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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May 19. 2018

주말은 왜 짧게 느껴질까?

짧게 느껴지는 주말 속 과학썰

벌써 밤 11시다. 주말이니까 잠 좀 더 자고, 방청소하고, 밖에 나가 여자 친구와 영화 한 편 보고 온 게 전부인데, 오랜만의 휴일이 벌써 다 지나갔다. 갑자기 배신감이 느껴진다. 월요일은 지독하게 시간이 안 가는데, 주말은 하루가 12시간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왜 주말은 뾰족하게 한 일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걸까? 내가 한심한 놈이라 그런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주말이 주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지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한 열역학 법칙을 활용해 설명할 수 있다.

그림 출처: 보리킴의 블로그


기체가 내부에 들어있는 피스톤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기체는 들어오거나 나가지 않지만, 열 에너지는 내/외부에서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다고 하자. 이 피스톤에 열(Q)을 가한다면, 피스톤 안의 기체 분자들은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전달받아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되고,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만큼 피스톤 경계에 부딪히는 횟수가 많아지고, 피스톤을 밀어 올리는 힘이 강해진다. 이것을 '압력'이 커졌다고 한다. 압력이 커지면 피스톤이 올라가며 피스톤 내부의 기체 분자들이 차지하는 공간, '부피'가 커지게 된다. 부피가 충분히 커지고 나면 기체 분자들이 피스톤 경계에 부딪히는 횟수가 줄어들어 압력이 이전과 같아지게 된다.


이제, 이 피스톤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피스톤을 '하루'로, 피스톤 내부를 우리가 느끼는 '체감 시간'으로, 기체 분자들을 '단위 시간'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단위 시간은 편의상 입자 1개가 1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입자 1개가 10분이나 1분을 의미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피스톤의 크기(하루-24시간)은 동일하지만, 주중과 주말의 체감 시간은 큰 차이를 보인다.


외부로부터 매일 공급되는 열 에너지(하루 식사량)는 일정하다고 가정하자. 보통 주중을 과제와 업무에 시달리며 지내다 보면, 매일 공급되는 열 에너지(식사량)에 비해 에너지 손실량이 더 커지게 되어, 피스톤 내부 단위 시간 분자들이 가진 에너지양이 감소하게 된다. 말하자면, 각각의 1시간을 의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에너지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단위 시간 분자들이 가진 에너지양이 감소하면, 피스톤의 압력도 따라서 감소하고, 압력의 변화 때문에 부피(체감 시간)도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이 오면, 과도한 열손실로 인해 피스톤 내부의 단위 시간 분자들이 가진 에너지양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말하자면, 1시간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한 것도 없이' 보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길. 주말에는 에너지 손실량에 비해 공급되는 열 에너지(식사량)가 훨씬(!) 많다. 주중의 에너지 손실량이 클수록, 주말에 공급되는 열 에너지(식사량)도 더 커진다. 주중의 손실량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다. 덕분에 주말 동안 피스톤 내부의 단위 시간들이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되고, 다시 1주일 동안 유달리 길게 느껴지는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주중의 체감 시간이 유달리 길게 느껴지는 것은 '주말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느긋하게 지내며 에너지를 절약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주말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낭비) 하기 때문이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이유는 단위 시간 동안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운동에너지가 주중의 과도한 노동 때문에 손실되었기 때문이다. 주말 동안 충분한 열에너지(식사량)를 피스톤 내부로 공급하면, 단위 시간 분자들이 다시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되어 1주일 동안 유달리 길게 느껴지는 하루들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저녁 먹고 침대에 누워 있다고 너무 자책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자책할 시간에 치킨을 한 마리 시키도록 하자.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다음 주의 길고 험난한 일주일을 효율적으로 지내기 위해 무의식이 선택한 전략이다.


p.s. 그러니까 조금만 더 격렬하게 누워 있다가 효율적으로 과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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