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의 즐거움

온갖 불안이 밀려올 때

오늘은 5시간 정도, 오롯이 집안일에 몰두했다.


한 주 내내 강의의 연구에 논문 작성에 너무 시달려 있었고 그래서 밤 12시가 다 돼서 겨우 집에 오면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 남편이랑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자는 일상이었다.


역시나, 이럴 땐 집도 난리가 난다.


건조기만 돌려놓은 빨래가 소파 위에 절반을 차지하게 되고 설거지도 쌓여 있고 빨래도 한가득이고 이불은 언제 정리했는지 모르게 뭉쳐 있다. 생존 모드로 들어가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예전 같았으면은 그래도 바쁜 일이 끝날 때까지는 그냥 이런 상태를 지속했겠지만 ㅋㅋ

어느 정도 짬이 생긴 나는 이럴 때 과감한 결정을 한다.


바로 집안일.


묵혀뒀던 이불빨래를 했다. 사랑스러운 건조기가 있기 때문에 오늘 밤에는 뽀송뽀송한 이불을 덮고 잘 수 있다.


장을 봐왔다. 볶음밥 라면 계란후라이 같은 빨리 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밥상을 채웠었지만 오늘은 제대로 해 먹고 싶었다! 소불고기와 미역 무 장조림 등을 사왔고,

소고기와 미역을 달달 볶아 미역국을 1시간 넘게 푹 끓였다

무는 살짝 데쳐 나물을 만들고 장조림도 두고 소불고기는 대파를 얹어서 조금 상큼하게 먹을 생각이다.


청소기는 15분을 돌렸다.

보통은 화장대가 있는 방에서 머리를 말리고 머리카락을 치우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너무 오래 청소기를 안 돌리다 보니 먼지가 데굴데굴 굴러다녀서 아주... 그래서 구석구석 청소기를 밀고 나니 아주 기분이 좋다.


창고처럼 쓰고 있는 작은 방에 쌓아놓은 온갖 잡동사니도 정리하고 쇼파에 페브리즈 뿌리구 환기를 했다. 집안일할 때 들으면 좋은 팝송을 틀어놓고 기쁘게 집안을 치웠다.


다 먹지 못해서 얼려 놨던 냉동실에 있는 오래된 음식들, 스무디를 해 먹겠다며 소분해 놨던 과일들도 이제 청산을 해주었다.


우리 집에는 웅이 아버지라 불리는 음식물 처리기가 있어서 보통은 이 음쓰기로 처리를 하지만 냉동실에 가득 채워 있던 오래된 음식들은 그렇게 처리할 수가 없으니 한가득 갖다 버렸다. 거의 5kg가 넘다.


생태주의자니 어쩌니 하면서 음식 소중히 먹자고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정말로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고, 부지런히 먹어내야지..


여튼 이렇게 실컷 몸을 움직이고 나니 머릿속도 정리가 되어간다. 내일부터는 다시 열심히 하자!


그리고,

물 먹은 나비처럼 지쳐서 돌아오는 나를 불쌍히 여겨 맞아주며 연구실로 데리러오고 밤마다 밥까지 차려줬던 남편에게 보은을 할 차례이기도 하다.


맛있는 소 실컷 먹고 주말에도 달려보자.

뽀송뽀송해진 집도 잘 돌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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