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나의 스페인 친구

#18 Los Arcos To Logroño

by 박고래


숙취에 시달리는 아침이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짐을 챙겼다. 에드왈도 아저씨에게 “저는 띠엔다(Tienda:상점)에 들를 테니 먼저 가세요.”하고 말했으나, 상점에 들른 후 걸음이 느린 아저씨를 금방 따라잡았기 때문에 곧 다시 아저씨와 동행하게 되었다.


나의 목적지는 로스 아르코스(Los Arcos)로부터 29Km의 거리에 위치한 로그로뇨(Logroño). 아저씨의 목적지는 20km 정도 떨어진 비에나(Viena)로 아저씨와 나의 '어쩌다 동행'은 이 날 끝날 예정이었다. ‘까미노에서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순례자들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나도 아저씨도 서로를 위해 루트를 변경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날 아저씨에게 이메일 주소를 물었다. 이 질문은 자연스레 마지막 인사로 이어졌다. 일주일의 일정으로 까미노를 걷고 있는 아저씨는 비에나에 도착한 후 집이 있는 마드리드(Madrid)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고 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것이 목표였음으로 예정된 이별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걸으며 우리는 좋은 팀이 되어 있었다. 나는 걸음이 느린 아저씨와 보조를 맞추고, 아저씨는 걷는 내내 나의 안위를 신경 써 주셨다. 나는 영어로, 아저씨는 스페인어로 말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전달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늘 아저씨에게 스페인에서 처음 보게 된 나무와 꽃에 대해, 그곳의 풍습과 건물 등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면 아저씨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포함해 교회, 성당 등 스페인의 건축물과 자연에 대해 설명해 주기 위해 애쓰셨다. 아저씨와 함께 걷는 며칠의 시간 동안 나는 잠들지 못한 늦은 밤, 그리고 혼자 걷는 시간에 스페인어 공부를 했다. 아저씨가 번역기를 쓰는 것을 싫어하셨기 때문에 그와 대화하기 위해 짬짬이 짤막한 표현이나 단어를 외웠다. 때로 긴 문장의 경우엔 번역 앱을 쓰기도 했는데, 영어를 스페인어로 변환한 뒤, 내가 발음 기호만 보며 긴 스페인어 문장을 읽어 내려가면 아저씨는 참을성 있게 내가 뱉어내는 문장을 들어주시고, 발음을 고쳐 주시거나 쉬운 표현을 알려주셨다.


함께 걷는 동안 우리는 곧 이 동행이 끝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때로는 언어의 장벽, 나이의 차이, 조금 다른 여행 스타일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불편을 넘어설 만큼 서로에게 상냥하고 우호적인 마음을 가졌었던 것 같다. 비에나와 로그로뇨로 향하는 갈림길을 두고 아저씨와 나는 가벼운 포옹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했을 때, 아저씨가 나를 한 번 더 부르셨다. 그가 뭔가를 크게 외치며 몇 가지 수신호를 그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jin! Arriba, abajo, al centro, y pa' dentro!”


그것은 스페인식 건배사였다.


따뜻한 봄의 기운이 피어 오르는 시골 길 위에서 나는 나의 스페인 친구와 그렇게 작별했다. 그가 내게 베푼 호의,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던 것 같다. 이미 예정된 이별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날 혼자 걷는 내내 아저씨가 많이 그리웠다.



책,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의 일부입니다. 출간 전 사전 펀딩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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