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물리학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자연(nature)을 '단순하고 완전하게' 이해한다고 믿는다. 지구와 달, 우주 천체들의 힘의 관계를 규명한 뉴턴의 고전역학, 시공간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명료한 식으로 만물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물리학자들은 가급적 넓은 범위의 자연 현상, 그리고 가능하다면 모든 자연 현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오늘날 물리학은, 적은 수의 법칙만으로 거의 모든 알려진 자연 현상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해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물리학(Physics)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 생각은 조금 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오늘날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현대물리학이나 양자역학은, 하나의 방정식을 풀이하는 데 노트 8권을 빼곡하게 채워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학파마다 동일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도 달라서, 동일한 현상을 설명하는 서로 다른 모델이 모두 맞는 것으로 인정되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물리학이, 자연을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하게 되고, 동일한 현상을 서로 다른 모델로 설명할수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물리학이 수학처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모델 안에서의 완전무결한 공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조금더 잘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인정되는 것들을 기반으로 논리를 발전시키고, 공리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수학에는 틀릴 가능성이 존재할 수 없다(물론 수학도 지극히 난해한 문제들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모든 물리학 공식은 언제나 틀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에서, 모든 관찰과 실험은 필연적으로 오차를 갖고 있으며 인간 인식(Human recognition)의 지평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유한한 결과들을 토대로 그것을 설명하는 공식(모델)을 정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한한 결과들을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 공식(모델)은 그것이 얼마나 복잡한가에 관계없이, 맞는 공식(모델)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되고, 반대로 말하면 모든 공식은 언제나 틀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물리학 공식은 주어진 자료들을 설명할 수 있는 한 참이 되며, 새로운 자료가 등장했을 때 공식에 의한 이론적 계산값과 맞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물리학 법칙들은 완전할 수 없다.
어쩌면 이런 점이 물리학을 공부하는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