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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마케터가 알아야 할 4가지

열다섯 번째 쓰기

by 박고래

일을 시작한지는 13년쯤, 팀장이 된 지는 6년이 넘었다. 그전에는 팀장이 없는 팀에서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많은 팀원을 만났고, 그중에는 갓 학교를 졸업한 인턴부터 연차가 10년 넘는 시니어도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일을 잘하고 싶은 주니어 마케터'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경력 3년 이하일 때 배워두면 좋았을 것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조언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일을 잘하고 싶은 저연차 마케터라면 아래 4가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하나. 모르면 적극적으로 묻자 – 질문은 배움의 시작이다

1~3년 차 마케터를 떠올려보자. 이 시기는 ‘경험’ 자체가 많지 않다. 일하는 산업군이나 상품, 서비스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해도 그 지식을 자기 일에 적용시키려면 또 다른 스킬이 필요하다. ‘직무’에 요구되는 경험과, 지식이다. 이 시기에 주어진 일은 안 해본 일이 해 본 일보다 더 많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많이 물어봐도 이상할 것이 없다. 가끔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분들을 본다. 이 연차에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라 ‘배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모름=수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른다는 사실을 들켜 받게 될 부정적 평가보다,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태도로 받게 될 긍정적 평가가 훨씬 더 크고 값지다.


둘. 질문 전 10초만 생각하자 – 질문도 전략이다

첫 번째 항목에서는 ‘질문하라!’고 해 놓고 이게 무슨 말이냐고? 말 그대로다. 질문은 적극적으로 하되, 그전에 생각은 해야 한다.


물음표를 붙였다고 다 똑같은 질문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카메라가 필요해요. 기 구비된 카메라가 있을까요?’ 이런 질문은 고민 없이 하면 된다. 그건 혼자 아무리 머리를 써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아는 사람’에게 물으면 된다.(물론 비품실을 이용하는 법을 사전에 공유받았다면 먼저 필요한 물품을 찾아봐야겠지만.) 그런데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생각의 대행’을 맡기려 하는 분들이 있다. 즉, 자기가 생각하기 싫어서 타인에게 묻는 경우다.


이해를 돕기 위한 대화를 예를 들어보겠다.

00님, 저희 브랜드와 오래 협업해 오신 유튜버 A님의 출산일에 맞춰 축하 선물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언제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시고, 알려주시겠어요?

이렇게 유사 업무를 서로 다른 두 분에게 드려보니, 사원 A님과 B님이 하는 질문이 달랐다.

A 님의 질문 : 그분이 뭘 좋아하시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출산일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B 님의 질문 : 알아보기 전에 혹시 예산이 정해져 있는지 먼저 알 수 있을까요?

위의 예로 보면 내 기준에서는 A님의 질문은 ‘게으름’에 가깝고, B님의 질문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질문’’에 가깝다. A님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잠시만 생각해 보면 본인 스스로 찾을 수 있다. 보통의 유튜버들은 자기의 취향, 이벤트 등을 자기 콘텐츠 속에서 많이 노출하기도 하고, 정 모른다면 유튜버의 매니저 격인 소속 회사의 담당자에게 알아봐도 되는 일이니까.


그런데 왜 ‘묻는가?’ 생각해 보면, 그것조차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 인 듯싶다. 실제로 이런 유형의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이후에도 여러 번 비슷하게 본인이 ‘찾아내야 하는 답’까지도 타인에게 ‘질문’을 통해 구하려 하는 걸 빈번히 목격했다. 마치 동료나 상사가 ‘나의 쳇 GPT’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문제는 ‘마케터’는 ‘기획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기획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라고 나와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일을 꾀하고, 그것을 의도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그러니, ‘오늘 내가 한 질문은 어느 쪽이지?’하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셋. ‘목적과 목표’를 되새기자 – 일은 수단이 아닌 목적을 향해야 한다

이 항목은 사실 주니어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인에게 해당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언급한 이유는 저연차 시기부터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목적), 목적을 위해 어떤 것을 달성하면 되나?(목표)를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해서다.


보통 프로젝트의 플랜은 많은 조사와 고민의 시간을 거쳐 수립된다. 그런데 실행에 들어가면, 주니어에게 부여된 ‘일부의 일을 해 냄’에만 골몰하여 일의 실행 과정에서 ‘목적, 목표’와는 멀어지는 결과 값을 만드는 경우가 생긴다.


플랜은 중요하지만 한편 ‘계획’ 일뿐이다. ‘계획’은 그 자체로 ‘결과나 성과’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팀이 세운 계획을 실행할 때는 ‘실행’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실행을 통해 ‘최초의 목표, 전체의 목표’에 부합하는 일인가? 를 생각하고,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실행’을 해 낼 수 있다. 그저 불도저처럼 일한다면? 일은 열심히 했는데,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슬픈 상황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넷. 완결성 있게 마무리하자 – 시작만큼 중요한 게 ‘끝’이다.

보통 새로운 일의 시작 지점에서는 ‘의욕’이 있는 경우가 다수다. 체력도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다. 문제는 일이 진행되면서 시작된다. 나는 C를 추구하는데, 자꾸 일이 다른 방향으로 논의되거나, 피드백이 너무 많거나, 처음 생각보다 더 복잡 난해한 일이거나… 등등. 일이란 게 초기 플랜처럼 딱딱-되는 경우란 별로 없다.


‘바라는 성과’를 위해 모두 함께 뛰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솔루션은 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더 좋은 안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을 거치고, 논쟁하고 수정히고, 했던 걸 다 뒤엎기도 하고… 그런 피곤한 일들이 부지기수로 생긴다. 이런 지지부진한 과정을 잘 이겨내려면 ‘인내심’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아직 업무 현장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은, 이런 과정에서 비교적 쉽게 좌절되고, 처음의 멋진 아이디어와 넘쳤던 의욕에 반해 결과물이 ‘어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끝까지 잘 해낸다’는 결심이 프로젝트 전개 과정에서 ‘아몰랑!’하고 반포기하는 마음으로 대체될 때 나타난다.


주니어에게는 주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진다. 물론 본인에게는 그것도 난도가 높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난도가 높은 이 일을 인내를 가지고 완수하는 버릇’을 들여야, 연차가 쌓여 더 어려운 일을 해야 할 때도 완결성 있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초기의 열정만큼, 강한 뒷심을 발휘할 수 있어야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다.


자, 여기까지다. 사실 이렇게 긴 글로 피드백을 정리하는 이유는, 선배로서도 후배에게 직접 대면으로 피드백을 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어조로,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늘 고민이 된다.


나 역시 팀장 겸 성장해 나가는 마케터로서 여러 방식으로 배움을 구한다. 그런 나에게 먼저 길을 걸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도움이 되었다. 그러니 이 글도 나처럼 직업적 배움을 구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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