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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때려 넣었어

장금이

by 자급자족

남편에게 아침 메뉴의 정체(?)가 뭐냐고 물으니 "다 때려 넣었어"란다. 오늘 아침 메뉴는 된장국과 닭갈비다. 된장국에 다담 된장, 주꾸미, 밭에서 캐온 냉이, 두부, 냉동해물모둠, 감자가 들어있다. 진짜 다 때려 넣었다. 데 된장국 이름이 뭐지? 이된장국? 주꾸미 된장국? 냉이 두부 감자 주꾸미 된장국? 일주일 내내 된장국을 먹어야 할 양이다. 오늘 직장 점심도시락은 된장국으로 싸가서 소진시켜야겠다.


애들 키성장에 음식 결핍은 없었으면 하는 게 남편 생각인 것 같다. 급식만 잘 먹어도 영양소 결핍은 없을 듯하다. 닭갈비, 아침식사에 heavy 하지만 뜻에 따른다.


남편은 중등학교 교감이어서 선생님들보다 일찍 출근하기 위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본인은 아침식사를 안 하는 타입인데 애들 위해 15년째 아침 음식을 해놓고 출근하는 정성이 지극하다. 갱년기를 요리 연구하며 지낸다. 맛이 일품이어서 된장국에 한 그릇씩 말아줬더니 애들이 엄지 척하며 뚝딱 먹고 등교한다.


밥맛을 돌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흑염소즙도 먹이는데 부쩍 밥 더 달란 소리가 늘었다. 나도 먹었더니 몸이 따뜻해지고 피곤하지 않는 건 좋으나 살이 찐다. 아들 왈 흑염소즙은 아무 죄가 없고 그냥 살이 찌는 거란다. 증명하고 싶으나 방법이 없다. 녹용 들어간 한약보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는 흑염소즙이 더 맞는 것 같다. 밥을 잘 먹으니 말이다.


지나가버릴 아침을 브런치에 기록해 두면 그 어떤 일로도 서운하지 않다. 순간의 감사를 박제하고 두고두고 기억하고 감사하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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