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가 늘어나면

by 자급자족

브런치스토리에 쓴 독백글에 조회수가 늘어나면 "발행취소'를 눌렀다가 1주일 후에 조용히 발행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조회수가 무슨 이유에서건 늘어나는 목격을 피할 수 있다. 아마 아무 이유 없을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하는데, 정말 아무 얘기 아닌 글에 조회수가 몇만씩 폭발할 때가 있다.


언젠가는 딸의 학원 단톡방에 초대되었다는 글을 썼다가 "자기 자식 공부 못해서 초대된 단톡방인 것 같은데.. 그 소식 듣고 포커페이스를 할 수 없었다니"라는 댓글도 받았다. 일단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내 글 한편을 보고 내 자식 공부 못하는 걸 어떻게 아시지? 난 내 딸이 멋진 여성이 될 것 같아 기대되고 자랑스러운데. 극내향형인 내가 하는 독백에 떨어지는 표현력으로 딸까지 모욕을 줬나란 생각에 미안했다. 최대 피해자는 남편이다. 그래도 써야겠다.


아침에 브런치 스토리에서 "왜 어떤 유형의 글은 인기가 없을까"에 대한 세분의 분석글을 읽게 되었다. 단숨에 읽히는 분석글을 보며 대단한 필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둔형 글을 쓰는 내 일기 같은 부류의 글 분석도 읽었다. 무릎을 탁 치는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어지러울 때 어느 주제라도 써야 풀리는 내 입장에서는 소통형 브런치인이 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는 분들의 브런치에 방문하여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흐뭇한 미소로 읽지만 댓글은 쓰지 않는다.


어느 이웃분들의 글은 기다려지기도 한다. 글 한편을 쓰시면서 다양한 뉴스 데이터를 근거로 그래프까지 보여 주시는 분, 요리를 예술로 승화하시면서 한줄한줄 마음을 쓰시는 분, 나보다 선배 같으신데 묵묵한 자녀교육 지혜와 부부 일상을 보여주시는 분, 위트로 글을 쓰셔서 언제 키득키득할지 몰라 주변을 돌아보며 혼자 읽게 되는 글인데 글 올라오기를 일주일 넘게 기다려지는 분, 나와 같은 직종에서 은퇴하셔서 내 미래가 될 것 같은 일상을 기록하시는 분, 과거 아프셨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시며 일상 생각을 아주 단숨에 읽게 잘 쓰시는 분, 글이 너무도 매끄러워 그분의 과거 다른 플랫폼의 일기글까지 다 찾아보게 하는 분. 그분들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보물 안식처가 생긴 듯하다. 내적 친밀감이 크지만 댓글은 쓰지 않는다.


그거면 내 브런치 생활은 되었다 생각한다.


솔직히 몇 번씩 브런치 어플을 지울까도 싶다. 죽기 전에 네이버, 다음 등의 직장 커뮤니티에 썼던 글을 다 지우고 죽어야겠는데 어제도 갑작스럽게 죽으면 못 지우고 죽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다. 학회 논문을 100편 채우겠다는 내 계획과는 상반된 내향성이다.


은둔형 하련다. 아니 내 독백은 은둔형이 제격이다. 다른 멋진 분들의 소통형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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