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에야 알게 된 진심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

by 희너지

6개월 만에 아이의 안과 정기검진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안과에 들어서자마자 검사실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우리 시선을 붙드는 장면이 있었다.

겉싸개에 싸인 갓난아기 두 명.
아기띠도 버거울 만큼 작디작은 몸.
그 작은 눈에 조심스레 안약을 넣는 보호자와 간호사의 손길이 보였다.


순간, 5년 전 이 병원에 처음 왔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아이는 다섯 살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지금 저 갓난아기의 부모 마음은 어떨까.
나는 그때, 참 많이 흔들렸었다.


검사를 마치고 대기실에 앉자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엄마, 우리 이 병원 처음 왔을 때 기억나?”

“응. 기억나지.”

“나도 다 기억나. 엄마 그때 엄청 울었잖아.”

그 말에 가슴에 무언가 뜨겁게 올라왔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잠시 길을 잃었다.
애써 담담한 얼굴을 했다.

아이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난 왜 눈이 나쁜 걸까. 다시 좋아질 순 없는 걸까.
그때 산타 나오는 책 보는데 그림이 안 보인다고 했더니
엄마가 바로 안과 데려갔잖아. 기억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기억은 생각보다 선명했다.


처음 병원에 온 날뿐 아니라,
눈이 이상하다고 말하던 그 순간까지.
그리고 왜 자신은 친구들처럼 맨눈으로 보지 못하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5년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듣지 못할 이야기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창밖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조금만 더 단단했더라면,
조금만 더 어른스러웠더라면.
늦은 자책이 고개를 들었다.


5년 전, 진료실 문을 나서자마자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듯 쏟아졌다.
아이 몰래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이의 눈은 내 표정과 숨소리까지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어린아이는,
슬퍼하는 엄마 대신 더 씩씩한 척을 했던 것 같다.
5살이 감당하기엔 힘들고 많은 검사들을

힘들다는 투정 한번, 눈물 한 번 보이지 않았던 아이였다.


집에 도착하기 전,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땐 엄마가 많이 어렸어. 그래도 그때 발견해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잖아. 앞으로는 그렇게 울 일 없을 거야. 걱정 마.”


오늘도 또 한 번 배운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아이를 통해 나 역시 자라는 중이라는 것을.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딸이 나보다 낫다고 느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