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압력솥의 추추추추~~ 거리는 소리에 깼다. 요리에 진심인 남편이 무언가 만들고 있다.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출근하는 사람이 아침마다 세명분의 밥상을 차려놓는 걸 보면 신기하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해놓고 나간다. 정작 본인은 아침밥을 안 먹는 체질이란다. 대충 차리지도 않는다. 압력솥 안의 아침 요리 정체는 소갈비찜이었다. 남편은 "다 때려 넣고 불만 켜면 갈비찜이야"라고 쉽게 말하지만, 내게는 어려운 요리다.
아이를 건강하게 낳고 싶어 조산원에서 명주끈 잡고 낳았다. 출산휴가만 잠깐 쓰고 계속 맞벌이를 했다. 아이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겼고, 직장 다니면서 16개월 모유수유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나도 육아 스트레스가 없었고 아이 둘은 병치레 없이 잘 자랐다. 아이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이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었거나,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은 본인이 해야겠다고 느꼈나 보다. 전자일 것이다.
어제 귀가해서 보니, 비닐봉지에 표고버섯 2개, 감자 2개, 당근 1개가 담겨있다. 딱 소갈비찜 한번 만들기 위한 재료만 장을 본 것이다. 표고버섯 2개에 가격 스티커 붙이기도 민망하겠다. 소갈비는 아마 멕시코산 등 외국산일 것이다. 김치냉장고를 나눔 하고 이사 왔다. 맞벌이라 김치냉장고에까지 음식을 보관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집 앞 24시간 운영하는 대형 식자재마트에서 딱 필요한 재료만 구입하는 것이 편하다. 한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채소를 살 수 있으니, 냉동고에 식재료를 얼릴 필요도 없다.
남편이 출근하며 스마트폰에 "28분 후 알람"을 맞춘다. 왜 출근하며 알람을 맞추냐고 물으니, 소갈비찜의 잔열까지 다 빠져나갈 시간이 28분 후란다. 그때 운전하다가 "뚜껑 열고 꺼내서 애들하고 먹어"라고 전화할꺼란다. '혹시 나를 어린이라 생각하는 걸까' 물음이 스친다. 남편 전화가 오기 전, 압력솥을 열다가 손을 아주 조금 데었다. 조금 데었어도 아프다. 남편말은 듣고 봐야 한다. 내 생각대로 하면 낭패다.
초벌로 고기를 삶을 때 뼈를 분리해서 요리를 한 듯하다. 뼈가 없다. 아이들이 편하게 갈비를 즐겼으면 했나 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박도 한통 사서, 정갈하게 잘라 큰 통에 넣어놨다.
중1 딸은 아침 일찍부터 학교 동아리에서 드럼연습을 해야 한단다. 등교하다가 삼각김밥 사 먹어도 되냐고 묻는다. 아빠가 손수 만드신 소갈비 2개에 밥 반그릇만 먹고 가라고 회유했다. 비밀이다. 2차 지필평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들은 군말 없이 뚝딱 한 그릇 먹고 등교한다. 나도 한입 먹어보니, 대파를 많이 넣어서인지 깊은 풍미가 있다. 아침밥을 야무지게 먹고 시작하는 바람에 다이어트할 겨를이 없다. 문제다.
오늘도 그냥 지나갈 아침 일상을 붙잡아 기록해 본다. 감사함을 기록하면 사소한 말다툼을 방지할 수 있다. 아침 요리만 생각하면, 남편의 그 어떤 결정도 다~~~ 수용가능한 기이한 이해심이 발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