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과 불안정성: 효소의 양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씩 완전무결함을 추구한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거나, 좋은 성적을 받으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군살 없는 몸매를 갖고 싶어 하면서,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다 먹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불완전하고(우리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맡은 일에서 좌충우돌하기 일쑤다.
하지만 당신이 스스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당신이 가진 불완전함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작은 기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생명체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비밀은, 바로 효소에 있다.
효소는 그 자체로 불완전성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기 고분자이다. 효소는 '불안정한 상태'와 '조금 더 불안정한 상태'를 오가며 우리 몸속 수백만 가지의 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도와준다. 효소를 이루는 단백질은 길-쭉한 아미노산 밧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완성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물론, 인간 인식의 지평 바깥에 있는 찰나의 순간이다). 아미노산 밧줄 가운데 먼저 만들어진 부분은 이 약간의 시간 동안 허공에(정확히는 체액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는 아미노산 밧줄에게 매우 불안정하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따라서 아미노산 밧줄의 먼저 만들어진 부분은 자기들끼리 매듭을 만들어 안정적인 상태를 이루게 된다. 말하자면, 단백질은 여러 개의 매듭이 주렁주렁 달린 길쭉한 아미노산 밧줄로 커다란 하나의 매듭 덩어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미노산 밧줄의 작은 매듭들이 만들어지는 순간에는 가장 안정한 형태를 띠지만, 이 밧줄로 만드는 하나의 커다란 매듭 덩어리(단백질)는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장난감 블록을 생각해보자. 먼저, 아이들에게 한 번에 200-300개의 블록을 10차례에 걸쳐 나눠주면서 각각 안정적인 모형을 만들라고 한 뒤, 10개의 작은 모형들을 이어 붙여 구조물을 만들게 한다.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200-300개의 블록을 한 번에 나누어 주고 하나의 안정적인 구조물을 만들도록 한다. 두 구조물을 비교해 본다면, 200-300개의 블록을 한 번에 사용해 만든 구조물이 훨씬 안정적일 것이다.
이 불안정함이 효소의 마법을 가능하게 만든다. 효소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쉽게 서로 다른 모양을 어렵지 않게 오갈 수 있다. 만약 효소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가장 안정적인 모양을 갖고 있다면, 그보다 불안정한 상황으로 만드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누워 있을 때(가장 안정함) 책상에 앉히는 것(조금 불안정함)보다, 책상에 앉은 우리를(조금 불안정함) 일으켜 세우는 데에(불안정함) 더 적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효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 더 나아가 자연은 불완전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은 넓은 하늘을 날아다닐 날개도 없고, 바닷속을 오랫동안 헤엄칠 수 있는 아가미와 지느러미도 없다. 타조의 날개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닭의 날개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오늘 하루 동안 우리가 만났던 많은 것들이, 세상은 지극히 불완전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세상 모든 것들이 지극히 불완전한 덕분에, 아무리 작고 하찮은 벌레라도 '열등'하지 않다. 열등한 것과 우등한 것은 없고, 다만 각자가 처한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는 생물종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특별하다. 주어진 환경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순응하며 고유한 삶의 노하우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당신의 효소는 주인을 닮아 지극히 불안정한 고분자이다.
그 사실이 모두를 특별하게 만든다.
<참고문헌>
[1]. Berg, Jeremy M., John L. Tymoczko, and Lubert Stryer. "Biochemistry, ; W. H." (2002): 5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