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신기한 거 보여줄까?

홈쇼핑 연계편성

by 자급자족

아침에 출근준비 하며, "노화된 세포관리에 도움 되는 효모의 효능"에 대한 TV 내용을 봤다. '오~ 효모가 이미 노화된 세포도 살려내는구나' 생각하다가 중학생 아들에게 한마디 건넸다. "아들아! 신기한 거 보여줄까? 지금 당장 홈쇼핑 채널로 돌리면, 같은 원료의 효소 건강식품 판다에 500원 건다"했더니, 피식 웃는다.


바로 다른 채널 돌려보니, 홈쇼핑에서 '마감임박'이라고 뜨며, 해당 효모를 원료로 한 간편 건강보조식품을 판다. 14,900원 X 20개월 할부. 298,000원. 이 돈만 투자하면 이미 노화된 세포도 살려낼 수 있단다. 저속노화가 유행인 지금, 이미 노화가 진행된 사람에게는 딱인 제품이다.


아주 오래전, 건강채널에서 '적양파의 효능'에 대해 방송했다. 훅~ 빠져들어 온라인 우체국 쇼핑몰에서 적양파 10kg을 샀다. 결국 장아찌를 먹다 먹다 버렸다. 분명 다른 채널을 돌렸다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적양파 원료의 알약 건강보조식품을 팔았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수영장 전용 안경 쓰고 양파를 깠다. 그 이후로 TV를 보고 물건을 추가 검색해 본 적이 없다.


'홈쇼핑 연계편성'은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건강식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인접한 시간대에 홈쇼핑 채널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방송통신위원회). 홈쇼핑에서 일방적으로 방송국 편성을 참고해 관련 제품을 인근 시간에 판매하거나, 방송사와 홈쇼핑 간 사전 조율로 방송을 장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의 채널선택권과 콘텐츠 향유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이순일, 2021).

배재용, 김혜윤. (2023). 한국의료패널로 본 헬스 리터러시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316, 81-94.(88쪽)
최슬기, 김혜윤, 황종남, 채수미, 한겨레, 유지수, 천희란. (2020). 건강정보문해력(헬스리터러시) 제고 방안 연구 (연구보고서 2020-2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84쪽

시민의 건강정보 취득경로는 TV/radio 가 71%, 주변인이 16.1%라는 결과가 있으며(오윤진, 박기현, 2021), 건강정보를 탐색할 때 주로 인터넷 포털(56.8%)을 활용한다는 응답이 1순위, 대중 매체 중에서는 텔레비전(14.3%)이 1순위로 나타났다(배재윤, 김혜윤, 2023). 또 다른 연구에서도 역시 인터넷 포털(합계 86.3%), 유튜브(합계 39.5%), 텔레비전(합계 33.1%), 건강 관련 의료 기관 홈페이지(합계 31.5%) 순으로 건강정보를 취득한다고 한다(최슬기 외, 2020). 시민은 전문 의료기관보다 미디어를 통해 건강정보를 얻는 경향이 있. 근거에 기반 건강정보 콘텐츠 제작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시점에서 홈쇼핑 연계편성을 규제할 규정이 없고, 경우에 따라 TV 편성권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2024년 국정감사, 방송통신위원회 김태규 부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2022년도에 시청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협찬고지 제도'를 만들었지만, '협찬을 받아 제작되었다'라고 방송에 고지하면, 아무 문제 없이 공식적 '광고' 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의 권리가 먼저냐의 문제인 건가? 사람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겠다. 시민의 건강정보 알 권리를 위해 여러 채널에서 다각도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응원도 있을 것이다. 해당 제품이 꼭 필요했는데, 효능에 대한 호기심까지 해결해 주는 방송이 있다면 도움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목적에 의해 계획된 연계 편성이라면 상업화된 마켓 방송판과 다를 바 없다. 결국 TV를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정보 분별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학교나 사회에서 그런 정보분별력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했다면? 그것 역시 소비자이자 시청자의 몫? 2022년 이후, 이와 관련한 뉴스기사도 나오지 않는다.


국내 최초의 TV 홈쇼핑 방송이 1995년 8월에 시작되었고, '쇼닥터'라는 용어가 새로 생길 정도로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연계편성 관련 규제 법이 정비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 같은 시민은 우리 집 구성원의 분별 있는 정보수용과 소비교육에 힘쓰는 수밖에. 출근준비하며 중학생 아들과 TV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가정마다 각개전투가 답인가 보다.



<참고자료>


1) 배재용, 김혜윤. (2023). 한국의료패널로 본 헬스 리터러시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316, 81-94.


2) 오윤진, 박기현. (2021).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른 건강정보이해능력 및 관련 요인. Korean Journal of Family Practice, 11(4), 280-287.


3) 이순일. (2021). 홈쇼핑과 연계편성된 건강다큐 연구 : 종편 채널 건강다큐를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109, 253-281.


4) 최슬기, 김혜윤, 황종남, 채수미, 한겨레, 유지수, 천희란. (2020). 건강정보문해력(헬스리터러시) 제고 방안 연구 (연구보고서 2020-2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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