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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모닝루틴?

밥 하기

by 자급자족


아주 오랜만에 새벽에 책상 앞에 앉았다. 2개의 온라인 모임에 참여 중이다. 한 모임은 "절약밴드"이고, 다른 하나는 "모닝루틴 밴드"다. 두 모임의 공통점은 서로 얼굴을 모른다는 점과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직장맘이라는 점이다.


절약밴드는 본인이 하루동안 실천한 절약내용을 적는 밴드이다. 냉동고 재료로 어떻게 요리를 해 먹었는지 등의 기록을 하는 곳이다. 2년 넘었는데 절약 지혜를 많이 배운다.


모닝루틴 밴드는 아침 7시 이전 새벽에 일어나서 한 일을 적는 밴드다.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 존경스럽다. 방황하느라 모닝루틴 활동을 못했는데 오늘부터 정신을 차려본다.


남들과 달리 다이어리 일정 정도 정리하는 루틴이지만, 아침에 적고 나면 밤에 실행되어 있다. 무의식이 기억하 실행한다.


# 직장맘의 모닝 루틴 1?


오늘은 쇼핑이다. 직장맘은 쇼핑할 시간도 없다. 원래는 업무 관련 글을 쓰는 게 모닝 루틴이어야 했다. 오늘은 채소 온라인 쇼핑을 했다. 야채가 떨어질 때마다 주문하는 곳에 청상추를 주문했다. 아주 신선한데 1 상자에 7400원에 무료배송이다.


주문하고 나니, 친정언니가 상추 좋아하던 게 기억난다. 대전에 있는 언니에게도 보낸다. 보내고 나니 광주에 사는 친정오빠가 밥을 맛있게 싸 먹는 상상을 한다. 오빠에게는 꽃상추 한 상자를 보낸다. 매번 시키는 곳이라 품질을 알기 때문에 자신 있게 보낸다. 오늘의 모닝루틴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쇼핑으로 끝났다...



# 직장맘의 모닝루틴 2?- 방학중인 애들 점심 도시락 싸기


오늘 우리집 아이들의 점심도시락 메뉴는 김밥이다. 역시 똥손이다. 덕지덕지 손에 묻혀가며 김 위에 재료를 넣고 굴리는 게 적성에 맞지 않다. 그러나 해야 한다.


수능시험을 보고 나서 김밥집에서 두 달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항상 사장님께서 밥에 소금과 식용유를 뿌려 비볐다. 왜 참기름이 아니고 식용유냐고 여쭈니, 그래야 변색되지 않고 잘 싸진단다. 똑같이 따라 해 본다.


요즘은 김밥재료를 소분하여 세트로 팔아서 좋다. 그래도 많다. 김밥 3줄이 필요한데 재료대로 싸려면 밥통 하나로 밥을 더해야 한다. 여차하면 밥반찬으로 먹으라고 재료 2등분해서 반찬통에 각각 넣었다. 시금치는 사러 갈 시간이 없어 김치를 넣었다. 김밥 3줄 싸고 나니 재료가 이렇게나 많이 남았다. 당분간 반찬은 안 만들어도 되겠다.

점심때 먹으라 하고 출근한다. 딸은 김밥통을 가지고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놀이터에서 먹어도 되냐고 한다. 난 출근하고 없으니 '네 자유'라고 했다.


어제 (허구의 삶,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알로하 나의 엄마들, 그해 여름은) 등 공공도서관에서 읽을만한 책을 빌려놨다. 아들은 '허구의 삶'을, 딸은 '그해 여름은'을 집어든다.



# 의뢰


의뢰 하나를 받았다. 광역시도 중 한 곳의 ○○정책 초안을 수립했다는 거다. 3,000명이 넘는 시민에게 설문을 받았고, 통계결과에 근거하여 지역의 ○○정책을 세우려는 계획이다. 초안을 수립했으니, 실현가능한지 봐달라고 한다.


퇴근하고 스터디카페에서 검토해서 코멘트를 달거나 수정문서를 만들려고 한다. 꾸준히 컨설팅, 강의, 집필 등으로 월급 외에 부수입이 매년 2,000만 원 정도 되었었다. 지금은 모든 의뢰를 거절하며 산다. 핸드폰을 꺼놓는다.


직장이 따로 있는 상황에서 열정페이 일뿐이다. 런 문서일 하다 빨리 늙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겐 마음과 시간을 써서 그냥 도와주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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