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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May 20. 2018

생물학으로 보는 '젊어서 고생론'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생물이 꼭 생명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과거, 자유 한국당 김무성 대표가 알려주는 악덕 고용주 대처법이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말인즉슨, "악덕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것도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라."가 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젊어서 고생이 인생에 좋은 경험이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다 보면, 문득 이래 가지고 잘 살기는커녕 살 수 있겠나 싶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생물은 정말로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생물보다 생명력이 강할까? 이에 대한 생물학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진화학의 아버지, 찰스 다윈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먼저 생명력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생명력이란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여 나가는 힘'이다. 그러니까 위의 질문을 살짝 바꿔보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생물은 아무 데나 던져놔도 잘 살아남는 능력이 강할까?" 정도로 생각해도 괜찮겠다.  그 답은, 우리 주변에서 구할 수 있다. 


지구의 대기는 생물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지구의 대기는 약 70%의 질소와 20%의 산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소 생명체는 물론이고 금속마저 산화시키는 강력한 산화제이다. 이 산화력 때문에 생물의 노화까지 일으키는 기체라서, 한동안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품', '항산화 화장품'등 '항산화'라는 개념이 웰빙의 필수 요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을 정도다. '산소가 풍족한 환경'이 오히려 '척박한 환경'일 수 있다는 말이다. 


환경에 대한 판단은 각각의 종이 가진 생활방식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어야 한다.


성장기에 생존에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인간을 상대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 옮겨 놓았을 때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일례로, 1920년 동부 인도에서 발견된 '늑대소녀' 일화가 있다. 인도 동부 '미도나포레'정글의 늑대 동굴에서 발견된 두 소녀는 늑대와 함께 굴속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생물학적으로는 분명히 사람이었지만 생활은 늑대와 같았다. 사람들은 작은 아이에게 '아말라', 큰 아이에게 '카말라'라는 이름을 붙이고 고아원으로 보내 키웠다.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할 때 '생존에 유리한 환경'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 결과 아말라는 일어서거나 말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1년 후에 사망했고, 카말라는 9년을 더 살다가 16살에 사망했다. 정서는 3~4세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 야생아로 등장하는 송중기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인간은
풍족한 환경으로 옮겨 놓으면 번영에 성공한다.'
는 생각은 틀렸다.


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다른 생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에서는 과거 남극과 북극의 바닷물, 흙, 펭귄 배설물 등에서 생장하는 미생물 균주를 채집하여 따듯한 환경에서 배양해 보았다.[1] 대부분의 극지 미생물은 영상 4도에서 자라지만(대장균 같은 일반 세균은 거의 생장하지 못한다) 대장균이 가장 잘 자라는 37도가 되면 아예 생장하지 못한다. 각각의 생명체는 처한 환경에서 번영할 수 있도록 최적화될 뿐, 척박하다'라고' 판단되는 환경에서 생존했다는 사실이 그 종의 생명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


'척박하다'라고 판단되는 환경에서 생존했다는 사실이
그 종의 생명력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다.


요약하면, 젊어서 고생을 했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다. 젊어서 혹독한 육체노동을 하면, 복잡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견딜 수 있도록,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적응할 수 있지만, 그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몸이라도 다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참고문헌>
[1]. 한겨레신문. 2004-08-03. 극지 미생물 그 질긴 생명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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