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농사
오이농사, 쉽게 봤다. 곁순만 따주면 주렁주렁~ 오이가 달리는 거 아니었나? 지난번에 물 주러 왔다가 오이 줄기가 댕강 끊겨 있는 걸 발견했다. 잘못된 건 빠르게 바로잡자 싶어 오이모종을 추가로 심었다. 시간차를 두고 심으면, 더 오래 수확할 수 있고, 장마가 시작되기 때문에 물을 좋아하는 오이에는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오늘 텃밭에 갔더니, 지난번에 심은 것 중 딱 한 모종만 살고 다 죽어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오이 모종 뿌리와 가깝게 추비를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영양 과잉으로 뿌리가 녹았다. 농사를 글로 배워 낭패다. 어린 모종이 생착되기까지 가까이에서 모니터링해야 하고, 물도 수시로 줘야 하는데, 1박 2일 출장도 다녀왔고 업무로 바빴다. 갈등이 생겼다. 빈 공간으로 두느냐 VS 새로 모종을 심느냐. 본래 텃밭 운영의 목적이 가족에게 수확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에 후자를 택했다.
모종가게에서 애호박 모종은 이미 끝났다고 한다. 백다다기 오이 3개, 청오이 4개를 개당 700원에 샀다. 다시 심었다. 마트에서 2000원에 오이 5개 구입해서 사 먹으면 된다. 근데 남편과 아이들이 밭에서 오이를 바로 따먹으며, 달달함과 청량감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옆텃밭 아주머니께서 왜 또 왔냐고 물으신다. "오이가 다 죽어서 될 때까지 다시 심으려고 모종 사 왔어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볼 거예요!"라고 답했더니, 깔깔깔 웃으신다. 오이와 애호박에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는 아주머니께서 호박 1개는 다 자랐는데, 왜 수확하지 않느냐고 물으신다. "남편이나 아이들한테 수확하게 하려고요. 가족이 수확의 기쁨을 맛봤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리니, 또 웃으신다.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페트병과 플라스틱 바구니를 주워놨다. 페트병은 밑을 잘라서 거꾸로 땅에 심어 관수 시설을 만들었다. 텃밭 아저씨께서 이제 장마 오는데, 관수시설 만들어서 뭐 해~라고 한마디 거드신다. 너무 바빠서 어린 모종을 돌보지 못한 것 같아 또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페트병 안에 물을 듬뿍 넣어두고 쫄쫄 쫄~ 천천히 급수가 되도록 만들어놨다.
앞으로 책보다는 주변 어르신들께 두~세 가지씩 물어서 농사를 배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