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쓰기
4월 말, 내가 다니는 화장품 브랜드의 신제품이 출시되었다. 이번 제품은 상반기 히어로 '기대'상품이었기 때문에 마케팅에 힘을 많이 쏟았다. 내가 입사할 무렵, 기존 팀원들은 ‘지쳤다’는 이유로 하나둘 퇴사하고 있었다. 나는 새로 합류한 팀원들과 함께 부족한 인력으로 신제품 론칭 캠페인을 준비해 왔다.
5월 2주 차부터 본격적인 제품 할인 프로모션이 시작되었다. 지난 5월 5일부터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본격적인 제품 홍보도 이 기간에 맞춰 세팅했다. 제품은 4월 말에 론칭됐지만, 내 업무의 성적표는 사실상 5월부터 공개된다.
지난 금요일 밤엔 마케팅 플랜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비용을 투자하며, '높은 효율'을 기대한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오픈되었다. 나는 해당 인플루언서가 콘텐츠를 올린 시점부터 이 콘텐츠와 매출&유입과의 상관관계가 궁금해서 주말에도 수시로 올리브영 온라인몰의 '보는 사람 수'를 확인했다.(올영 메인이나 주요 프로모션 구좌에 노출되면 보는 사람 수가 500~1000사이, 그 보다 인기가 덜하거나 작은 브랜드는 100~300사이, 100 아래로 파악되었다. 보는 사람 수는 '유입수'와 동일하니 그만큼 관심자가 적다는 말이기도 해서 저조한 매출이 예상되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이 일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침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세스고딘의 [린치핀]이란 책을 읽으며 내 일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린치핀'은 회사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파악하면서도 새로운 길,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책에서는 린치핀에 대해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109 p. 그(=린치핀)는 자신의 일이 회사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기여를 하는지 분명하게 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내가 맡은 일은 회사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화장품 업계의 상황과, 내 일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 국내 화장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며, 경쟁의 범주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까지 확대되었다.
- 코로나 전후로 OEM, ODM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 비교적 쉬워지면서, 크고 작은 브랜드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그만큼 새로운 제품이 계속해서 출시된다.
- 이 상황에서 나는 우리 브랜드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마케터로서 나는,
1) 일관적인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가꾸기 위한 버벌/논버벌의 작업에 관여한다.
2) 신제품이 나오면, 수많은 경쟁 제품 중 우리 제품의 '뛰어남'을 소비자에게 알린다.
ㄴ 이는 마치, 시장에서 '골라 골라 외치며, 우리를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우리를 자의적/타의적으로 보게 하는 작업이다.'
3 유통별 매출 증대를 위한 상시 세일즈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
4) 그리고 이 모든 일을 비용 효율적으로 진행하고자 노력한다.
신제품에 한하자면 나는 '잘 만들어진 제품'을 '사람들이 알아보고, 매력을 느끼고, 구매하게 이끌며 이 전반의 과정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잘 만들어진 제품이 초기 론칭 후 잘 팔린다면 그건 '유통에 잘 깔고, 마케팅을 잘 한 덕', 그리고 재구매가 꾸준히 일어나기 시작하면 '제품이 좋아서 다시 손님을 데려오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신제품의 첫 할인 프로모션 매출이 내게 중요한 성적표가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 내 일을 통해 도드라진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일까?'
연차가 낮거나 팀원의 입장일 때는 전체 캠페인의 성과가 비교적 좋지 않아도, 내게 주어진 업무의 '개별 성과'가 좋다면, '나는 일을 잘한 거야.'라고 내 성적을 평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팀을 이끌고, 이 회사 전체의 마케팅을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는 전체의 성적표가 곧 내 '실력'이 된다.
당장 다음 주면 첫 번째 성적표를 받아 들 것이다. (물론 캠페인은 장기간 수행되지만, '단기 성적'이 나온다.)
과연 나는 '린치핀'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의 일로 회사에 좋은 성적을 가져다줄 수 있는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경력기간 동안 신제품을 꽤 많이 론칭해 봤는데도, 이 과정은 늘 기대와 설렘, 그리고 두려움을 동반한다. 내일 출근하면, 우리 팀의 전략이 시장에 통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길. 그렇게 ‘린치핀’이라는 단어에, 한 발짝 더 다가서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