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일했다. 아무리 연말이라지만 과부하다. 이틀 연속 두 개의 프로젝트를 끝냈다. 협업은 어렵다. 징징징징. 혼자 하고 말지 징징거림 참기가 힘들다. 꾹 참고 퇴근했다. 퇴근길에 남편에게 뭐 먹을지 물으니 전이나 먹자고 한다. 4인 가족, 오늘 저녁 메뉴는 모둠전이다.
모둠전... 못 만든다. 시켜 먹기는 싫다. 모둠전.. 뭐 별거 있어? 란 생각에 마트에서 대구포와 육전용 소고기, 애호박 1개를 샀다. 스트레스가 반영된 소비다. 소고기는 너무 많아 1/2은 냉동고에 보관했으니, 스트레스 해소 저녁식사로 육전용 소고기 8800원, 대구포 11900원, 애호박 1980원이 지출된 셈이다.
애호박은 초등 딸에게 썰기부터 밑간, 밀가루 바르기를 맡겨버렸다. 칼질을 잘하나 싶었는데 도마채 한번 엎었다. 내가 어렸을 때 실수에도 야단을 맞았던지라 실수에는 야단을 치지 않는다. 역효과는 있다. 실수에 너무도 당당하다. 중간 지키기가 어렵다.
자동 그라인더로 통후추를 갈아 뿌리고 소금을 솔솔 뿌려 밑간을 했다. 부침가루를 바르고 계란물에 적셔 부쳤다. 육전은 소금 후추만 뿌려도 맛있다.
그냥 남은 김치찌개에 먹을걸. 퇴근해서 집으로 출근한 기분이다. 여름에 텃밭 고추를 대충 잘라 시판용 절임간장 2+절임식초 1로 배합해 둔 고추장아찌가 맛있게 익었다. 고추부각과 함께 간장고추절임은 텃밭 고추를 오래 맛있게 저장하는 최고의 방법 같다. 지금 보니 진짜 대충 잘랐다.
청하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2병 준비해 놓았다. 오늘 징징징 대던 동료도, 남편 직장의 예산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도, 정치인도 같이 씹으며 맛나게 먹었다.
마무리의 의미로 못하는 요리를 했으니, 내일부터는 철저히 내 것 챙기며 뛰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