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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쓰기 = 방황

by 자급자족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에 중심을 잡지 못할 때 브런치 글을 쓴다. 브런치 글이 늘어난다는 것은 방황하고 있다는 증거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손도 대기 싫다. 그러면 브런치 글을 쓴다. 중요한 일이만, 세상에서 그 일만 재미가 없다. 어찌 그리 재미가 없을까. 회피한다.


글쓰기 초보자인 내 글에 가끔 라이킷을 누르는 분들이 있다. 죄송하다. 방황하고 있어서 뭐라도 기록한 글에 교훈도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처음이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른다. 기승전결이 없을 것이다. 툴게 토해낼 뿐. 라이킷을 누르는 그 0.1초의 시간도 할애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극내향형이라 글을 쓰고도 한순간에 다 지우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 한번 그래본 적 있다. 조용히 돌아와 다시 독백식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같은 분들이 라이킷을 누르는 거다. 아주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브런치 쳇바퀴에 갇힌 기분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지우고 도망도 못 가겠다. 언젠가 돌아오면 같은 분들이 라이킷을 누를 것 같아서.


카톡 프사에도 아무것도 없다. 갑자기 죽는다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 모니터를 보며 문서를 작성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어서라고 핑계를 댄다. 별로 할 말이 없다. 단조로운 생활이고 할 얘기가 없으니 아침에 먹은 밥얘기뿐이다.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60세도 안되셨을 거다. 대학 학비 등 두 주먹으로 만들며 학교를 다녔다. 일곱 살 많은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편도 막노동판에서 학비를 두 주먹으로 만들어 다녔다고 한다. 비교적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40대인 나는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잠깐 지쳐서"라고 조언들을 하는데, 주변을 정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지 오래되었다.


조금 더 살고 올 아이들에게 강한 마음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것도 잘 안된다. 되는대로 키우고 있다. 그냥 세월이 키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브런치의 순기능은 있다. 애증의 남편 관찰일기를 쓰다 뒷담을 하기도 했다. 뒷담이 하고 싶어서 관찰일기를 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계속 관찰하다 보니 사람이 한결같다. 특히 애들에게 정말 자상한 아빠인 거다. 뒷담으로 시작했다가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무한 감사함이 재수 없다 여겨질 수 있어 오프라인에서는 꺼내본 적 없다.


바빠져서 브런치 글을
안(못) 쓰길 바란다.


그런데 하루에도 두세 번은 쓰게 생겼다.
다 큰 성인을 때려서라도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계속 방황할 것이다. 브런치글은 쌓이게 될 것이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다. 마음에 동기란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속수무책으로 시간에 맡겨본다.


넘어졌으니 일단 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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