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잎이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by 자급자족

새벽에 일어나 고춧잎을 무쳤다. 식은 밥에 고춧잎 한 젓가락을 얹어 맛을 봤다. 맛만 보려 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혼자 아침식사를 했다.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은 고춧잎을 냉장실로 옮겼다. 냉동실에 오래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다. 울 뻔했다. 들기름 때문인 건가? 고소, 단백, 달달, 역대급이다.


부모님서는 항상 고추농사를 지으셨다. 산속 마을에서 모든 식재료를 자급자족했기에 주 양념인 고추는 빼놓지 않으셨던가 보다. 마당에서 고추와 고춧잎을 말려 장날에 팔기도 했다. 큰 추가 달린 수평 저울로 이리저리 중량을 재다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고, 나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자 몰래 내 호주머니에 저울의 추를 넣으신 적도 있다. 그 추 덕분에 7살인데 8살 동네 친구들과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어제 텃밭에 들른 김에 고춧잎을 구입했다. 농장아주머니께서 "새댁~ 고춧잎이 있는데 살 거야?"물으신다.(새댁이 아닌데 텃밭 사람들은 새댁이라 부른다) 내대답은 "뭐든 살 거예요."였다. 공장에서 나온 음식을 먹으면 아프다. 살아야겠어서 "뭐든요!"라고 대답했다. 마트 갈 시간도 없는 직장맘이라 뭐든 구입할 수 있게 해 주시면 감사하다.


요리 유튜버 양장금 주부의 레시피대로 무쳤다.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쳤다. 건져서 그대로 채반에 식혔는데, 나중에 레시피 설명을 들어보니, 삶은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꾹 짠단다. 고춧잎이 잔열로 익는 걸 방지한다고 한다. 내 건 너무 많이 익었다. 진간장 1큰술, 까나리(멸치) 액젓 1큰술, 고추가루 1큰술, 매실액 2큰술, 마늘 1큰술, 들기름 1큰술, 통깨 약간을 넣어 버무렸다.


고춧가루 1큰술을 넣어야 하는데 쏟아버리는 바람에 3-4큰술은 들어간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항상 그렇게 실수한다. 그래서 자주 실수하는 딸을 함부로 야단칠 수 없다. 아무래도 나를 닮은 것 같아서다. 다음에 무쳐먹으려고 소분해 둔 고춧잎 한 뭉치를 더 넣고, 액젓, 간장을 1스푼씩 추가하며 맛을 봤다. 하...... 참..... 맛있다. 레시피에서는 줄기를 다듬으라고 했는데, 그것도 까먹었다. 그런데 연해서 줄기도 맛있다. 이렇게 연한 고춧잎은 아마 지금 시기밖에 못 먹을 것이다.


고춧잎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하여 피부를 곱게 하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고 한다. 또 단백질 함유량이 많은 편이며, 쓰지 않고 고소하여 식욕을 돋워준단다(두산백과). 특히 제주도 지역에서 해 먹던 나물이며(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조선요리제법>에는 삶은 고춧잎에 양념(간장, 고추장, 다진 파, 마늘, 참기름 통깨)을 넣어 무치거나ㅇ고춧잎멸치젓무침이라는 용어로 멸치젓국,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어 요리했다고 한다(제주도 음식).


오늘도 염증 없이 깨끗하게 혈관 관리하고 싶어서 나물 반찬을 하나 만들어보았다. 점심, 저녁 도시락으로 야채+두부 월남쌈을 싸왔는데, 반찬은 고춧잎 나물이다. 주어진 역할이 많기에 밖에서 먹는 음식이라도 단백질 야채식으로 때며 건강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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