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요가

열 일곱번째 쓰기

by 박고래

주 3일 요가를 한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거의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요가원에 간다.

평일은 월/수/금 저녁의 요가 수업을 좋아하고, 주중에 못 갔다면 일요일 오전 수업을 2회 연이어 수강한다. 그렇게 매주, 요즘은 겨우겨우 주 3회 요가라는 기준을 지켜나가고 있다.


말은 이렇게 해도 기본적으로는 요가를 좋아한다. 때문에 힘들거나,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도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요가원으로 향한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일단 가면,

천천히 동작을 하고, 점점 그 순간에 몰입한 나를 발견한다.


주 7일 중 가장 요가원에 가기 싫은 날이 있다면 그건 금요일이다. 특히 오늘 같은, 금요일이다.

주 5일 동안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로 시달리고, 에너지를 다 쏟아낸 뒤, ‘아 끝났다.’ 안도하며

긴장이 풀리는 금요일 저녁, 그야말로 십원 한 푼 남지 않은 ‘텅장’ 같은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된 날 말이다.

보통 그런 날은 예약해 둔 수업의 수강신청을 미리 취소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처진 마음’을 핑계 삼고 싶지 않아 억지로라도 요가원에 가기로 했다.


무려 두 개의 요가 수업에 예약을 걸어둔 상태였다. 첫 수업의 시작은 저녁 8시였다.

오늘은 저녁 6시에 칼같이 회사를 나서, 집에 도착했기 때문에 요가 수업까지는 거의 1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점심을 샐러드로 때워서인지, 너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치우느라 에너지를 많이 쓴 탓인지

집 근처 지하철 역에 도착할 무렵이면 너무 배가 고파, 계란이 듬뿍 든 김밥을 홀린 듯 사서 귀가했다.

그리고 신나게 김밥을 먹었다.


보통 요가 시작 전 최소 2시간 이내에는 음식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몸을 많이 늘이거나 수축하는 동작이 많아 위에 음식이 있으면 동작을 할 때 불편감이 든다. 심지어 나는 만성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 소화가 더 느리다. 따라서 요가 전에 뭘 먹으면 90% 이상의 확률로 불편감을 느낀다. 그런데도 김밥을 먹은 것이다.

‘오늘 요가를 가려면, 이 정도 에너지 충전은 필요해.’라고 나 자신을 설득하며, 게눈 감추듯 김밥을 먹어 치웠다. 그리고 첫 수련 시간에 맞춰 요가원으로 향했다. 이후는 고난의 수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힘들었던 한 주

소진된 금요일 밤

위를 꽉 채운 계란 김밥


이 세 가지 요소의 조합은 첫 번째 인요가 수련, 두 번째 양요가 수련 모두를 방해했다. 첫 수련은 느리고 정적인 동작이 이어졌다. 인요가는 한 자세를 3~5분 정도 유지하며, 아주 깊은 스트레칭과 마음의 이완을 유도한다. 나는 수업 시작 후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잠들었다’는 인식도 할 수 없을 만큼 곤하게. 덕분에 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흔들어 깨우셨다. 이후에도 몇 차례나 잠들 뻔한 것을 겨우 참아냈다. 힐링의 인요가는 그렇게 졸음과의 사투로 점철되었다.


연이어 들은 수업은 플로우 요가였다. 플로우 요가는 전 시간과는 정반대의 스타일로 여러 자세를 연속적으로 연결하는 요가다. 멈춤이 없고 마치 춤처럼 동작과 동작을 흐르듯이 연결한다. ‘쉬는 틈’이 없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선생님이 짜 두신 연결 동작을 외워야 한다. 수업 내내 여러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해, 수업 말미에는 보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한 시퀀스를 해 낸다.

오늘 한 플로우 요가 동작에는 서서 머리를 발 쪽으로 숙이는 동작(우타나사나)과 한 팔로 바닥을 지지하고, 가슴을 천정으로 향하게 뻗어내는 동작(와일드 띵)이 많았다.


수련이 거듭될수록, 점점 동작을 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자 숙이고 고개를 드는 동작 사이사이 어지러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땀이 더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해서 힘든가? 하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동작을 해냈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플로우 요가가 유난히 힘들었던 것은 ‘체기’때문이었다. 2시간 전 먹은 김밥이 소화되지 않고 위에 머물러 있는데 격렬하게 숙이고 하늘을 향해 가슴을 치켜드는 동작을 하다 보니, 복부가 압박되어 소화가 더 안 됐던 것이다.


금요일의 요가는 한 주를 잘 살아낸 나에 대한 보상이기도 한데, 오늘은 이런 이유로 망해 버렸다. 마음의 안정과 몸의 이완을 위한 인요가와 신나게 동작을 따라 하며 시원하게 땀 흘리는 플로우 요가가 모두 보상이 아닌 벌처럼 느껴졌다. 어떤 결과가 올지 생각하지 않고 성급하게 먹은 ‘김밥’에 대한 벌, 나 스스로의 컨디션을 자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업을 들은 대가었다.


덕분에 한동안은 배가 고파도, 에너지가 고갈된 기분이 들어도 ‘식사’를 하고 저녁 요가를 하진 않을 것 같다. 이번 경험이 워낙 강렬해서 말이다. 지쳐버린 금요일 저녁, 앞으로는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을 돋우거나, 또는 공복이지만 몸과 마음의 힐링을 선사하는 요가 수업에 참여하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결국은 ‘최대치의 쾌락’을 추구하는 일임을 오늘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 나는 어쩜 이렇게나 '경험주의자'인 것인지.

오늘도 머리로 아는 걸, 또 한 번 온몸으로 시달리며 배워 깨달았다. 다음 금요일의 요가 수련은 오늘보다는 더 보상에 가까운 것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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