀

가톨릭 신자가 논문쓸 때 마음 다잡는 법

논문을 쓰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온다.


시간이 없다. 집중이 안 된다. 방향이 잘못된 것 같은데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왔다. 죽어라 만들어놓은 데이터에 결함이 생겼다. 선행연구를 다 훑었다고 생각했는데 새 논문이 나왔다. 이걸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넣는다면 어디에. 장 구성이 맞는지 모르겠다. 앞뒤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다시 앞뒤를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마감은 온다. 항상 (빠르게...).


이 중에 한 번이라도 "그냥 다 엎을까"라고 생각해본 적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위로를 줄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세세히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어쨌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때의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써 논문은 완성된다.

논문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과정을 통과한다. 그냥 원래 쫌 이렇게 힘든 일이다.


그 고난의 길에서 가톨릭 신자인 나는 늘 주님께 힘듦을 의탁하고, 성경 말씀들로 마음을 다잡아왔다.


대학원에 입학할 때부터 내 연구 방향의 전제는 하나였다. 이 연구가 사사로운 욕심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기를, 주님이 보시기에 좋게 되기를, 주님의 도구로서 내가 움직이고 주님의 뜻에 따라 나아가게 해달라는 것.


그렇게 기도하고 기도해도 논문 쓰는 과정은 늘 버겁다.

하지만 안 할 수도 없고, 해내야 하며, 쓰는 과정에서의 재미도 분명히 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씩씩하게 나아가되, 멘탈을 잡아주는 말 한마디가 있으면 조금은 수월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일종의 논문 고난 말씀 처방전이랄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시간이 부족할 때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 베드로2서 3장 8절


늘 왜 그렇게 시간은 부족한지. 마감은 다가오는데 쓴 건 없고, 열어둔 탭만 늘어나는 그런 날들이 이어진다. 그럴 때 나는 이 구절을 떠올린다. 하루를 천 년 같이 쓰면 못할 일이 없다!!

실제로 동료들이 시간이 없다고 할 때마다 이 말을 건네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절대 못 끝낼 것 같은 일들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끝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어디선가 발휘되는 초인적인 힘, 하루에 10장이 써지는 기적? 박사논문 쓸 때는 컴퓨터 위에 큼지막하게 써서 붙여놓고 되뇌었다.


하루를 천 년 같이... 하루를 천 년 같이...



2. 결과가 마음에 안들 때


"잘못된 점프가 결코 쉬운 점프는 아니다" -김연아 스텔라


성경 말씀은 아니지만, 내가 오래 좋아해온 말이다. 우리 스텔라 자매님, 연느님의 명언이다.

논문을 쓰고 나서 100% 만족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다 다루지 못한 것들은 후속 연구로 남기고, 이 연구가 가진 한계들도 스스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떨 때는 그 한계가 너무 커서 논문 전체의 의의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유독 이 말이 힘이 됐다.


그래, 잘못된 점프가 쉬운 점프는 아니야. 이만큼 쓰기도 쉽지 않았어.


이제 잘 보내주고, 다음엔 잘 된 점프로 가보자. (부디)



3. 절실하게 기도하다 문득,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 마르코복음 11장 24절


너무 간절하거나, 앞이 보이지 않거나, 그냥 막막할 때 보통 절실한 기도를 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문득 이 구절이 떠오른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이미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고. 그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상하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지금 이 자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다시 논문 쓰기로 돌아간다.



논문은 결국 혼자 쓰는 일이다. 지도 교수님도, 동료도, 함께 앉아줄 수는 있지만 문장은 내가 써야 한다.


그 외로운 작업 앞에서 말 한마디가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 그게 꼭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

성경 구절이어도 좋고, 피겨 선수의 인터뷰여도 좋다.

지금 이 순간을 버티게 해주는 말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논문과 씨름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말씀 처방전이 조금이나마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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