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곰돌이 May 04. 2018

간접흡연은 '무해'해질 수 있을까?

담배를 바라보는 과학자의 시선

평소와 다름없이 노래방 알바를 하는 중에, 졸업식 공연을 함께했던 합창단의 테너 형을 만났다. 테너 형은 흡연자였는데, 궐련형 전자담배인 IQOS를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이거는 실제 담배보다 냄새도 거의 안 나고, 유해물질도 10%밖에 안 나온대." 흥미로운 형님의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야, 요즘에는 별의별 담배가 다 있구나.'생각했다.


담배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전체 흡연 관련 질병의 20%를 꾸준히 차지하는 간접흡연의 위험성으로 인해 담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비흡연자들과, 그로 인해 궁지에 몰리고 있는 흡연자들의 반발이 뜨겁다. 갈등이 절정에 치달았던 2004년 "공중시설 내 흡연을 제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은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흡연권'과 '혐연권'이 정면으로 충돌한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흡연권과 혐연권을 "똑같은 헌법상 기본권이기는 하지만 건강권과 결합한 혐연권이 더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후 국가와 사회의 금연을 위한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1]

혐연권의 손을 들어주었다.


흡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정책이 시행되거나, 계획되었다. 먼저, 지난 정권에서는 담뱃값에 포함되는 세금을 대폭 인상하여 흡연을 줄이고자 했지만 정책 시행 직후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금 수입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담배를 끊은 사람은 없고, 모두들 늘어난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흡연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흡연부스'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흡연공간 또한 여전히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의 공공기관 중 실내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017년 9월 기준 25만여 곳이지만, 서울의 실외 흡연 구역은 2016년 기준 43개소에 불과했다. [2] 또 다른 대도시인 광주도 비슷한 실정이어서, 금연 구역은 2018년 3월 기준 4만 4084곳이었지만 실외 흡연 시설은 2018년 3월 기준 3곳에 불과해, 오갈 데 없는 흡연자들의 하소연이 폭발했다. [3]


신입사원이 과장님, 부장님, 사장님과 맞담배를 피우게 될 수도 있다.


흡연구역이 늘어난다 해도 최선의 해결안이 될 수 없는 까닭은, 다분히 비흡연자들의 필요와 경제 논리에 의해 구성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흡연구역은 비흡연자들이 왕래하지 않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외진 공간에 설치되기 일쑤고, 매우 비좁은 데 비해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다른 사람의 찝찝한 담배 연기까지 고스란히 맡아야 하는 불쾌한 상황을 견뎌야 한다. 이 모든 문제가 '간접흡연의 유해성'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물음을 품기 시작했다.
"간접흡연을 무해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대표적인 것으로 지난 2017년 5월에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 글로, 릴)"가 있다. 지난 11월 기준 판매량이 7000만 갑을 돌파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담배에서 바로 나오는 담배연기에 유해물질이 90% 이상 적게 함유됐다는 필립모리스(PMI)사측 연구결과 발표의 탄력을 받아 고공행진 중이다. 영국 독성위원회(COT)에서도 일반 담배보다 담배연기에서 우려되는 유해물질 노출이 감소되어 덜 유해할 것이라 결론 내렸고,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은 담배 연기에서 주요 발암물질(1.3-부타디엔, 벤졸 포함)이 비교적 적었고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 배출량도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4] 


일반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에 비해 적게는 1/5, 많게는 1/50까지 유해물질이 줄었다.


물론 이러한 연구결과가 '무해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담배연기 속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필립모리스 관계자 또한 "아이코스가 무해하다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5] 하지만 간접흡연의 가장 큰 원인이 담배에서 직접 나오는  담배연기이고, 흡연자가 내뿜는 담배연기는 흡연자의 기관지를 통해 유해물질이 상당수 걸러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과학자들의 새로운 시선이 담배를 둘러싼 갈등에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담배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수없이 많았지만, 흡연자와 혐연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아직까지 없었다. 쾌적하고 접근성이 좋은 흡연부스가 충분히 보급되는 날도 꽤 멀리 있어 보인다. 과학자들은 '간접흡연 자체를 무해하게 만들면 어떨까?'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담배 제조회사들과 흡연자, 혐연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참고문헌>

[1]. 대학신문. 2014-03-22. 담배와의 전쟁,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상생을 위하여
[2]. 데일리안. 2017-12-20. 아파트, 당구장 금연구역 지정... 불붙은 흡연권 vs 혐연권 논란
[3]. 광주일보. 2018-03-16. 금연 좋지만 실외 흡연시설 도입 고려해야
[4]. 해럴드경제. 2017-12-24. [전자담배 간접흡연 2]'일반 담배보단 낫다' vs '담배는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5]. 뉴스핌. 2017-11-07. [불붙은 전자담배] 간접흡연 걱정 마?.. 아이코스가 불편한 비흡연자들
[6]. Philip Morris International Science Institute newsletter. 2017-05. 


매거진의 이전글 물리학 법칙이 완전할 수 없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