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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보다 된장국이 중요해

by 자급자족

새벽 6시 20분,


남편이 "지각이다"외치며 일어난다.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출근하는데 평소보다 20분 늦게 일어난 것이다. 옷을 주섬주섬 입더니, 집 앞 24시간 식자재마트에 된장찌개 재료를 사러 나간다.


내가 냉장고 반찬에 애들 알아서 밥먹이겠다고 했다. 지각은 지각이고, 된장국은 꼭 끓여놓고 나가야 한단다.(애들은 빵을 더 좋아하는데..) 남편 옆에서 설거지하며 "된장국은 은근 맛 내기 어렵다"라고 독백했더니, 한마디 던진다.


된장국이 뭐가 어려워.
다 때려 넣으면 되는데.


오늘도 "다 때려 넣기" 신공을 펼치려나보다. 옆에서 보니 진짜 다 때려 넣는다. 양파, 감자, 애호박, 두부, 된장, 대파



남편의 된장찌개 맛 내기 비법은 시판 "다담 된장찌개용 된장"이다. 다양한 브랜드 써봤는데 다담이 제일 깊은 맛이 난단다.



남편이 순서대로 때려 넣는 .

초등딸은 말 안 해도 김치를 잘 먹는데, 중학생 아들은 김치 먹으라고 말해야 먹으니 꼭 김치 먹으라고 말하란다.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귀한 김장김치인데 딱 맛있게 익었다는 말도 하란다. 내가 애들 다 굶기게 생겼나 보다. 계란 프라이는 할 수 있는데.


아빠가 출근한 뒤, 중학생 아들이 된장국을 한 그릇 뚝딱 먹는다. 초등 딸은 애호박만 빼고 먹어도 되냐고 한다. 꼭 먹어야 한다고 하니, 코를 막고 눈을 감으며 애호박을 먹는다. 아빠한테는 비밀이다.


어김없이 애들이 식사를 끝냈을 즈음, 남편게서 전화가 온다. 오늘 된장국은 어땠냐고. 방금 전까지 코 막고 애호박 먹던 딸이 '엄청 맛있었다'라고 한다.



근데 진짜 맛있었다.

CJ가 된장을 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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