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시 한편,

봄의 의미

벚꽃 폈다, 봄이야


요새 10대 애들은 픽시를 탄대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야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묘기를 부리면서 멈추는 게

그게 재밌는 거래


책임없는 속도가 멈춰지는 순간들을 떠올려봐


AI는 우리 뇌를 멍청하게 만들어요, 하는 교수들한테

교수님은 이미 교수니까 그렇죠, 현실을 모르잖아요

우상향하는 성적을 보면서 어떻게 그 잘난 애를 안쓰겠어요

제가 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데요

그리고 제가 써내면 점수 쩍게 주실 거잖아요

영 돌아오지 않는 답이 어영부영 떠다니고


쯧쯧거리며 입밖으로 소리내지 않고 말하는 법을 익히는

어른들을 봐

쉬쉬하다 못해 이젠 생각도 내지 않는 듯해


3천세대 아파트 대단지여도

그 안에 사는 사람 하나를 모르고

윗집은 아저씨가 때려서 유리창이 다 깨져있다고 그때 경찰이 그러던데,

가장 가까이 사는 윗집 옆집 아랫집이 밉기만 한 상황에서도

그래도 매년 집값이 오르니까 그걸로 위안삼는 나를 봐


절벽에 사는 비둘기가 아파트 실외기마다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비명을 지르며 고압세척기로 둥지가 뜯겨져 나가는 매일 속에

비둘기도 살아있다는 걸 잊은 지는 오래야

터 잃은 비둘기처럼 놀 곳 잃은 애들은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

험상궂은 아저씨는 애들을 세워놓고 이때다 싶어 욕지꺼리를 해

비실비실 웃으며 왜 욕해요 하는 애들한테 꼭 그렇게 해


벚꽃이 나뒹군다고 경비아저씨를 잡는 부녀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온갖 벚꽃이 찬란히 피고

우리는 금연 표시가 적힌 나뭇잎 모아둔 창고 옆에서 담배를 피우지


벚꽃 폈으니까 진해를 가볼까

한번 픽 웃고, 꽃잎에 담배불을 끄고

벚꽃 폈다 봄이야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는데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우리집 실외기에는 비둘기가 둥지를 틀지는 않을까

온갖 불쌍한 생각들이 소생한

봄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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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노트: 날이 따뜻해지니 온갖 만물이 바깥으로 나옵니다 중학생 정도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다 입구로 나오는데 들어오는 차랑 마주쳤나봐요 엄청 큰 픽업트럭이었고 차를 세우더니 그 애들한테 쌍욕을 하면서 자전거를 왜 여기서 타냐고 난리 난리를 치더라구요 애들은 지나는 길이었고 위험하게 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차주가 화날 순 있을텐데, 그래도 무슨 권리로 그 애들한테 그렇게 욕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아파트 게시판에 광고가 붙었습니다. 비둘기가 실외기에 둥지를 틀면 고압세척기로 한번에 치워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옛날에 제가 살던 집에도 비둘기가 둥지를 튼 적이 있었어요 새끼를 낳았고 잘 품어서 키웠어요 그런데 얘네는 둥지를 튼 다음에 배설물을 그대로 깔고 앉으면서 뭉개고 뭉개고 하며 크더라고요 금방 실외기가 부속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새끼를 바깥으로 떨어뜨리기를 하겠습니까 뭐 어떻게 하겠습니다 다시 날아갈 때까지 몇 주 기다렸다가 어느 날 둥지가 비었을 때 납작한 삽 같은 것으로 밀어내고 치운 다음에 망사를 덮어 못 오게 했어요 비둘기도 어느 절벽에 살고 싶었겠지요 그러지 못해 어느 곳이든 집을 짓기는 해야 할 텐데 하필 그게 우리 집일 때 싫기는 해요 그런데 죽든 말든 일단 내집은 싫으니 바로 치워버릴게 하는 마음은 영 생기지가 않습니다


벚꽃이 피는데 마음이 영 봄같지가 않습니다

점점 더 훵해지는 듯합니다

그다지 따스하지 않고 쌀쌀한 봄에 문득 아파트에서 마주친 풍경들을 봄 풍경 안에 겹쳐보고 싶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는데 마음도 좀 소생하면 어떨까, 내 마음은 어떻게 소생될 수 있는 것일까, 조금 더 예쁘게 소생될 순 없는 걸까, 이런 고민들을 담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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