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소진시키기
스터디 카페 사장님의 '챙기고 싶으신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문서 작업 하다 밤 10시쯤 귀가하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아뿔싸 냉장고에 보관한 도시락 가방을 안 들고 내려왔다. 귀가작전이 완전범죄에 가까웠는데... 올라갈까 말까. 내일 가져갈까 말까 하다 꼭대기층까지 다시 올라갔다. 사장님께서 왜 이리 일찍 귀가하냐고 째려보신다.
순간..."비가 와서요"라고 답했다. 속마음은 '쉬고 싶어서요'였다. 밤 10시가 이른 시간으로 보이시나 보다. 사장님께서는 매일 저녁 9시쯤 오셔서 청소를 하고 자정에 귀가하신다. 1시간 거리 도시에 사시며 여든에 가까운 연세임에도 운전하며 다니신다.
밤 9시에 오셨다가 내가 독서하는 걸 보시고 마늘빵을 만들기 시작하셨단다. 근데 혹시나 싶어 내 자리로 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보고 속상하셨다고 한다. 도시락통 때문에 다시 만났다.
로비에서 10분만 더 공부하고 가라고 하신다. 10분만.(이미 목이 아픈데요)
10분 동안 마늘빵을 마저 만들어주신단다.(저 방금 곰취떡 먹었어요) 어르신이 챙겨주고 싶다고 하시는데 거절할 수도 없다. 브런치 글을 읽으며 로비에 눌러앉는다. 엘리베이터 앞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온 내 책가방을 조용히 들고 들어온다.
극내향형인 나에게는 거절도 어렵다.
그동안 빵을 주시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어야 하는데..'걱정만 하다 일주일 후 버렸다. 최근 주신 빵은 가져오자마자 하나 먹고 다음날부터 출근도시락 가방 속에 간식으로 두 개씩 넣어 갔다. 어느새 빵을 모두 먹었다.
생각만 하지 않고 작은 행동으로 실천하니 어느새 좋아하지 않는 빵도 소진되는 걸 경험했다. 행동을 초래하지 않는 생각은 공상이라는 문장과 어울릴지 모르지만, 어떤 일이든 진척되기를 바란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 행동으로 옮겨야 함을 깨달았다.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진짜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하면 된다.
고구마 통밀빵보다 마늘빵은 왠지 노력을 조금만 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