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체험용으로 감자 몇 뿌리를 캤다. 땅 속을 냉장고 삼아 필요할 때 또 캐려고 남겨두었다.
어렸을 때 산속 마을에 살았기에 모든 식재료를 자급자족했다. 밥상 위에 감자는 빠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자주 먹던 감자전과 감자볶음 레시피를 따로 찾아보려 했지만, 주재료인 소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소금 가미 여부에 따라 감자볶음의 맛이 완성되니, 감자는 오히려 부재료같은 느낌이다.
감자볶음은 풋고추, 편마늘, 대파, 당근, 소금 끝. 감자전은 감자, 풋고추, 대파, 소금 끝. 다 만들었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나보다 더 바빠졌다. 딸은 공공도서관 드럼실을 예약하여 중1 꿈끼 발표회 드럼 연습을 하러 갔다. 아들은 중학 졸업사진 준비를 한다며, 아빠와 미용실에 들렀다가 바지 쇼핑을 갔다.
감자볶음은 알싸한 풋고추와 참 잘 어울린다. 여름날 어둑해질 무렵, 풀 모기향 피워놓고 평상 위에서 먹던 그 감자볶음 맛이 난다. 센 불에 지글지글 부친 감자전은 가평 신숙희 막국수집에서 먹었던 그 100% 감자전 맛과 같다. 밀가루나 부침가루 한 스푼 추가하고 싶은 유혹도 꾹 참았다.
애들이 크니, 텅 빈 시간이 많다. 더 이상 성장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뭔가에 몰입해야겠다. 주말에 마냥 놀기에는 무료하다. 슬럼프고 뭐고 스터디카페 가서 손놓았던 워드작업이나 해야겠다. 일주일 잘 쉬었다. 번아웃 끝.