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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Nov 04. 2021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계속해나가는 방법

운전을 배우다가 알게 된 것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오랜 시간 뚜벅이 여행자로 살아왔다. 오래전 엄마의 교통사고로 인해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또 아빠의 충돌 사고로 인해 꼭 당사자의 실수가 아니라도 교통사고는 일어날 수 있으며, 한 번 일어나면 정말 되돌리기 힘든 큰일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나는 ‘운전’이 오랜 시간 두려워 뚜벅이로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운전을 잘하는 친구와 여행할 일이 잦아지면서 ‘운전’이 주는 자유의 느낌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두려움’을 넘어서 ‘이동의 자유’를 갖고 싶다는 바람으로 친구에게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2012년 운전면허를 따놓기는 했지만 차가 없던 나는 그 흔한 ‘장롱면허’ 소지자였다. 그러다 운전을 배우기로 결심하면서 2016년부터 꾸준히 운전 연수를 하거나, 여행지의 한적한 도로에서 운전을 해 보면서 친구에게 운전을 배웠다.

그리고 얼마 전 2021년 11월 혼자 떠난 제주 여행에서 98km를 주행했다. 혼자였지만 운전할 때도 안정적이었고, 심지어 즐겁기까지 했다. 2016년에 시작했으니, 찔끔찔끔 배워 5년 만에 혼자 주행을 하게 된 것이다. 다만, 보통 여행의 명목으로 운전 연습을 병행했기 때문에 이 기간이 길다거나, 힘들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냥 ‘어느새! 할 수 있게 되었어!’ 같은 생각이 들었을 뿐.

친구와는 주로 SUV 빌려 여행했는데, 이번엔 혼자 하는 여행이라 모닝을 빌렸다가 혼자 ‘, 모닝은 오래 타니까 힘드네! 내가 차를 사면 코나 같은 미니 SUV 사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자동차의 ‘ㅈ’도 모르던 내가 어느새 어떤 차를 사고 싶은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운전을 전혀 못할 때는 ‘아-내가 과연 운전을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는데- 운전을 배우면서는 ‘다음에는 혼자 운전하는 경험을 쌓아야지!’ 생각하게 된 것. 그다음 보다 운전을 잘하게 되니 ‘아, 자동차는 더 큰 것으로 사야지.’ 하고 계획하게 된 것이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어떤 차가 나랑 맞을지, 언제 살 수 있을지 같은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완전 초보였을 땐 ‘무슨 차를 갖고 싶냐?’ 질문받아도 막연히 ‘아우디? 지프?’하고 멋들어진 차 이름을 말하지만 그게 왜 좋은지, 왜 사고 싶은지 몰랐었다.(그냥 비싸고 차도 예쁘고 로고가 맘에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그런데 지금은 ‘코나 같은 SUV를 살 거야.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장거리 운전도 좋고, 차 안에서 오래 앉아 선루프로 하늘도 보고 음악도 들을 건데 그러면 SUV가 좋거든. 그리고 첫 차니까 AS 잘 되는 국산 브랜드로 사야지.’ 같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정확한 이유와 방향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이유와 방향성을 알게 되니, 이제 ‘어떻게 돈을 모아 차를 살까?’ 같은 행동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운전을 하는 일’, ‘내 차를 갖는 일’, ‘어떤 차를 사고, 운전을 해서 뭘 할지?’ 같은 것들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즉 일단 운전을 시작하고 계속 그 진행 과정 속에 있으니, 관련된 분야에 대한 ‘바람’이 생기고, 넥스트 플랜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정이 비단 운전을 하는 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막연히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다음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그냥 작은 일부터 관련된 일들을 가볍게 시작해보면 된다. 그렇게 이어나가다 보면 거창한 계획 없이도 다음 하고 싶은 일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어느새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 운전이든 제빵이든 그게 뭐든 하고 싶은데 어찌할 줄 몰라 못했던 그 어떤 일을 그냥 손에 닿는 곳부터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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