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잠깐 산책하며, 이웃 할머님의 작은 정원을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내 사무실 주변에 곧 아파트가 지어질 예정이다. 주변 숲이 벌목되고 있다. 돌미나리, 큰엉겅퀴, 산수유, 머위, 냉이, 달래 등을 관찰하고 채취하던 생태 놀이터도 없어지게 생겼다. 건설사의 기부채납으로 시멘트 공원이 생긴다는데 기대가 없다.
사무실에서 2분 거리에 이웃 할머니의 작은 집이 있다. 할머니의 정원 한가운데에도 빨간 깃발이 꽂혔다. 건설사에서 할머니의 집과 정원을 밀겠다는 표식이다. 사진으로라도 급히 정원을 남겨보았다.
언젠가 할머니의 정원을 산책하다가 그분의 거실에 앉아 사진첩을 보며 인생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궁중요리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다. 궁중요리 중 특히 두텁떡을 잘 만드신다. 조선시대 궁에 계셨던 분께 궁중 요리를 배웠는데, 칼질부터 새로 배우셨다고 한다. 스승 되시는 분이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순정효왕후 윤비의 회갑상을 직접 차리셨단다. 이방자 여사가 방한했을 때에도 윤비의 요청으로 궁중전래 두텁떡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고 한다.
기회가 되어 할머니께 오색 송편 빚는 법을 배웠다. 그분의 손끝에서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직장인이 아니고 전업주부였다면, 심부름이라도 하면서 다양한 궁중요리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며칠후면 포크레인으로 그분의 집을 다 허물어버린다고 하니, 왠지 할머니의 손맛도 앗아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