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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May 23. 2018

과학자에게서 1인 미디어를 보다

끊임없이 흥미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 과학자

근 2-3년간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지 반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게을렀던 탓에 롱런하지는 못했지만, 취미 삼아 이곳저곳에 투고하던 글에 조금 더 욕심이 났다. 그렇게 공대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운 좋게 브런치의 과학칼럼 작가로 이어졌다.


여전히 공대에서 글을 쓴다고 하면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공대와 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당장 자정을 바라보는 지금도 발표를, 혹은 논문을 준비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만난 동료들만 하더라도 '스스로'쓰지 않을지언정 '쓰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나 '스스로'이야기를 쓸 수 있느냐는 점은
전공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과학자의 덕목이다.


사실,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편집해 인터넷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여행 다닐 수 있을만한 돈을 벌게 되고, 적극적으로 팬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아이돌 그룹이 전 세계에서 기적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다. 


'방탄소년단', photos from billboard.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도 과학 콘텐츠는 유달리 부족한 것 같다. 

주로 일간지 기반, 혹은 과학자 커뮤니티 기반의 창구를 통해 과학 콘텐츠가 명맥을 잇고 있으며, 콘텐츠 생산 주체 또한 기관이나 소수 미디어에 국한되어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대안이 활발하게 등장하는 대신, 과학적 정보전달이나 강연과 같은 기존의 낡은 방식을 답습하는 데 그치고 있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오랜 시간 과학기술 강국으로 인식되어 왔던 한국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전통의 과학 강자인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과학소통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개최되어 왔으며, 그 역사 또한 매우 깊다. 그래서 과학을 향유하는 대중들의 인식 또한 성숙해 있다.


Cheltenham, U.K, FameLab Festival
한국에서 과학 콘텐츠가 성장하지 못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콘텐츠 생산 및 유통방식이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전부터 1인 미디어로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 콘텐츠를 생산하는 역할을 해 왔던 과학자들이지만, 외부에서의 진입이 어려운 폐쇄적인 사회 특성과 논문이라는 사회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소통-보상 시스템이 1인 미디어로서 과학자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과학콘텐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꾸준히 공급되는 고급 과학인력과 잘 교육된 대중, 그리고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 과학 콘텐츠의 질적-양적 향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가 필요하다. (1) 자연과학/공학 학부에서의 학습 방식이 지식 습득을 넘어 지식을 표현하고, 대중과 향유하는 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모든 지식은 대중과 향유될 수 있을 때에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한 (2) 모든 과학자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연구를 다양한 공간을 통해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꼭 논문이나 학회처럼 영어로 쓰이고 잘 정제된, 교육된 소수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라 남녀노소, 초보자에서 전문가까지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는 한글로 된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어야 한다.




1인 미디어로서 전통의 강자이자, 확고한 기반을 갖춘 과학자 사회가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눈높이에 맞는 과학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때, 지식기반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며, 스스로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브런치에서도 더 많은 과학 작가, 독자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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