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

민물새우

by 자급자족

토하는 청정지역 1급수에 사는 민물새우다. 토하(土蝦), 단어 그대로 흙새우다. 몸 길이는 3cm 정도로 작다. 다른 이름은 '새뱅이', 전라도 지역에서는 '생이', '새비'라고 부른다. 검색해 보니 시중에도 판매 중이다.


강원도에서 직업군인으로 일하는 남동생이 대전 출장을 다녀왔다. 강원도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 들르라는 언니 오빠의 명령(?)을 받았단다. 광주 사는 오빠는 직접 잡아 말린 토하를, 대전 사는 언니는 성심당 망고시루와 빵들을 배달하라고 했단다. 도대체 비밀리에 "형, 누나에게 무슨 예쁜 짓을 했기에 막내누나를 이리 챙기냐"고 투덜댄다. 언니네 재수하던 딸 용돈 보낸 것과 오빠네 두 아들 고기 좋아한다고 해서 삼겹살 보낸 것 밖에 없다.


띠동갑 오빠가 토하를 3통 보냈다. 지난번 통화했을 때 휴일에 토하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는데, 잡아서 말렸나 보다. 오빠는 나한테 생토하를 10통 보낼 테니, 토하젓갈을 만들어 언니 세명에게 보내란다. 불가능한 일이다. 오빠는 요리꽝인 내 현주소를 모르나 보다. 말린 토하 3통만 받았다. 언니들은 알아서 먹는 걸로.


꾸덕꾸덕 잘 말려 구운 듯하다. 과자처럼 먹어도 되겠다. 마트 식재료가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남편도 말린 토하가 마음에 드나 보다. 싱크대 앞에 나란히 양념통처럼 진열해 놨다. 애호박 두부 고추장찌개, 된장찌개에 토하를 듬뿍듬뿍 넣는다. 딱 말린 새우의 맛인데, 음식에 들어가면 더 달아지는 경향이 있다.


염장한 토하를 마늘과 생강, 찹쌀, 고춧가루 등을 넣고 버무려준 다음 이틀 가량 숙성시킨 토하젓에 다진 파, 당근, 마늘, 깨를 넣어주면 완성된다. 엄마가 토하젓은 소화에 특효라고 하셨다. 일부 지역에서는 편도선염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 활용하기도 한단다(MBN, 토하, 흔한 새우에서 '금값'이 된 사연은, 2015)


공식 자료를 찾아보니, 옛날부터 여름철 꽁보리밥을 먹고 체했을 때 토하젓 한 숟가락만 먹으면 낫는다 하여 '소화젓'으로 알려졌으며, 조선시대에는 전남 강진군 옴천면에서 생산되는 토하젓을 궁중 진상품으로 올릴 만큼 유명했다고 한다(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2010)


민간요법에서는 토하젓을 구강질환과 체증 치료에 쓰였다고 한다. 특히 체했을 때 먹으면 소화가 잘 되며, <동의보감>에는 종기를 치료한다는 기록이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김장할 때 무채, 갓, 쪽파, 미나리, 찹쌀풀, 고춧가루, 마늘, 생강, 청각 등을 재료로 김치 양념을 만드는데, 이때 토하젓이 추가된다(한국민속 대백과사전).


초등학생 때 논옆 작은 시냇물에서 아빠와 토하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 새우가 내 손위에서 팔딱팔딱 뛰었다. 시냇가 수풀 아래를 손으로 쓰다듬으면 새우들이 후두득 내 손 위로 떨어졌다. 엄마가 담아주시던 토하젓의 맛이 아직 혀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매콤, 달달, 짭짤했다. 혀 끝이 아닌 목구멍 가까운 곳에서 더 깊은 풍미가 나는 맛이다. 밥에 물을 말아 토하젓을 밥 위에 올려 먹으면 여름날에 입맛 돋워주었다. 밥에 비벼먹기도 했고, 수육에 얹어 먹기도 했다. 말린 토하를 그냥 천연 조미료로 사용할까 한다. 나보다 남편이 토하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다행이다. 조용히 묻어가야겠다.


오늘아침 남편이 끓인 토하 된장국



토하젓 이미지(얘는 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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