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배진 Nov 19. 2021

'공경'과 '존경'은 다릅니다.

존경받고 싶으시다고요? 

한 십 년 전쯤이었을까, 버스를 타고 가다가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 두 분이 버스 앞 뒤 좌석에 앉아 이야기 나누시는 걸 들었다.


할머니 1 : “난 요즘 잠이 안 와.”

할머니 2 : “아니 죽으면 실컷 잘 텐데, 그걸 왜 걱정해.”


이런 이야기를 농으로 하는 어른들을 보며 문득 머리가 새하얀 백발이 될 때까지 생을 살아오신 그분들이 대단해 보였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죽지 않고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그분들이 존경스럽다 생각했다. 그저 ‘오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스럽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조직을 거치고, 많은 연장자들을 만나면서 이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세상에는 그저 ‘나이가 많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존경’을 바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바라거나, 내가 연장자니 내 말은 옳다고 우기거나, 본인이 틀린 것을 속으로는 알면서도 그런 지적을 당하기를 꺼리는 어른들... 어른이니까 무조건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 이들을  많이도 만났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공경'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존경’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어린 사람이 연장자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공경’은 그저 공손히 예를 차린다는 말이다. 사전에는 ‘공손히 받들어 모심’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 '공경' 검색 결과
네이버 국어사전 - '존경'검색 결과

반면 존경’의 뜻은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한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즉,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가 가진 생각, 행동 등에 동의하고 그래서 받들어 모시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말한다.


‘공경’은 그냥 나이 들어 받을 수 있지만 ‘존경’은 잘 갈고닦은 ‘인격’, ‘사상’ 등이 있고, 그것을 기꺼이 받들겠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있을 때에만 받을 수 있는 것이란 말이다. 그러니 '공경'처럼 시간이 가면 저절로 아랫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존경’ 받는 어른이 되고 싶다면 자꾸만 변해가는 세상에서 고인물이 되지 말고, 인격과 사상, 행위를 날로 갈고닦아 존경받을만한 사람이 될 자격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발 '나를 존경하라'는 말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본인 입으로 뱉지 말기를. '공경'을 받는 정도만 기대하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계속해나가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