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열여섯 번째 쓰기

by 박고래



100일간 매일 글을 쓰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글이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그리고 회사 일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마치 ’ 회사 다니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실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 회사’만 다니는 시기가 때로 찾아온다. 마치 입맛이 없으나 살아야 하기에 겨우 흰 죽만 삼키는 사람처럼. 끝간데 없는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그럴 땐 그냥 ‘주어진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때운다.


작년 이런저런 이유로 나도 모르게 나를 잠식한 침체기는 꽤 오랜 시간 내 곁에 머물렀었다. 덕분에 즐겁게 이어오던 주말 아침의 영어회화 스터디나, 주 3일은 꼭 지켜하던 요가, 독서나 흥미로운 장소나 전시를 방문하던 취미들은 원래 내 것이 아닌 양 내게서 떠나버렸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게 가진 취미와 즐거움을 다 놓치고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쓰고 싶다. 그게 뭐든 일단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도 실제 100일 쓰기 챌린지라는 목표를 정하고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까지는 다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끝내 ‘쓰기’를 시작했다. 아직은 ‘독자’를 배려한 글쓰기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저 ‘씀’ 그 자체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뭐라도, 하루에 하나의 글을 쓸 것. 내게는 그 하나의 원칙만 있다.


이 글은 열여섯 번째 글이다. 그런데 소재가 고갈되었다. 쳇지피티에게 이야기했다. 내 쓰기 챌린지를 위한 오늘의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그랬더니 몇 가지 ’주제‘를 추천해 줬는데 그중 하나가 ’ 나는 왜 쓰는가?‘였다.


’ 나는 왜 쓸까?‘


생각해 보면 ’ 쓰기‘는 내게 ’ 말하기‘와 같다. 나의 감정과 기분을 표현하고, 좋은 것은 공유하거나 소문도 낸다. 나를 어필하는 내용을 적기도 한다.


어떤 날은 나를 타자화 하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 이런저런 일들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날은 카페에 작은 포스트잇과 펜 하나만 들고 가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그러다 보면, 무엇 때문에 내 머리가 그렇게 복잡한지를 보다 명쾌하게 알게 된다. ’ 씀‘으로 인해 문제의 실체를 정의하고 나면 그다음은 ‘이렇게 저렇게 ‘ 해소하면 되겠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 너는 생각이 많아.‘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 사람답게 하루 종일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문제나 업무에서 일이 터지면 과부하 걸린 컴퓨터처럼 머릿속이 달아오르고, 생각은 계속 뻗어나가기만 할 뿐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럴 때면 ’뭘 쓰겠다‘는 자각 없이 그냥 종이와 펜만 준비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종이에 쓰기 시작하고, 결국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왜 글을 쓸까? 아무래도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고 싶어서’ 쓰는 것 같다. 회사 일은 잘 해낼 수 있는데, 회사 밖에서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몰라서 말이다.


“100일만 매일 쓰면 뭐가 달라지더라고요.”

“100일만 매일 쓰면 알게 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었었다. 15번째 글을 쓰는 지금은 아직 잘 모르겠다. 뭐가 달라질지 또는 내가 뭘 알게 될지. 하지만 일단 무기력한 시절 습관처럼 회사에 나가고, 습관처럼 일을 한 것처럼 글쓰기도 그렇게 해 나갈 생각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우선 ’그냥 한다.‘는 마음으로.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의 전개가 내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르니까. 물론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나는 100일간 100개의 글을 쓴 사람이 되는거니 그걸로도 좋을 테다.


하… 그나저나, 내일은 또 뭘 써야 할까. 벌써 걱정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주니어 마케터가 알아야 할 4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