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다지

by 자급자족

오늘 하루 종일 앉아서 보고서 작업만 한 것 같아서 오후 3시쯤 처음 해를 보며 산책을 했다. 직장 주변이 청정 지역이라 다양한 봄나물들이 많다. 그중 꽃다지를 주의 깊게 봤다. 딱 3월에만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시골에서 꽃다지는 일반적으로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는다. 꽃다지의 통통한 잔털이 식감을 부드럽게 한다. 한 수저 먹으면 입안에서 된장국 머금은 꽃다지가 터트려진다. 꽃다지를 데쳐서 된장 무침으로 해먹기도 한다. 된장무침 재료로 된장, 멸치액젓, 참기름, 통깨, 다진 마늘, 고춧가루 조금이 들어간다. 아마 이 재료로 잔디를 무쳐도 맛있을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꽃다지의 씨 또는 전체를 채취하여 자연건조 하거나 볶은 후 물에 달이거나 가루를 내어 식전이나 식후에 복용한다고 한다. 기침을 가시게 하고, 이뇨, 거담 등에 효능이 있어서 기관지염, 기침과 천식을 비롯한 심장질환과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부산 중구청 홈페이지, 김맹기 박사 기록).


퇴근하고 한번 먹을 분량의 어린 꽃다지를 손질했다. 칼로 뿌리를 바짝 제거하고 말라진 잎을 떼어내고 물에 여러 번 헹궜다. 식초물에 담갔다가 끓는 물에 아주 살짝 데쳤다. 혹시라도 남아있을 불순물을 없애기 위함이었다. 다담 된장 1스푼 반을 물에 넣어 팔팔 끓이다 꽃다지를 넣었다. 된장국 가장자리에 떠오르는 거품을 수저로 떠 내어 버렸다. 그러니까 된장국에 된장과 꽃다지, 양파 반 개만 들어간 것이다.


우리 집 팩트 폭격의 장인, 중학교 1학년 딸이 영어학원에서 돌아왔다. 밑반찬에 조심스럽게 된장국을 함께 내놓고 살폈다. 된장국이 맛있다고 엄지 척 올리며 한 그릇 뚝딱 먹는다. 속으로 '그건 다담 된장이 맛있는 거야' 했다. 그런데 다 먹을 즈음 된장국 안에 들어있는 채소는 혹시 딸기 꼭지냐고 묻는다. 역시 딸답다. 오늘 나는 딸을 위해 딸기 꼭지 된장국을 끓인 것이다. 그래도 딸이 한 그릇 맛있게 비워서 기분이 좋다.


어떤 봄나물 유튜브를 봤다. "거. 더럽게 길거리에서 풀 뜯어먹네"라는 댓글을 읽었다. 어렸을 때 먹었던 꽃다지 나물이 다른 사람에게는 '더러운 풀'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마트에 있는 풀은 깨끗한 풀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풀과 야채의 기준은 그것이 대량재배 되어 마트에 진열되면 깨끗한 야채의 개념인 건가 라는 생각도 스쳤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야채(野菜)라는 단어의 뜻이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로 되어있는데, 좀 더 고급스럽고 대형마트스럽게 수정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모든 사람의 마음을 100% 만족시킬 수 없으며, 같을 수 없으니, 댓글을 공중에 띄워놓아 본다.


오늘 나는 딸기 꼭지를 닮은 꽃다지 된장국을 끓였다. 자연이 키운 재료로 건강을 챙겨본다.


keyword
자급자족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