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혼밥

by 자급자족

퇴근하고 혼밥을 했다. 삼겹살집에서 혼자 고기 구워 먹는 것만 제외하고는 혼밥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 앞사람 눈치 안 보고 편해서 좋다. 퇴근하고 서브로 하는 일이 있어 스터디 카페로 향할 때가 많다. 평소대로라면 3500원짜리 채소 김밥을 사서, 건물 옥상에서 별 보며 우구적 우구적 먹었을 테다. 가끔 힘내고 싶을 때는 다른 메뉴를 먹는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짐을 하기 위해서는 '추어탕'을, 인생에서 괜찮은 성과를 냈을 때에는 '곰탕'을 먹는다. 예전에 포스터 세션 대회에서 가장 큰 상을 받았을 때, 의식을 치르듯 곰탕 한 그릇을 먹고 귀가했다. 살아가면서 나만의 축하 세레모니다. 아무도 모른다.


성과를 낼 일도, 성과를 낸 일도 없어 추어탕과 곰탕은 안 되겠다. 김밥만 먹다가는 쓰러질 것 같아서, 오늘은 김밥 한 줄 대신 콩국수를 먹기 위해 지역 카페에서 맛집 검색을 했다. 분명 콩국수가 먹고 싶어 검색했는데, 댓글 귀퉁이에서 '백반집 정보'를 얻는다. 마침 스터디카페 가는 길에 백반가게가 있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맛있는 게 너무 많다. 집에서 냄새 때문에 마음껏 요리할 수 없는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후회했다. 혼자 먹기에 고등어가 너무 크다. 메뉴에 콩국수도 있었지만, 막상 식당에 도착하고 보니 오늘은 고등어 구이다.


가끔 남편이 2박 3일 출장을 간다. 당일 아침에 출장일정을 통보하면, 쾌재를 부른다. 그날은 아들 딸과 가장 맛있는 걸 먹는 날이다. 보쌈부터 모든 걸 집에서 해 먹기에 평소 외식을 하지 않는다. 휴대폰에 배달 어플 자체가 깔려 있지 않다. 남편의 출장일만큼은 가장 맛있는 걸 먹을 생각에 아이들과 내가 번갈아 쳐다본다. 식당 밑반찬이 짤법도 한데 안 짜다. 합격이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출장이 잡힌다면, 아들 딸과 백반집에 와서 각자 먹고 싶은 메뉴로 외식이나 해야겠다.


항상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한다. 오늘은 산책대신 텃밭에 가서 오이 모종이 잘 크고 있는지 돌봤다. 평소 산책에 사용하는 시간만큼만 할애했다. 돌아오려는데, 옆 텃밭 아주머니께서 완두콩과 오이를 챙겨주신다. 완두콩 5개만 먹어볼게요라고 손사래를 쳤는데, 안 들으신다. 얼굴 볼 때 줘야 한다며, 마구 담아주신다. 오이를 한입 베어 먹어보니, 정말 달다. 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작년에는 업무가 바빠, 텃밭에 자주 못 갔다. 올해는 힐링도 할 겸 2주에 한 번은 가고 있다.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자주 보게 돼서 너무 좋으시단다. 시골에서 아이들 교육 때문에 딱 4인 가족만 살고 있다. 지인이 없다. 옆에서 챙겨주시려는 동네 어르신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힘내고 싶을 때 혼자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백반집을 찾았다.

거하게 먹었으니, 자정까지 워드작업에 집중해 보자. 밥값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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