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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휴대폰 보관장소

by 자급자족

애들 휴대폰 보관장소를 마련했다. TV옆 벽면에 보관함을 부착했다. 소파에 앉아 TV 쪽을 보면 애들 휴대폰이 보인다. 순전히 부모의 안도감을 위한 것이다. 초록창에서 "벽면 리모컨 보관함"이라고 검색하니 여러 모델이 나왔다. 그중 하단에 충전기 구멍이 있는 걸 골랐다. 남편왈 핸드폰을 거꾸로 놓고 충전잭을 꼽으면 구멍이 없어도 되지 않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애들 휴대폰을 최~~~ 대한 늦게 사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외국 출장 다녀온 사이에 남편이 아이폰으로 구입해줘 버렸다. 췟,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나 보다. 이폰은 삼성폰과 달리 제어가 어렵다. 아들은 부모 제어 접근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폰 구입을 바랐을 수 있다. 덕분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휴대폰 전쟁 강도가 세진다.


어느 날 영어학원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중3 아들을 가르치면서 너무 설렌다고 잘 키워보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남의 자식을 키우고 싶다니 데려가서 키워도 된다고 말할 뻔했다. 마지막 멘트로 가정에서 휴대폰 관리를 부탁신다. 아들이 원장님과 상담하며 휴대폰에 서서히 중독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단다. 졸지에 맞벌이하느라 휴대폰 중독을 방치하는 어미가 되었다.


예전에는 6시에 반납하던 핸드폰을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원 숙제 확인, 숙제 업로딩 등 이 핑계 저 핑계로 밤 10시 취침 전에 제출한다. 그래서 부착보관함을 만들어 손에 소유의 개념에서 제삼자처럼 보관된 걸 격하는 개념으로 바꿔놨다. 법을 몰라 시도 중이다. 꼭 필요할 때만 휴대폰을 꺼내는 걸 보니 습관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


한때 어느 재단의 의뢰로 "미디어는 이런 개념이고 이런 특성이 있으며, 이런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해야 해요. 방법은 이런 것들이 있죠."라는 지침서를 신나게 집필한 적이 있다. 어디 가서 미디어는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됩니다라고 떠들며 돌아다닌 적도 있다. 내 자식 휴대폰 관리도 안된다는 걸 깨닫고, "저는 더 이상 해당분야 전문가가 아닙니다"하고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독일로 미디어 정책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약 12일간 체류하며 뉴스 리터러시를 포함한 미디어 정책이 독일이란 나라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일단 아이들을 "이미 시민"이라 여기고, 미디어 사용을 민주시민교육의 방편으로 활용했다. 아이들의 세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의 범위로 확장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정부기관, 방송국, 신문사, NGO 단체 등을 돌고 두 곳의 학교수업을 참관했었다. 무학년제로 선후배 학생들이 올바른 휴대폰 사용윤리에 대해 토의하는 걸 관찰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왓츠앱 메신저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교사가 각 의견을 종합해 주고 교사의 주장은 배제하고 열린 토론으로 마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미디어 관련 무학년제 동아리 학생들이 전체 학생들의 올바른 미디어생활을 돕는 캠페인 활동 사례 발표를 했었다. 독일 학교에서 느낀 점은 기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어떻게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하는가"에 초점을 다는 것이다.


특이했던 점은 국가 차원에서 미디어 핵심역량을 설정하고 정부기관과 언론사 등에서 아이들의 올바른 미디어 사용을 위해 협업한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마을이 힘쓰고 있었다. 더 신기한 건 독일이 그렇게 미디어 사용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외칠 때 국내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나 인지조차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그쪽 분야는 방치였다.


더더더 신기한 건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에 시도별 조례부터 25개의 법 제정과 동시에 5개년 계획들이 아지고, 결정적으로 정부에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관련 지원 정책 등이 나왔다. 독일이 오랜 세월 이룬 것을 5년 사이에 급속도로 리나라 미디어 책을 성시켰다. 정책 추진의 속도를 주시하며 혼자 대단 나라라고 생각했다. 깊이는 가늠이 안되나 미디어 정책 분야의 발전 속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끝내주는 나라다. 정책의 안타까움 없어졌지만, 집에서는 답답해졌다.


아들이 파이썬과 C언어 코딩을 학습해 왔고, 최근까지 오픈 데이터 소스로 데이터 시각화하는 걸 준히 워왔다. 이과 쪽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가능하면 최신 기술이 탑재된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시행착오를 겪기를 랐다. 그래서 아이패드 등 비싸더라도 가장 최신 기술이 탑재된 모델을 구입해 줬다. 남편보다 한술 더 뜨고 있다. 그런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숏폼 등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되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어른도 관심 영상 빠져 스트레스 해소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허용을 하면서도 어디까지 선을 긋고 선을 지켜야 하는지 참 애매하.


직장을 다니지 않았더라도 휴대폰 관리는 안되었을 것 같긴 하다. 코딩이 매력 있는 이유에 대해 아들이 "상상한 걸 창작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휴대폰을 포함한 다양한 최신 기기를 부디 잘(!) 활용해 '새로운 걸 창작하는 그 기쁨' 누리는 데에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다.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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